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갈 집이 있다
지유라 지음 / 메이트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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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저자인 지유라 작가는 나무 위에 집을 그리는 화가로 활동 중이다.

추억이 깃든 세상의 집들을 나무 위에 아름다운 그림으로 담고 따뜻하고 감동적인 글을 더해 집 이야기를 출간했다.

여행을 다니면서 그려 온 집 그림에는 우리나라 구석구석에 있는 기억하고픈 집들과 책과 영화로 접하면서 꼭 가보고 싶었던 외국의 집들도 있다.

작품들 하나하나마다 따뜻한 마음이 있고 추억하고픈 행복한 기억들이 담겨있다.

저자에게 있어 집이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곳이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 집이란 돌아갈 곳이고 가족이고 그리움이다.

무한한 휴식을 제공해 주는 쉼터이며, 힘들고 지쳐 기운 빠진 몸과 마음을 빵빵하게 채워주는 충전소 같은 곳이다.

아무리 좋은 곳으로 여행을 떠나도 다시 집으로 돌아올 때면 "그래도 우리 집이 제일 좋구나"란 말이 절로 나온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혼일 때는 평생을 나고 자라온 친정이 그립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우리 집이 제일 편하고 좋은 곳이 돼버렸다.

친정집에서 뒹굴뒹굴해도 예전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은 우리 집뿐이다.

내가 우리 집을 이렇게 생각하듯 우리 가족들에게도 집이란 그런 존재이길 바란다.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는 곳!

어떤 마음이더라도 집은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보듬고 품어줄 수 있는 곳이며 쉬어갈 수 있게끔 자리를 내어줄 거라는 걸 잊지 말기를 바라본다.

먹고, 자고, 사고, 쉬고 ...

집은 가장 자유롭고 가장 솔직한 나만의 공간이다.

집은 휴식이 되고 안정이 되고 즐거움이 된다.

빠르게만 변하는 세상, 쫓기듯 살아온 나에게

집은 쉬어 가라 자리를 내어준다.

돌아갈 집이 있다.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16P)

지유라 작가가 <돌아갈 집이 있다>를 통해 들려주는 집 이야기에는 기억 저편에서 색이 바랜 추억의 집도 있고, 여행길에 만난 집, 친구네 집, 상상 속의 집들이 있다.

이렇게 책은 우리 집, 친구네 집, 길에서 만난 집 1, 2, 봄에 만난 집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야기마다 나무에 직접 그린 집 작품 사진이 함께 실려있어 한 권의 작품집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들고, 전시회를 다녀온 것 같기도 하다.

저자가 들려주는 다양한 집 이야기를 통해 추억의 집들이 새록새록 생각난다.

'집 좀 봐라'편을 읽으며 학창 시절 집이 비는 친구네 집으로 우르르 몰려가 놀았던 기억과 '집 냄새'편의 이야기처럼 그 집을 기억하게 되는 특유의 집 냄새로 추억된다.

시골 외할머니 집은 소 여물 끓이는 냄새로 기억되곤 했는데 시골길을 지나다 이 냄새를 맡게 되면 그때 그 시절로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될 때도 있다.

'그 남자네 집'을 읽으며 한창 연애하던 시절 헤어지기가 아쉬워 집 근처 골목길을 수없이 배회하며 걸었던 수많은 밤들이 기억나기도 한다.


'추억이 집'

집 그림을 그리다 보면 처음 4B연필을 잡았던 나의 초등학교 시절과 그 동네가 떠오른다.

고소한 소보루빵 굽는 냄새로 늘 군침 돌게 하던 제과점.

빨간 돼지 저금통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던 문방구.

외식 때 자주 가던 도라무통 깡통이 식탁이던 갈비집.

'일 원이요, 이 원이요, 천구백팔십삼 원이요' . 또랑또랑 숫자 읊던 소리와 상관없이 주판알만 튕겼던 주산학원.

친구와 함께 젓가락 행진곡을 치며 놀던 피아노 학원.

방학 때면 들렀던 외갓집 근처 시골 장터, 국밥집. 얼음집, 한복집, 쌀집, 연탄집, 기름집.

나랑 싸웠던 유리 집 아들 녀석 진규는 잘 살고 있을까?

지금은 사라진 추억의 집들….

아련히 떠오르는 행복했던 시절, 그 집을 나무에 그려본다.

(58~5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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