세 번의 키스 푸른도서관 80
유순희 지음 / 푸른책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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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팬지꽃은 흰색이었다고…

큐피드가 세 번의 키스를 해서 세 개의 빛깔을 한데 가진 특별하고도 신비로운 꽃이 되었다고…


예전에 나는 누군가 세 번의 키스로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기를 바랐어.

그런데 세 번의 키스는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에게 해주는 거야.

특별해지라고…

아름다워지라고…

신비로워지라고…


유순희 작가의 신작 청소년 소설 <세 번의 키스>는 아이돌 문화 이면에 숨어 있는 극성팬의 실태를 현실감 있게 소설 속에 녹여내고 있다.

10대들에게 아이돌이 선망의 대상이자 미래의 이상향으로까지 자리매김하게 된 이유를 세 명의 각기 다른 극성팬을 중심으로 세심하게 짚어내면서 더불어 왕따 문제, 부모와의 갈등, 학업 스트레스 등으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의 상처받는 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해 외국에 나간 아빠와 떨어져 살고 있는 소라는 아빠에 대한 그리움을 가슴에 품은 채 몸이 약한 엄마와 사고뭉치 세 동생을 돌보는 맏언니로 생활하며 희생하고 뭐든 이해해야 하는 착한 딸 콤플렉스 속에서 힘들어한다.

목소리가 굵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한 현아와 집 나간 엄마를 하염없이 기다리며 홀로 생계를 이어가다 극단적인 선택까지도 서슴지 않는 또 다른 소라(마녀)를 통해 극성팬, 사생팬이라 불리는 아이돌을 향한 삐뚤어진 팬덤 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어릴 적 뚜렷하지 않은 기억 속에 남겨진 한 소년과 몹시 닮은 블랙 멤버 시준이 그때 그 소년이 맞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밤낮으로 블랙을 쫓아다니는 사생팬이 된 소라는 점점 시준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착하게 되고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팬이 되고 싶은 욕심에 지켜야 할 선을 넘게 된다.

현아와 소라(마녀) 또한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모습을 한 번이라도 더 보기 위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 도가 지나친 행동을 한다.


그저 떠도는 무성한 소문으로만 여겼던 아이돌 문화 이면에 숨겨진 극성팬의 실태를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순수한 팬덤을 뛰어넘는 사생팬의 등장 뒤에는 이런 문화를 또 다른 돈벌이로 이용하는 어른들의 장삿속도 한몫한다고 생각하니 씁쓸하기만 하다.


오빠, 나도 할 말 있어요. 난 착해요. 착한 팬이에요.

전 그저 3년 동안 오빠들 음원을 반복해서 샀고, 콘서트에 가서 선물과 편지를 전해주었을 뿐이에요.

오빠들 이미지 좋게 해 주려고 연말이면 쌀을 기부하고 성금을 냈어요.

오빠들 컴백 무대를 기념하기 위해 아프리카에 망고나무 2천 그루 심는 일도 동참했어요.

전 그저 오빠들 얼굴이 보고 싶어서 기다렸던 것뿐이에요.

오빠의 행복을 날마다 기도했고, 오빠가 아파할 때는 같이 아파했아요.

아픔을 같이 나누어야 오빠를 정말 사랑하는 거니까요.

나 같은 착한 팬이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삐뚤어진 팬덤으로 자신들이 사랑하는 아이돌에게도 큰 고통을 주고 결국 자신에게도 지울 수 없는 상처만이 남게 되었지만 아이들은 조금씩 성장해간다.

'나'라는 존재의 존엄성을 깨닫게 되고 가족의 사랑을 깨닫게 되고, 자신의 상처뿐 아니라 타임의 상처까지 보듬을 수 있게 된다.


저자는 긴 시간에 걸쳐 수많은 기사, 인터뷰, 극성팬들이 운영하는 웹 사이드를 전전하며 자료를 수집해도는 과정 속에서도 정작 그 아이들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다고 한다.

한 줄 한 줄 써 나가기 버겁고 힘든 작품이었지만 <세 번의 키스>를 통해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존엄한지 알려 주고 싶었다고 한다.

몸은 자라 어른처럼 성숙했다지만 섣부른 기대와 실체 없는 환상에 둘러싸여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해 불안한 걸음을 내딛는 청소년들에게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잃지 말라는 응원을 건네고 싶었다고 한다.


나라는 존재는 특별합니다. 아름답습니다. 신비롭습니다.

여러분이 이 진실을 굳게 믿어주길 바랍니다.

그래서 좌절했던 자리에서 다시, 수치를 겪었던 자리에서 다시, 비웃음을 날렸던 자리에서 다시,

존엄한 인간으로 우뚝 일어서 주길 바랍니다.

꽃과 나무를 가지치기하며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는 정원사의 손길처럼

이 사회의 상처를 치료하고, 슬픔을 위로하고, 고통을 함께하는 품격 있는 어른으로 성장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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