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리산 암자기행 - 고요한 자유의 순간으로 들어가다
김종길 지음 / 미래의창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불교신자가 아니더라도 암자는 누구나 한 번쯤 찾아가는 휴식과 치유의 공간이 아닐까 생각된다.
등산을 하다 보면 의례 만나게 되는 곳이 산속 암자다.
산꼭대기 굽이굽이 골짜기 속으로 도로가 나면서 더 이상 오지가 없어지다 보니
산속의 사찰마저도 점점 고요함을 잃어가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하지만
여전히 암자를 찾으면 종교를 넘어 마음과 정신의 고요와 평화를 느끼게 되곤 한다.
템플스테이를 통해 절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
심신이 피곤하고 마음의 여유를 찾고자 할 때는 많은 도움을 받기도 한다.
암자의 고요함 속에서 번잡하고 어지러운 마음을 다독이다 보면
더욱 굳건해지는 나를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신혼시절을 진주에서 보내면서 주말이면 지리산을 자주 찾았었다.
가까운 산청과 하동 쪽의 쌍계사, 칠불사, 대원사, 내원사를 자주 가보았고
노고단을 넘어 화엄사도 가끔씩 찾았었는데
부산으로 이사를 한 후 일 년에 한번 찾아볼 정도로 지리산으로의 발길이 끊어지게 되었다.
그땐 임신을 한 상태라 산을 올라야 만날 수 있는 조그마한 암자보다는
차가 오를 수 있는 곳에 위치한 사찰을 찾아다녔는데
암자가 주는 고요와 평화보다는 관광객과 등산객이 분주히 오고 가는 번잡함을 더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아이들과 함께 템플스테이를 다니면서 암자가 주는
고요함 속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게 되었다.
<지리산 암자 기행>을 처음 펼쳤을 때 자주 다녔던 암자를 먼저 찾아보았다.
저자가 들려주는 암자의 주위 풍경을 머릿속으로 그리다 보면 직접 암자를 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암자에 오르는 길의 풍경들과 암자에서 내려다보는 지리산의 풍경들이 눈앞에 그려지는 것 같았다.
어머니의 치마폭처럼 넓은 지리산 속에는 50여 곳의 암자가 있다고 한다.
저자는 10년 동안 50여 곳의 암자를 모두 순례하고 그
중 23곳을 다시 순례한 후 <지리산 암자 기행>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지리산 암자 순례를 다니며 부처의 세계란 결국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세계,
우주 자체, 우리 자신이라는 걸 깨닫는 과정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스스로를 깨닫는 '자리행自利行'과 남을 깨닫게 하는 '이타행利他行'을 실천하는 것이
지리산 암자 순례의 목적임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지리산 암자 기행>은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오마이뉴스에 필명으로 연재한 <김천령의 지리산 오지 암자 기행>을 수정 보완한 것으로,
지리산 암자를 본격적으로 다룬 첫 단행본이라는데 큰 의미가 있다.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마라. 一日不作 一日不食."
선 생활의 기본은 '행위에 의해 배운다.'는 것이다.
선승은 어깨에 힘주고, 엄숙하고, 얼굴빛이 창백한 사람이라기보다는
쾌활하고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로 비천한 일도 자진해서 하는 생활인이다.
선은 심원한 형이상학이 아니라 실생활인 것이다.
깨달음의 길을 걸어가면서 세속적인 일상생활을 보내는 것이 바로 선이다.
일정 기간 은둔 생활을 보내고 나면 세상으로 나오는 위대한 선승들이 있다.
부처 있는 곳에 머물지 않고, 부처 없는 곳으로 달려가는 것이다.
"평상심이 도다. 平常心是道."
평 삼심이란 꾸밈이 없고, 옳음과 그름이 없고, 취함과 버림이 없고,
연속과 단절도 없고, 천함과 성스러움도 없는 것이다.
지금 가고 머물고 앉고 눕는 행위가 다 도이다.
마조도 일선사는 이러한 일상의 마음이 곧 부처하고 하고
그 근원을 달마의 '일심一心'에 두었다.
"너희들 각자의 마음이 부처임을 확신하라.
이 마음이 곧 부처의 마음이다."
어떤 것에도 휘둘리지 않는, 자신의 성품을 오염시키지 않는 '본래의 마음',
번뇌와 집착이 없는 평상무사平常無事한마음이 곧 평상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