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 최선을 다해 대충 살아가는 고양이의 철학
보경 지음, 권윤주 그림 / 불광출판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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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최선을 다해 대충 살아가는 고양이의 철학) -보경스님-


12년간 서울 북촌의 법련사 주지와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상임이사로 지낸 보경 스님은 출가했던 전남 순천 송광사로 환지본처(還至本處`원래의 자리로 되돌아간다는 뜻) 했다.

방대한 독서로 다져진 글 솜씨로 유명한 보경스님은 법정 스님으로부터 "글이 좋다"고 칭찬을 받기도 하셨단다.

많은 책을 출간하셨지만 고양이에 대한 책을 쓰게 될 줄은 몰랐다는 캣파파 보경스님과 탑전 냥이의 묘(猫)한 인연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겨울 안거(安居)가 시작된 산중 사찰에 우연인지, 필연인지 스님에게 다가온 길고양이 한 마리.

추운 겨울 배고픔에 쓰레기 봉지를 뒤지던 길냥이는 스님과 마주쳤고 의례 도망가기 마련인데 도망도 가지 않고 스님을 올려다보며 "야~~옹!" 가느다랗게 울었다.

당장 나눠 줄 만한 것이 비스킷과 우유, 토스트용 빵뿐이었기에 우유에 시리얼을 말고 빵을 구워 주었다.

저녁 공양 준비로 문을 열고 나오니 스님을 기다리기라도 한듯 쪼그리고 앉아 있는 고양이.

이리저리 걸어보니 태연히 따라오는 고양이를 보면 귀엽기도 하고 반갑기도 한 마음이 들어 보살펴주면 나랑 살 건가? 싶은 생각에 빈 사과박스에 겨울 내복바지와 흰 타월로 집을 만들어 주면서 고양이와의 동거가 시작되었고 스님은 길냥이의 아빠가 되었다. 


어느 순간 고양이 집사가 되어 버린 보경스님은 인터넷을 통해 고양이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며 필요한 물품을 구입해 고양이를 보살피기 시작한다.

사료와 물을 챙겨주고 매일 물티슈로 눈물과 귀를 닦아주고 기온이 떨어지면 추울까 봐 보일러실에 사용 안 하던 의자용 전기매트를 깔아 새집을 마련해주기도 한다.

종이 박스와 스티로폼으로 아늑함을 더해주고, 밤에는 눈이 부실까 봐 불도 제대로 켜지 못하는 지극정성의 마음으로 냥이를 돌본다. 


흰색과 황색이 반반 섞여 있고 원래는 집고양이였는지 꼬리가 잘려나간 길고양이는 냥이 또는 탑전 냥이로 불리었다.

사찰 인근과 숲 속에 다수의 길고양이가 있었지만 탑전지하방 왕국을 차지한 냥이는 주위 경계를 세밀히 하며 자신의 영역을 굳건히 지켜나간다.

영역 다툼으로 간혹 다쳐오기도 할 때면 마음이 안쓰럽고 불안하기도 하다.

야행성인 냥이가 늦은 밤 집으로 돌아와 사료를 먹고 물을 마시는 소리에, 아침이면 굿모닝 인사를 나눠주는 냥이 모습과 해질 녘 산보 길에 함께 나서거나 탑전에서 스님과 숨바꼭질을 즐기는 냥이의 모습에 행복함을 느낀다.

적적하기만 한 절간에 말을 걸고 챙기고 보살펴야 할 상대가 생긴 스님.

그리고 스님을 위로하고 자각하게 해주는 냥이.


나를 이해해주는 존재는 언제나 당신이기를 꿈꿉니다.


혼자도 좋고 둘이어도 좋은 스님의 삶에 고양이가 들어오면서 보경스님은 깨달음이 일었다.

출가 인생이 설렘을 일깨워준 냥이를 보면 함께하는 만큼 다른 무엇을 느끼게 된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냥이와의 일상을 소소한 기록으로 남기게 되었고 그 기록이 바로 <어느 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로 출간하게 되었다.


바라보기와 기다리기.

고양이는 1센티미터라도 높은 자리에 올라 바라보기를 좋아한다.

바라보기는 불교적 수행이나 일상의 성찰에서도 중요한 요소가 된다.

마음의 모든 것은 진진하게 바라보면 가라앉으면서 소멸된다.

번뇌의 불이 꺼지는 것이다.

얼굴을 보여주는 거울은 있지만 마음을 보여주는 거울은 어디에도 없다.

자기성찰을 통해 마음을 들여보아야 한다.

고양이의 바라보기를 통해 참선을 색다르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단다.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고양이를 보며 기다림과 인내는 함께 이해해야겠다는 것도 깨닫는다.

"인생의 중요한 법칙은 참을 줄 아는 것이고 지혜의 절반은 인내에 있다."


나 혼자 아니에요.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죠.

무언가를 기다리는 동안 마음은 자라는 것 같아요.

 

불살생이 제 1계목인 불가에서 쥐를 잡아오거나 먹기도 하는 냥이의 본능은 스님을 화나게 만들었고 심한 꾸중도 맞았지만 어쩌면 자기를 보살펴주는 스님에게 보이는 '공양'이라고 생각하니 이내 마음이 풀리기도 한다.


볼일이 있어 절을 비울 때면 마음이 편치 않다.

장난감과 간식을 사들고 한달음에 도착해 잘 있는 냥이를 보면 안심이 된다.

결막염에 걸린 냥이를 안고 동물병원으로 뛰어가며 생로병사라는 숙명에 언젠가는 냥이와도 이별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냥이와 함께 보낸 일들을 그냥 흘려보내기 아까워 차곡차곡 기록하기로 했다.

고양이가 주는 행복, 고양이로부터 느끼는 사랑을 보경스님의 해박한 지식과 함께 불교 경전, 유교 경전, 티베트 기도문, 인도 우화, 그리고 다수의 문학작품 속에 함께 녹여내며 이야기하고 있다.


스님의 출가 인생에 "집에서 기다려준다"는 설렘을 일깨워준 유일한 존재인 냥이.

부처님은 "살아있는 모든 것은 다 행복하라. 평안하라, 안락하라"라고 축복하셨다.

세상의 모든 생명들과 인강과 더불어 살아가는 모든 반려동물들에게도 더 큰 사랑이 베풀어졌으면 좋겠다.


당신이 잘 있으면 나는 잘 있습니다.

당신의 존재 자체가 나에게 기쁨입니다.


세상사 살펴가며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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