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계절의 클래식
이지혜 지음 / 파람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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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명곡을 추천하고 작곡가나 작품에 얽힌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클래식 해설서들은 다양하다.

이번에 읽어본 책 <지금 이 계절의 클래식>은 '계절'이란 단어가 이미 제목 속에 들어있듯, 계절마다 우리가 반드시 들어야 할 클래식 명곡 혹은 그 계절을 제대로 감각하게 만드는 클래식 라인업 33곡을 쉽고 흥미로운 인문학 해설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저자 이지혜는 클래식 음악 해설가로 활동 중이며, 국내 유수 교향악단의 연주회에서 작품을 해설하거나 음악회를 진행하며 청중의 이해를 돕고 클래식 음악에 대한 친밀감을 놓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각각의 계절마다 유독 끌리는 음악이 있고 그때마다 즐겨 듣게 되는 음악이 있다.

가요나 팝의 경우는 플레이리스트를 계절별로 나눠 놓기도 하는데, 클래식의 경우는 그냥 폴더가 하나였었다.

솔직히 클래식을 즐겨듣지 않았었고, 들어도 뉴에이지, 영화·드라마 OST 위주의 연주음악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누구나 들어서 알 만한 명곡이나 작곡가들의 곡들도 굳이 찾아서까지 듣진 않는 편이었는데, 이 책<지금 이 계절의 클래식>을 읽으며 계절이 주는 교감 같은 걸 느낄 수 있었던 것일까... 덕분에 나의 플레이리스트에 클래식곡 관련 폴더가 늘었다.

이 책은 단순히 눈으로만 읽기보다는 계절별로 소개되는 명곡을 찾아 함께 들으며 책을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저자 또한 계절과 관련된 인문 클래식 가이드로 이 책을 출간하게 된 이유도 모든 예술가들이 계절과 교감하며 영감을 받았듯, 이 책을 읽게 되는 독자들도 눈과 귀로, 좀 더 나아가 오감을 활짝 열어 이 계절과 클래식 음악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고 전하고 있다.

2020년 가을 한가운데 출간된 이 책은 '봄'이 아닌 '가을'부터 시작한다.

어느 계절의 음악이든 다 좋았지만 지금 이 계절, 가을부터 시작되는 클래식 음악의 향연 덕분에 더욱더 깊이 책 속으로 빠져들 수 있었던 것 같다.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을 작곡한 '프란시스코 타레가'는 스페인의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다.

피아노나 바이올린 같은 독주 악기로 화려하게 기교를 뽐내는 비르투오소 연주자들이 대거 등장하던 시대에, 상대적으로 음량도 작고 이렇다 할 기교도 없는 기타 연주로 청중들의 심금을 울렸기 때문이다.

그는 기타 연주를 위한 각종 주법을 연구하고 계발하는데 더욱 몰두했으며, 클래식 거장들의 작품을 기타로 연주할 수 있도록 편곡하여 유명한 클래식 작품을 기타 솔로로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다.

생애 후반에 들어 건강상의 문제로 오른손 손톱이 자라지 않게 되자, 어떻게든 기타 연주를 해보기 위해 손끝 살을 이용해서 연주하는 주법을 개발했는데 그게 바로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에 등장하는 '트레몰로 주법'이다.

손가락을 바꿔가며 연이어 줄을 퉁기면 음향이 더욱 풍성해지고 부드러운 사운드가 연출된다.

절실함은 곧 예술이 되었다.



믿거나 말거나, 리스트 아버지의 유언 중에는 '여자를 조심하라'라는 내용도 있었다고 한다.

훤칠한 키에 단발머리를 한 청년이 성큼성큼 무대로 걸어 나오는 순간, 여성들은 환호했다.

뛰어난 실력과 훌륭한 외모까지 겸비한 리스트는 그의 발길이 닿는 곳이면 구름같이 모여든 여성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였고, 리스트의 이런 '비주얼형' 외모를 적극 활용해, 등을 보이면서 연주하던 관행을 깨고 무대 정중앙에 피아노를 두되 옆모습이 잘 보이도록 배치했다고 한다.

이런 피아노 배치는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파리의 사교계를 주름잡았고, 역사적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던 그였지만 마지막 연인이었던 카롤리네 공작부인과 사랑의 결실을 맺는데 결국 실패하고 성직자의 길로 들어선다.

<사랑의 꿈>은 연인 칼로리네를 위해 마련한 곡이다.

1곡 <고귀한 사랑>, 2곡<가장 행복한 죽음>, 3곡<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라>으로 구성한 세 가곡을 피아노 독주용으로 편곡해 '세 개의 녹턴'이란 제목을 붙였으며, 그중 세 번째 곡을 <사랑의 꿈>이라 부른다.



쇼팽은 <녹턴>을 두고 "피아노로 부르는 노래"라고 했다.

<녹턴>은 쇼팽이 열일곱 살(1827) 때부터 쓰기 시작해서 세상을 떠나기 2년 전까지(1847) 쓴 작품들이다.

3~4분 내외의 짧고 간결한 곡조들로 모두 21곡이다.

<녹턴>은 쇼팽의 새을 관통하며 흐는 노래들인 셈이다.

형식의 구애 없이 마치 일기를 쓰듯이 자유로운 감상을 표현했으며, 누구에게도, 무엇으로부터도 구애받지 않으며 써낸, 혼잣말 같은 작품이다.

담백하면서고 세련미가 있다.

책 속에 소개되어 있는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녹턴>전집을 들으며 책을 읽으니 이 계절, 가을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곡들인 것 같다.



1년 중 그 어떤 날보다도 '1월의 첫날(또는 첫 주)에 들어야 하는 곡'으로 권하는 곡은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다.

실제 새해의 첫날 전 세계에게 가장 먼저 열리는 정기 연주회는 빈 필하모니의 신년음악회인데, 매년 1월 1일 오전 11시 15분, 빈에 위치한 무지크페라인의 골든홀에서 성대하게 치러진다.

연주곡 대부분은 요한 슈트라우스 일가의 왈츠와 폴카, 갤럽 등 춤곡들이며, 독보적인 우아미를 발산하는 빈 필하모니의 연주, 매년 새롭게 등장하는 지휘자의 퍼포먼스, 그리고 이제는 모두가 알고 있는 세 곡의 앙코르 연주까지, 이 세 가지는 놓쳐서는 안 될 신년음악회의 관전 포인트다.

이 글을 쓰면서 2016년 빈 필 신년음악회에서 연주한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를 듣고 있는데, 꼭 기억해두었다가 새해 첫날 아침에 이 곡을 다시 듣고 싶다.

새해의 첫 아침에 이 곡을 들으면 기분 좋게 새해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ㅎㅎ



새해의 첫 아침을 여는 곡으로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가 있다면 한 매년 마지막 날 해가 저물 때, 그리고 새해의 의지를 다질 때에는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듣는다.

베토벤 최후의 교향곡 9번은 100년 가까이 악기들로만 연주해오던 교향곡에 최초의 '사람의 목소리'를 더해 완성됐다.

인류가 잊지 않아야 할 인간 중심의 가치와 혁신의 방향을 제시하는 작품인 동시에 전혀 듣지 못하는 작곡가의 불굴의 의지와 성취가 담겨있는 작품으로 <합창>은 인류의 화합과 환희를 주문하고 노래한다.

<합창>교향곡은 100여 명이 참여하는 관현악단과 솔리스트 4명, 그리고 100명 이상의 합창단이 한 무대에서 연주하는 실로 엄청난 규모의 대곡으로, 네 악장 전곡을 듣는 데는 약 70여 분이 걸리고 4악장만 들으면 25분 정도가 소요된다.

저자는 연말이어도, 연중이어도 좋으며 어느 지휘자, 어느 악단의 연주라도 좋으니 <합창>교향곡 전곡을 감상해 볼 것을 권한다.

혹시라도 망설여진다면 4악장부터라도 시작해보기를, 그리고 초심자일수록 라이브 연주를 권하면서 '나만의' 교향곡 9번 <합창>을 경험해보길 바란다고 했다.



<합창> 교향곡이라는 위대한 작품의 탄생은 베토벤 이후에 활동한 작곡가들에게는 부담과 고통을 지우는 '족쇄'이기도 했다. 작곡가 중 브람스가 심적 압박으로 <교향곡 1번>을 발표하기까지 무려 20여 년을 고민했다는 일화와 더불어 그의 <교향곡 1번>에 대해 '드디어 교향곡 10번 이 탄생했다'고 칭찬할 정도로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합창>의 존재는 거대한 산이었다. 심지어 작곡가들 사이에서는 '나인 심포니의 저주'라는 괴담이 나돌았다. 베토벤이 아홉 개의 교향곡을 남기고 사망한 바로 다음 해에, '슈베르트가 아홉 번째 교향곡을 쓰더니 서른 살에 요절하더라…'로 시작된 괴담은 '교향곡을 아홉 개 이상 쓰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내용으로 번져갔다. 예상보다 괴담의 영향력은 강력해서 작곡가 브루크너는 괴담을 의식해 '0'번 교향곡 넘버링을 시작했고, 작곡가 말러 역시 9번 대신 '대지의 노래'라는 제목을 붙여 피해 갔다. 섬뜩한 괴담이 생겨날 정도로 베토벤의 교향곡은 대단한 업적이라는 의미이다.

한편 최초로 CD가 개발되어 녹음이 가능한 시간을 70분으로 설정하는 기준이 된 것도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이다. 이런 자문을 한 사람은 지휘자 카라얀이었고, 그는 베토벤의 교향곡 전 곡을 정말 대단히 아껴서 10년에 한 번꼴로 무려 세 번이나 녹음하기도 했다.

20세기에 들어서 교향곡 <합창>은 올림픽이나 베를린 장벽 붕괴 기념 공연 등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전하는 무대에서 주로 공연되었다. 사실 연말 레퍼토리가 된 것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1918년 12월 31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의 공연이 최초였다. 자정에 맞춰 4악장을 동시에 연주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들은 지금도 송년음악회를 <합창>으로 공연한다.

(154~15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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