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계이름 - 말이 닿지 못한 감정에 관하여
이음 지음, 이규태 그림 / 쌤앤파커스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해한다는 말 대신,
그냥 지금의 당신에게 물들어볼게요.

 

 

카카오 브런치에 연재될 당시에 독자들의 사랑과 응원을 듬뿍 받았던 <당신의 계이름>은 제3회 카카오 브런치북 프로젝트 대상을 수상하게 되었고 독자들이 가장 사랑했던 글 12편과 새로운 글 8편이 추가되어 책으로 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세상이 오선지라면,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계이름으로 사랑을 말하고 아픔을 표현한다고 한다. 우리는 종종 상대방의 음정보다 높거나 낮은 탓에 오해하고, 상처 주고, 외로워한다. 우리는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줄 수 있을 거라는 용기와 확신으로 깃털처럼 가벼운 위로의 말들을 건네기도 한다. 하지만 말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순간이 우리 모두에게는 있다. 살면서 한 번쯤은 맞닥뜨리게 되는 어떤 말로는 규정할 수 없는 먹먹한 순간들, 난데없이 떠오른 외로움과 서러움, 아픔을 말로 내뱉는 대신 찬찬히 곱씹다 보면 말보다 말에 담긴 마음에 먼저 가닿는 순간이 있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진심을 다해 위로하고 위로받게 되기도 한다. <당신의 계이름>은 말이 닿지 못한 감정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공감 에세이다.  
'글을 읽고 내 주변을 다시 한 번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라는 소감처럼 나의 본 마음과는 달리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던 나의 소심함과 말로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던 외로움과 상처들이 글을 읽는 동안 떠오르기도 했다. 외로움과 상처로 인한 슬픔을  말없이 온몸으로 버티며 이겨내려 애쓰고 있는데 어설픈 위로나 이해한다는 말은 귓가를 맴도는 메아리처럼 들릴 때도 있었고 오히려 화를 부르기도 한다. 슬픔은 늘 일인칭이다. 누가 대신하여 아파준다는 말은 실행력이 없다. 슬픔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많은 말들보다 서로가 서로에게 물드는 그 찰나가 더 큰 위로가 되어주진 않을까?
 

P.34

때로는 의도와 상관없이 내뱉은 어떤 말들이 누군가를 난처하고 부끄럽게 만들 수 있다는걸, 그로 인해 말로 빚을 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변변치 않은 말 앞에서 한참을 머뭇거리다 고른 말이, 못내 미안할 때가. 그렇게 말을 고르더라도 별 소용이 없어서, 말이 모자란다고 생각될 때가. 그런 때가 우리에게 몇 번쯤 있었다.


P. 50

그는 누군가를 무안하게 하지 않으면서, 대회를 잘 인도하고 맺는 법을 알았다. 단순한 처세술이 아니었다. 상대에 대한 배려랄까. 대우를 바라지 않고도, 나서서 존중을 권했다. 그건 처지나 계급과 관련된 격식이 아니라, 인정이 많아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태도였다.


P.164

슬픔은 힘이 세다. 금방 소거되지 않는다. 이상하게 지난 기억을 돌이켜 보면, 대개의 일들이 슬프게 느껴졌다.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간에, 어쩌면 기억이라는 거, 추억이라는 거, 이런 거 모두 '슬프다'라는 말을 돌려 말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랬다. 그게 아주 지난했던 시절이어도, 나쁜 일이라 다행이어도, 그냥 그 시간 자체가 그렇게 멀리 지나왔다는 생각이 들면 마음에 물이 찼다. 결코 거스를 수 없다는 사실이, 그토록 간단한 이유가 서럽게 느껴졌다.

사람이 사람에게 남기고 가는 감정도 결국 그런 것밖에 없을 거라 생각했다. 가장 밑바닥에 감춰져 있는 감정이어서가 아니고, 가장 무게가 나가서도 아니다. 시간과 관련한 모든 일에는 미약하게나마, 슬픔이 섞여 있어 그렇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