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소 되다 한림아동문학선
핼리 혜성 지음, 사사메야 유키 그림 / 한림출판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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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인지 어른들 말인지 ‘밥 먹고 누우면 소된다! 고들 했다. 먹고 누워있으면 살찌기도 하고 게을러질까 우려되어서 하는 얘기일 것이다. 하지만 힘든 직장 일을 마치고 한 시간 정도 차를 운전해 퇴근하다 보면 식사를 마치자마자 졸게 마련이다. 소파에 조금만 앉아있다 씻어야지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눈이 감긴다. 딸아이가 읽고 있는 ‘아빠 소 되다’ 이 책의 표지만 보고는 혹 내 얘기인가라는 생각에 슬쩍 책장을 넘겨본다.

책 속의 아빠는 가족부양의 책임감과 직장에서의 미약한 존재감 그리고 가정에서의 소외감이 중년 남성을 어느 한순간 소가 되게 만들었다. 그리고 소가 되어버린 아빠를 현실로 받아들여야 하는 가족들의 당혹감과 아빠가 배출해 내는 엄청난 양의 배설물을 청소를 해야 하는 자녀들의 갈등 그리고 남편 대신 가족부양의 의무를 지게 된 엄마의 고달픈 자기 일 찾기가 전개된다.

현실적 어려움으로 창고 구석에 숨겨야 하는 가족들의 미안함과 그것을 수긍하려고 하는 모습에서 평소의 가족에 대한 우리 아빠의 모습이 투영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소로 변한 아들을 처음 보는 순간 자신의 아들임을 깨닫고 가장의 노릇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을 아들의 등을 쓸어내리는 늙은 할머니의 손길에서 “사랑은 내리사랑”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옮긴이는 가족의 시선과 아빠의 시선 그리고 할머니의 시선으로 책을 세 번 읽기를 권하고 있다. 할머니의 시선에서 이 책을 읽어낼 때면 눈물이 앞을 가려 책을 읽을 수 없을 지경이 된다. 자신의 사랑하는 아들이 소가 되는 엄청난 사건 속에 덤덤히 자신이 책임지겠다면 고향으로 데려가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난 어머니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손자, 손녀가 예쁘다고 한들 그 들을 위해 고생하다 소가 되어버린 아들을 보면 어떻게 속이 상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며느리와 손자, 손녀들에게 아빠가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며 머리를 숙일 때는 참았던 눈물이 오열로 변한다. 하지만 아빠라서 소리 내지 못하고 속으로 소리를 삼킨다. 늘 그러했던 것처럼...

아내는 화물칸에 실려 떠나는 날 화물기사에게 아빠의 코와 머리에 묶인 밧줄을 풀어줄 것을 부탁한다. 그리고 소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무지르며 조그맣게 마지막 인사말을 한다.  “여보……. ”, 음매……. 음매…….

이별은 어떤 방식이든지 아프다.  하지만 이 이별은 기다림이 있다.  사람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올 기다림이 있다.

어쩌면 늙은 엄마 곁에서 편안한 안식을 찾은 아빠가 다시 현실의 아빠로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른다.  모두가 그토록 필요한 아빠의 존재를 깨달을 때에는…….

 

<딸이 쓴 글입니다.>

제목을 보고"부모님께서 밥 먹고 바로 누우면 소 된다."라고 하시던 말씀이 생각났다. 처음에는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인 줄 알았지만 읽다 보니 웃픈이야기였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푹 빠져 읽게 되었다.

월요일 아침, 아빠가 소가 되었다. 그것도 다다미방에서. 등 길이만 해도 얼추 2미터는 될 것 같았고 몸통은 드럼통 같았다. 길쭉한 얼굴 양쪽에는 커다란 귀가, 머리 위에는 뿔이 있었다. 엉덩이에는 꼬리까지 달려있었다. 발은 발가락이 아닌 발굽이었다. 처음에는 믿기 힘들었지만 발굽으로 찢어진 셔츠를 밟고 서있는 모습을 보자 믿을 수밖에 없었다. 나랑 누나랑 엄마는 상당히 오랜 시간, 마네킹처럼 서 있었다. 침묵을 깨고 누나가 말했다. "뭐야.....?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거지?""  난들 어떻게 안담. 정확한 건 이 소가 분명히 아빠이고 어젯밤까지는 아빠가 사람이었다는 것이었다. 어제 아빠는 맛있는 고기를 먹고, 밥도 한 공기 더 먹고, 맥주를 마시고, 개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박장대소했다. 그리고 밥을 다 먹자마자 썰렁한 개그를 던지고 바로 잠들었다. 그리고 날이 밝으니 소가 되어 있었다. 아빠는 이제 말을 할 수 없고 음매~하고 울기만 한다. 사람 말을 알아듣지도 못하고 회사는 물론 갈 수 없었다. 아빠는 그저 밥을 먹고... 아니 사료를 먹고 똥만 쌌다. 나는 계속 아빠 때문에 점심도 못 먹고 아빠 회사에서는 전화가 계속 왔다. 그러던 어느 날 걱정했던 일이 찾아왔다. 아빠의 부하 직원이 우리를 찾아왔다. 엄마는 얼렁뚱땅 거짓말을 하여 회사문제를 쉽게 해결했다. 이렇게 조용히 끝났으면 좋겠지만 역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나팔 아줌마는 요즘 우리 집이 이상하다며 찾아왔다. 엄마는 나팔 아줌마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었지만 나팔 아줌마는 믿지 않았다. 그런데 아빠가 난리를 치는 것이다. 쿵! 쿵! 집안이 흔들리고 액자가 떨어지고 그릇이 깨졌다. 나팔 아줌마는 다행히 기억을 하지 못했지만 충격이 컸는지 후유증이 심했다. 우리는 아빠를 창고에 가두게 되었고 아빠는 움직일 수도 소리를 낼 수도 없게 되었다. 며칠 뒤 할머니께서 우리 집에 오셨다. 그런데! 할머니께서 갑자기 "근디, 너희 집에 소있제?" 라고 하셨다. 할머니는 성큼성큼 창고로 가서 소를 보자마자 "에구머니나.... 이건 요시오로구나" 할머니는 딱 보자마자 자신의 아들이 소가 되었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러고는 자신이 사흘 뒤 시골로 데려가 키우겠다고 하셨다. 할머니는 자신의 아들 때문에 힘들었을 거라고 미안하다고 하셨다.

드디어 아빠가 할머니 집에 가는 날. 아빠를 목욕시키고 아빠방에 가서 이것저것을 보며 얘기를 나누었다. 차가 도착했다. 이제는 진짜 아빠가 떠났다. 며칠 뒤 할머니께 편지 하나가 왔다. 편지에는 할머니와 아빠가 행복한 표정으로 찍은 사진이 있었다. 아직은 아빠가 사람으로 돌아오지 않았지만 곧 사람으로 돌아올 것 같다.

아빠가 떠나는 날, 목구멍이 뜨겁게 콱 막히는 것 같았다. 아빠는 가족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고 싶었고 자유로워지고 싶어서 소가 된 것 같다. 아이들 입장에서 봤을 때는 당황스럽고 놀랐을 것이다. 아빠를 이해해보고 따뜻하게 대해 줬을 것 같다. 아내 입장에서는 속상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걱정이 되었을 것이다. 할머니 입장에서는 많이 속상하고 미안하고 걱정되었을 것이다. 나라면 할머니처럼 지혜롭게 해결하지 못 했을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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