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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도 사랑해도
유이카와 케이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사 / 2016년 5월
평점 :
여자에게 있어 사랑의 유효기간은 언제까지일까?
60대의 오토와 할머니, 40대의 시노 엄마, 곧 서른 살이 되는 동갑내기 자매 리리코와
유키오
다소 복합한 사연으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자매가 된 리리코와 유키오를 딸처럼 손녀처럼
키워온 시노와 오토와.
<사랑해도 사랑해도>는 이들 가족의 연애와 결혼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내면서
진정한 사랑과 가족의 의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다.
일본에서는 2007년 영화로 제작될 만큼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던 작품이기도 하단다.
리리코와 유키오에게는 49세의 엄마와 69세 할머니가 있다.
할머니 오토와는 젊은 시절 게이샤를 거느리며 오키와를 운영했었고
엄마 시노는 젊은 시절 게이샤였었다.
시노는 게이샤 생활을 그만두고 아이가 있는 유부남과 결혼을 하게 되는데
3년 만에 남편이 죽으면서 홀로 남겨진 딸 리리코를 자신의 딸로 받아들여 키우게 된다.
할머니 오토와가 운영했던 오키와에 있었던 한 게이샤는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되어 아이를 가지게
되지만
끝끝내 아이의 아빠를 밝히지 않고 아이를 낳아 키우지만 곧 병들어 죽게 되고 홀로 남겨진 아이
유키오를
오토와(할머니)와 시노(엄마)가 거둬들여 모두 네 명의 여자가 한 가족을 이뤄 살게 된다.
리리코는 도쿄에서 드라마 작가로서의 성공을 꿈꾸며 밑바닥에서부터 대필 작가로 일하며
열정적으로 노력하며 살고 있지만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
사랑했던 남자친구는 리리코와의 결혼을 빌미로 꿈을 접고 아버지의 가업을 잊게되지만
리리코는 그가 꿈을 포기했다는 이유로 이별하게 된다.
하지만 연인도 아닌 친구도 아닌 어정쩡한 관계를 이어가며 만남은 계속된다.
유키오는 어릴 적부터 우등생으로 자라 대형 부동산 회사를 다니며 승승장구하며 살지만
사랑하던 남자 집안에서 유키오의 가족사를 알게 되면서 이별하게 되면서 자살을 시도했던 아픔을
가지고 있다.
더 이상 사랑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며 단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유부남을 만나며 불륜을
저지른다.
49세의 엄마 시노는 할머니와 함께 운영하는 요릿집에 야채를 제공해주는 농부 아저씨와 사랑에 빠져
결혼을 선언한다.
69세의 할머니 오토와도 지역의 유명 도자기 가계 주인과 사랑에 빠져 결혼을 선언한다.
하지만 엄마 시노는 남자 집안의 반대로 비록 결혼은 깨어졌지만 사랑을 포기하지 않았고
할머니 오토와는 결혼을 앞둔 신랑이 노환으로 쓰러져 결혼이 어렵게 되었지만
'살기 위해 사랑을 선택'하는 지순하고 과감한 결단으로 결혼을 강행한다.
여자로서 이미 많은 것을 포기하게 되는 나이라 생각했는데
두 딸의 눈에 비친 엄마와 할머니의 모습은 사랑에 푹 빠져 사랑스럽고 행복해 보였다.
사랑이 힘겹기만 한 리리코와 유키오는 엄마와 할머니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사랑과 가족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 유키오 -
사랑이나 연애 따위는 일정 나이가 되면 졸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은 필요치 않아지는 시기, 까맣게 잊게 되는 시기가 반드시 온다고 생각했다.
더 분명하게 말하면, 그렇게 되는 날이 온다는 사실에 기대는 마음도 있었다.
이제 사랑도 연애도 필요 없다. 없어도 외롭거나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혼자서도 평온하게 지낼 수 있고, 그렇게 해서 자기라는 존재를 완성할 수 있다.
하루빨리 그렇게 되고 싶었다. 어서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그런데 역시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사람은 언제든 누군가를 원하고, 사랑하고, 기대고 싶어 하는 생물인 듯하다.
그 깨달음에 유키오는 낙담했다.
그렇다면 언제가 되어야 사랑과 연애라는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일까.
< p.86~87 >
- 할머니 오키와 -
“옛날에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만 … 젊은 시절에는 사랑을 위해서 살지만, 나이가 들면 살기
위해서 사랑을 한다고.”
할머니 입에서 ‘사랑’이라는 말을 듣기는 처음이다.
아주 청결한 울림을 지닌 상큼한 말처럼 들렸다.
“나도 조금은 더 살 수 있다는 뜻인지도 모르겠구나.”
유키오는 가와데 노인을 떠올렸다.
나이가 들어서하는 사랑이 목숨과 이어져 있다면, 그것은 마음 든든한 일일까, 아니면 잔인한
일일까.
< p.123 >
- 엄마 시노와 리리코 -
인생에 딱 한 번인 사랑에 모든 것을 바치는 삶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랑은 언제든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그럴 생각이 없었는데도, 돌아보면 이미 몸도 마음도 완전히 푹 빠져 있다.
“잘 됐잖아, 엄마. 좋은 사람을 만나서.”
어른이 되어 갈수록, ‘사랑 따위’라면서 겸연쩍어하거나 포기하거나, 때로는 조롱하는 일까지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오만이다.
사람은 누구든, 언제나 사랑을 기다린다. 사랑하는 사람을 애타게 기다린다.
사랑만큼 사람을 불태우는 것도 없으니까.
< p.138 >
- 엄마 시노와 리리코 -
“설마 리리코 너, 결혼이 여자의 행복이라 여기는 건 아니겠지.
너희들 세대는 결혼 같은 거 안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지 않아?”
“물론 그렇지. 결혼이 곧 행복이라고 생가지 않아.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그렇게 많은 부부가 이혼할 리 없잖아.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사는 건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해.
난 엄마의 결혼을 원하는 게 아니야,
엄마의 행복을 바라는 거지.”
< p. 257 >
- 유키오와 리리코 -
“있지, 언니, 어렸을 때 우리 둘이 집 나가서 우치나다 해안에 갔던 거, 기억해?”
뜬금없이 리리코가 물었다.
“물론
기억하지.” 유키오가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까지 나도 여러 가지 일이 많았어.
지금은 이렇게 잘 지내고 있지만, 정말 너무너무 힘들어서 죽어 버리고 싶었던 일도 있었고.
그런데 그럴 때마다 생각나는 거야. 언니랑 우치나다 해안에서 봤던 그 석양 말이야.
태양도 돌아갈 장소가 있다는 것처럼
내게도 가나자와 집과 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언니가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몰라.”
유키오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 p.333~334 >
- 할머니 오키와 -
“정식 결혼은 아직 안 했지만, 난 말이지, 사와키 씨와 결혼 약속을 한때부터 부부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부부는 서로 도우면서 사는 게 당연한 거야.
나는 사와키 씨에게 뭘 바라고 결혼하겠다고 나선 것이 아니야. 난 사와키 씨에게 뭔가 해 주고
싶어서 결심한 게다.
사와키 씨가 죽지 않아서, 하느님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사와키 씨가 살아 있으니 나도 살아갈
수 있어.
사와키 씨를 위해서가 아니야. 희생을 치른다는 생각도 없고. 나를 위해서 사와키 씨 곁에 있겠다는
거다. 그게 전부야.”
오토와의 표정에 망설임은 없었다.
그 자리에 있는 것은 한결같은 마음으로 결심한 자만이 지닐 수 있는 당당함으로 가득한, 한
인간이었다.
< p.37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