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약 집을 짓는다면 - 후암동 골목 그 집 이야기
권희라.김종대 지음 / 리더스북 / 2016년 4월
평점 :
품절


 

1년전쯤인가 TV를 통해 남산이 보이는 후암동에 집을 지은 몽블랑하우스 이야기를 본 기억이 난다.

<우리가 만약 집을 짓는다면>은 그 몽블랑하우스를 직접 지은 부부의 집짓기 고군분투 이야기다.

땅 찾기에서부터 완공에 이르기까지 '살고 싶은 집'을 실현한 500일간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살고 싶은 집'을 꿈꾸는 일은 행복하지만 '집을 짓는 과정'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험난하다는 현실을 깨우치게 해준 책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나만의 집 짓기를 계획하고 실행하고자 하는 초보 건축주의 입장에서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세세하게 집짓기 과정을 기록해 두었기에 집짓기 입문책으로 추천하고픈 책이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화면 속에서 봤던 그 공간들이 이런 과정을 거쳐 지어진 곳이라는 걸 알게 되는 재미도 솔찮았다.

방송을 보지 못했었더라면 저자가 소개한 영국의 오픈하우스처럼 서울을 방문할 일이 있다면 후암동 몽블랑하우스를 구경하러 갔을지도 모를 일이다.ㅎ


"집은 자존적인 삶으로 나아갈 수 있는 첫걸음이다."

필요 이상으로 크고 화려한 집의 무게에 눌려 삶이 엉망이 되어버리는 것보다

어떻게 사는 게 자신에게 맞는가를 치열하게 고민하며 각자의 취향이 반영된 집에 살아보는데 더 의미를 두었다는 부부는

그들이 몸소 겪었던 바보 같은 집 짓기를 시작하면서 각종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8개월여 간의 공사기간을 견뎌낸 후

그들이 그리고 꿈꿨던 집 짓기를 완성한다.

그리고 후회하지 않는다고 분명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나만의 집을 꿈꾸는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일률적으로 찍어내듯 만든 아파트에서 수십 년을 살아오면서 편리한 점도 많지만 공동주택이라 불편을 감수하고 살아야 하는 일들도 많았다.

아이가 어릴 땐 맘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고픈 맘에 단독주택을 꿈꿔보기도 했는데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앞으로 우리 두 부부만 남게 된다면 큰 평수의 아파트도 짐처럼 느껴지고 창살 없는 감옥에 갇힌 듯 갑갑할 것만 같았다.

우리 부부 역시 인생 2 막을 준비하며 집 문제를 많이 의논하곤 한다.

작고 아담한 상가가 하나 딸린 집에서 살자. 조그마한 텃밭이 있으면 참 좋을 것 같다.

개방형 옥상에 우리만의 테라스를 만들어 밤하늘을 벗삼으며 살아보는 것도 멋질 거 같다.

도시보단 한적한 교외가 나을까? 나이가 들면 도심 속에 사는 게 여러모로 이득이라는데 도심 속 번잡하지 않은 곳은 없을까?

처음엔 어떤 집을 지을지를 이야기하다 보면 결국 어디다 집을 지을지를 고민하게 된다. 그리곤... 뭐 하며 먹고 살지??ㅎㅎ


<우리가 만약 집을 짓는다면>의 저자 또한 아이가 맘껏 뛰어놀 수 있는 집을 원했고 가족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집을 짓길 원했다.

부부의 능력만으로는 여의치 않아 부모님께 도움을 청했고 부모님을 모시고 3대가 살 수 있는 집을 디자인하게 된다.

3대가 살지만 각 세대를 철저히 분리시켰으며 프리랜스 업무를 주로 하는 부부의 직업에 맞춰 사무실을 겸한 공간을 1층에 마련했다.

맘껏 뛰어놀 수 있는 딸을 위해 1층에 정원을 옥상엔 가족실 겸 옥상정원을 만들었다.

몽블랑 하우스가 좀 더 특별하게 느껴진 건 아마도 가족의 취향을 잘 탐구해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집을 지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실내건축 디자이너인 아내가 직접 설계한 공간디자인과 자재 하나라도 허투루 쓰지 않은 디자인적 감각도 크게 한몫했다고 본다^^

하지만 현실은 녹녹치 않았다.

예산이 넉넉해서 시공자, 설계자, 건축주 모두가 기분 좋게 집을 짓는다는 건 환상에 가까운 일임을 과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정말 토가 나올 정도로 괴롭고 힘든 시간들이었다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만약 집을 짓는다면>을 읽으며 크게 깨달은 바가 있다면 앞으로 우리 부부가 직접 집을 지을 일은 없을 것이라는 거다...^^;;;

회사 생활을 하며 준비한다는 건 엄두도 못 낼 일이고, 정년퇴직 후의 도전은 더욱더 무모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서글픈 맘까지 들었다.

저자가 얘기했듯 집 짓기는 대단히 행복하고 즐거운 과정이어야 하는데 그것을 가로막는 환경이 너무 부담으로 다가온다.

주택시장이 더 활성화되고 성숙해져 좀 더 개선되기를 바랄 뿐....


희로애락이 담긴 집 짓기를 성공한 몽블랑 하우스의 저자는

집 짓는 과정이 힘들긴 했지만 그들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들에 집중할 수 있었기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삶의 질을 바꿀 수 있는 의미 있는 실천이었다고 생각한단다.

그런 노력들을 통해 취향을 개발하면 더 만족스러운 인생을 살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집이란 건 처음부터 완벽할 수가 없다.

사람이 들어와 살면서 가꾸고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 없이는 완성될 수가 없는 것이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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