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들은 모두 인간에 관한 책을 썼지만
모든 사람을 위한 책은 아니었다.
한 번쯤은 들어봄직한 철학자들의 이름과 그들의 사상이 무슨 말인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을 때가 많았다.
교과과정을 통해 철학을 겉핥기씩으로나마 배우기 시작하는 아이들의
경우 또한 큰 차이는 없는 듯하다.
도덕이 젤 이해가 안 된다며 어려워하는 아이들에게 딱히 설명을 해줄
수도 없는 엄마의 무지함에
조금은 철학을 쉽게 설명해 이해를 도울 수 책이 없을까? 찾다가
접하게 된
<오, 철학자들!>은 세계적인 동화작가 헬메 하이네가
쓰고 그린 철학 에세이집이다.
그는 이 책을 복잡하고 어려운 서양 철학과 철학자들을 짧고 쉽게
설명하면서,
철학에 대한 호기심을 일깨우고 싶은 마음에서 썼다고 한다.
2500년 이상 이어진 서양 철학사를 이뤄온 철학자들의 진면모를
가감 없이 드러내며
그들의 힘들고 고생스러웠던 인생뿐 아니라 재기발랄하고도 엉뚱한
사상적 면모와 인간성을 그려낸 책이다.
철학 책이라면 고루하고 지루하며 방대한 양에 짓눌려 책장 한
장 넘기기가 벽돌 한 장을 넘기듯 무겁고 힘들었던 것 같은데
헬메 하이네의<오, 철학자들!>에는 짧게는 3페이지에서
길게는 5페이지에 불과한 철학자들의 이야기에
인생에 대한 풍자와 달콤 쌉싸름한 삶의 진리, 그리고 인식을 깨우는
촌철살인의 어록들이 담겨 있다.
철학! 하면 일단 버거움을 느끼게 하는 '양'에 욕심을 버린
대신에, '질'적으로 색다른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으며
일반적인 철학 교양서가 취하고 있는 연대기적 흐름에 집착하지
않았고
한 명의 철학자가 주장한 모든 사상을 이해하라고 강요하지 않고
있다.
가볍게 이런 철학자가 있었고 이런 사상을 가지고 있었으면 이런
명언을 남겠다란 정도로
철학자들과 철학에 대한 호기심을 일깨워줄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기에 어려움이 없는 철학 안내서쯤 되지
않을까?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이기도 한 저자는 <오,
철학자들!>에 소개하는 철학자들의 얼굴을 직접 그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실제 얼굴보다는 철학자들이 쓴 책과 언어, 살아온 삶을 만나는 동안
저자가 느끼고 상상한 모습으로 묘사했다고 한다.
저자가 그려낸 웃기고 괴팍한 멋진 철학자들의 맨얼굴을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한 철학 에세이집이다.
독일 철학자 카를 야스퍼드는 '철학은 보통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단다.
<오, 철학자들!>을 읽으며 모든 철학을 이해할 순
없지만
철학자들과 철학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켜 준 점만으로도 즐거운 책
읽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철학이 뭘까?
철학은 자연과학과 신학 사이에 있는 학문이야.
과학자들은 알기를 원하고,
신학자들은 믿기를 원하고,
철학자들은 안다고 믿어.
이 세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모두 정신을 연구하지.
신학자들은 기도 속에서 성스러운 정신(성령)을 찾으려 하고,
과학자들은 실험을 하면서 정신을 헤아리고, 측정하고, 무게를
달아.
철학자들은 시대정신을 비판하지.
철학을 한다는 건 모든 것에 의문을 던지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