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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당이 난설헌에게 - 조선시대를 뜨겁게 살았던 센 언니들의 열띤 수다!
박경남 지음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17년 2월
평점 :
학창시절 장래희망으로 현모양처가 되고 싶다던 친구들이 제법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지금도 스스로가 현모양처이길 바라는 여성도 있겠지만 대부분 남자의 관점에서 현모양처를 바라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현모양처란 말은 일본의 한 교육자에 의해 창안된 단어라고 한다.
여성을 임신과 출산이라는 틀 안에 가둬두고자 하는 지배 구조의 의도였다고 하는데 우리 조선시대에는 현모양처를 열녀효부 정도로 표현했다고 한다.
현모양처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사임당이 난설헌에게>에 나오는 신사임당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함이다...ㅎㅎ
<사임당이 난설헌에게>는 같은 조선시대를 살았던 40대의 신사임당과 20대의 허난설헌이 시대와 다양한 직업을 넘나들며 과거 여성들의 삶과 고민에 대한 이야기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여성들에게 전하고 있다.
조선시대 여성들의 삶이 어떠했는가는 역사 공부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익히 알고 있다.
유학을 받아들인 조선은 전통적 성리학을 고수하는 유학자들에 의해 남성 중심의 세상이 되었고 여성들에게는 무조건적인 헌신만을 요구하는 현모양처의 이미지를 성립하고자 했다.
똑똑하고 잘난 아들 덕분에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현모양처의 여성상으로 고착된 신사임당.
그녀는 부유한 학자의 집안에서 태어나 결혼 후 20여 년을 친정살이를 하며 시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예술적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다.
친정보다 기우는 시댁, 사임당보다도 재능이 기우는 남편, 사임당의 재주를 밀어주는 친정의 지원 속에 여느 조선시대의 여인들과는 다른 삶을 살아온 그녀다.
이 정도면 현대에서도 부러움의 대상이 될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사임당은 관직에 나아가지 못하고 꾸준히 학문에 전념하지 못하는 남편을 꾸짖었고, 첩을 둔 남편을 질투했으며, 세상을 떠나기 전 절대 재혼하지 말라는 당부도 남겼지만 남편은 결국 재혼을 하고 만다.
이런 사임당의 생(生)을 본다면 이 시대를 대표하는 현모양처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 같은데 율곡 사상을 계승하고자 했던 우암 송시열에 의해 신사임당은 현모양처의 대명사로 불리며 칭송받게 된다.
하지만 사임당은 율곡 이이의 어머니로서 현모양처로 칭송받기보다 신인선이라는 한 여인이고 기억되고 싶다고 말한다.
누구보다도 자신이 소중했기에 부모나 자식들을 소중히 했고, 자신의 삶에 충실할 수 있는 자존심이 강한 여성이었으며, 나름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한 화가로 인정받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허난설헌 또한 학자의 집안에서 태어나 부유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아들들과 똑같이 교육의 기회도 균등하게 받으며 자랐다.
하지만 결혼 후 엄한 시댁과 시어머니의 구박을 받았으며, 난설헌보다도 재능이 모자란 남편은 그녀의 재주를 질투했고, 남편에게 사랑받지 못했으며, 아이들도 모두 잃게 되는 아픔을 겪었고 결국 친정마저 몰락하게 된다.
난설헌은 여자로 태어난 것, 조선에 태어난 것, 김성립의 아내가 된 것을 가장 원망한다고 한다.
난설헌의 시에는 유독 선계(仙界)를 지향하는 내용이 많은데 현실에 대한 불만과 심적 갈등으로 현실을 초탈하려는 의식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스물일곱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난설헌의 작품은 모두 태워달라는 그녀의 유언에 따라 대부분 불길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지만 훗날 동생 허균에 의해 <난설헌집>이 세상으로 나오게 되면서 많은 문장가들에게 칭송을 받게 된다.
<사임당이 난설헌에게>에서는 본인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조선에서 일제강점기까지 남다른 삶을 살아온 여성들을 소개하고 있다.
욕망녀였던 문정왕후부터 규방이 아닌 공간에 살았던 기생들과 학자, 명창, 화가, 독립군, 소설가에 이르는 다양한 직업의 여성들의 독립적이고 진취적인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임당은 난설헌에게 소설가 강경애를 소개하며 현대를 살아가는 지금의 여성들에게 비록 당장 달라질 것 없는 현실일지라도 회피하지 말고 치열하게 살아가라 당부한다.
난설헌이 소개한 독립군의 어머니 남자현은 내 품 속의 자식을 지키고 교육하느라 일생을 보내는 우리와 달리 빼앗긴 나라를 되찾으려 목숨을 던지는 수많은 독립군의 어머니로 살다가신 분으로 우리가 진정으로 존경하고 받들어 모셔야 할 이 시대의 어머니라 생각한다.
사임당과 난설헌. 그녀들이 만약 남녀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에서 태어났더라면 그녀들의 삶과 예술성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지 않았을까?
분명 예전과 비교를 한다면 우린 좋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뿌리 깊게 남아있는 현모양처 운운하는 가부장적인 제도(여성의 무조건적인 헌신을 요구)와 여성이기에 자유로울 수 없는 출산과 자녀 양육은 큰 부담이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여성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여성에게는 취업문이 좁고 취업을 해도 승진, 보수, 일의 성격에서 차별 대우를 받는 등 여전히 여성이기에 겪어야 하는 부당함이 존재한다.
조선시대를 살았던 두 쎈언니는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자신을 사랑하고 자존감을 높이라고 말한다.
남녀 사이에 서로 대립하지 말고 품어주고 싸우지 말고 연대하라고 충고한다.
그리고 창조하는 여성, 역사를 만드는 여성이 되라는 바람을 전하고 있다.
내가 살아온 길보다는 좀 더 나은 세상을 살기 바라는 마음으로 나도 딸에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무엇보다도 자신을 사랑하라고.... 그리고 창조적인 여성이 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