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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 - 내 마음대로 고립되고 연결되고 싶은 실내형 인간의 세계
하현 지음 / 비에이블 / 2021년 6월
평점 :
품절
무심코 지나쳤던 감정들에 빛을 비추면
뜻밖에 내가 나여서 좋은 순간들이 발견된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의 경험, 생각, 느낌들도 저자 하현을 통해 글로 쓰이면서 특별한 이야기가 되는 것 같다.
나도 이런 일들을 경험했었고, 생각했었고, 느꼈던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냥 무심히 지나쳐버렸었는데, 저자는 그런 상황들 속에서 행복을 찾아나간다.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편안함이 물씬 느껴지면서, 까마득했던 기억들까지도 소환되면서 살며시 미소가 그려지기도 한다.
저자 나이가 서른 즈음으로 유추되는데, 그때의 나는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떻게 살았었는지를 떠올려 보다가, 곧 사회로 발을 내딛게 될 나의 아이들은 어떤 세상을 살아가게 될지도 상상해보게 되었다.
평범함이 약점처럼 여겨질 때가 있다.
특별해지고 싶어서, 빛나는 누군가처럼 살고 싶어서, 나로 사는 건 아무래도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며 평범한 나로도 특별히 행복해지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우리가 부족하고 또 넘치는 존재라서 생기는 뜻밖의 기쁨을 알아차리게 된다.
매일매일 특별할 수 없고, 특별한 필요도 없는 것이었다.
모든 삶이 특별하다는 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거짓말 같아요.
모두가 소중할 수는 있어도 모두가 특별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알아버렸거든요.
그렇다면 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평범한 나로도 즐겁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것.
요즘 제가 가장 열심인 일은 바로 이것입니다.
- 10 p -
사용자의 편의에 따라 자유롭게 연결하고 분리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품을 모듈형이라고 한다.
나는 모듈형 인간이 되고 싶은 것 같다.
블록을 조립하듯 마음대로 세상과 연결되고 분리되는 사람, 외톨이가 아닌 채로 혼자일 수 있는 사람,
약속이 취소되면 나는 함께라는 가능성을 가진 채로 기쁘게 혼자가 된다.
- 18 p -
같은 곳에 살아도 마음속에 무엇을 품고 있는지에 따라 사람들은 각기 다른 세상을 본다.
집을 찾기 시작하면 집만 보이고, 나무를 찾기 시작하면 나무만 보이는 것처럼.
집을 찾는 사람이 나무를 찾는 사람을 만날 때 세계는 조금 낯설어지고, 꼭 그만큼 넓어진다.
혼자서는 아주 좁고 얕은 세계밖에 볼 수 없어서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 무엇을 찾고 모으는지 곁눈질로 열심히 힐끔거린다.
그렇게 서로를 기웃거리며 우리는 어제보다 조금 더 먼 곳을 본다.
- 42 p -
지킬 게 많은 사람과 잃을 게 없는 사람 중 강한 건 어느 쪽일까.
지킬 것이 많다는 게 꼭 가진 것이 많다는 뜻은 아니었다.
어떤 사람은 아주 많은 걸 가지고도 아무것도 지키려 하지 않았고, 어떤 사람은 거의 아무것도 가지고 않고도 아주 많은 것을 지켰다.
아무리 생각해도 잃을 게 없는 사람보다 지킬 게 많은 사람이 더 강한 것 같다.
지킬 것이 많아 걱정할 일도 겁낼 일도 많겠지만, 소중한 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그 마음이 결정적인 순간 그들의 용기가 되는 것을 알겠다.- 107~108 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