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거리, 1미터
홍종우 지음 / 메이트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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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거리, 1미터>의 저자 홍종우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다.

이제 갓 마흔을 넘긴 나이에 '관계'의 어려움을 해결해 줄 명쾌한 답을 내놓을 수는 없지만, 진료실에서 이뤄지는 작은 이야기들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싶어 이 책은 펴내게 되었으며, 책의 대부분은 저자의 진료실에서 오간 내용 중 '관계에' 대한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관계의 거리를 1미터라고 한 이유는 진료실에서 저자와 환자 사이의 거리이기도 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이기도 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코로나19는 질병적인 측면 외에도 많은 부분에 혁신적인 사회 변화를 가져왔는데 그중 '비대면 사회'가 열리게 된 것은 포스트 코로나의 가장 큰 변화로 손꼽을 수 있을 것 같다.

WHO의 팬데믹 선언이 발표될 정도로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전 세계는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이동 제한 등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하게 되었고, 개개인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비대면, 언택트(Untact) 문화가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사람과 사람이 마주 보며 하던 예전의 일상들이 이제는 보통 일이 아니게 되었다.

재택근무, 원격수업을 하고, 외출을 피하고, 차를 타고 차 안에서 해결하는 드라이빙 스루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으며, 문화·스포츠 분야에서도 온라인으로 중계를 하거나 무관중 경기를 치르는 등 비대면, 비접촉 현상이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이후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거리가 생겨났고,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우울증 증세를 보이는 코로나 블루, 코로나 불안증 등을 호소하는 이들도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실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을 만나보니 사람 간에 관계를 맺지 못해 우울증이나 불안증을 호소하는 이들보다는 경제적 타격으로 인해 우울, 불안을 호소하는 이가 더 많았다고 한다.

사람 간의 '관계'를 따져보면 우린 이미 '비대면 시대'를 살아오고 있었고 꽤나 익숙한 상태라 할 수 있다.

오프라인에서보다 온라인에서 친구와 대화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저자의 상담실에서도 '관계'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환자)와 한참을 이야기하다 뭔가 이상해서 물어보면 얼굴 한 번 본 적이 없는 온라인 친구와의 문제로 오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경험했을 정도라고 한다.

우리 인생의 고민은 사람들과의 관계로부터 비롯된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저자는 '관계 맺음'에 관해 3가지로 나눠 이야기한다.

첫째, 이 관계 어떻게 시작할까요?(관계 맺음이 어려운 나)

둘째, 이 관계 어떻게 유지할까요? (관계 유지가 어려운 나)

셋째, 이 관계 이제 그만하고 싶습니다.(관계 정리가 어려운 나)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여러 가지 형태로 관계를 맺고 있는데, 때에 따라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서로가 원하는 거리가 다르기에, 적당한 관계의 거리에 대한 조율이 필요하다.

너무 가까이 다가서지도 너무 뒤로 물러나서도 안된다.

서로를 바라봐 줄 수 있는 거리,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는 거리, 서로가 원하는 거리에 있는 관계일 때 비로소 좋은 관계라고 할 수 있다.


"1미터 안으로 다가왔으면 하는 사람이 있다.

1미터 정도에 있었으면 하는 사람도 있고,

때로는 1미터 밖에서 지켜보고 싶은 사람도 있다."


저자가 나를 찾아오는 이들에게 기꺼이 한 번 더 웃어주고, 그들과의 관계에 대해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들과 적당한 거리에 있으며, 이 관계를 이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렇게 노력하다 보면 '관계 맺음'의 어려움으로부터 조금씩 벗어날 수 있을 것이며, 관계의 거리가 가까워지길 바라는 사람으로 조금씩 성장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관계 유지'를 위한 최선의 비결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힘이 내 안에 있다는 것에 대한 확신을 가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막상 닥치면 가장 참기 힘든 고통 중 하나가 '관계 정리'다.

흔히들 관계의 시작과 유지에 대한 어려움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병원까지 찾아오는 경우는 관계 정리에 대한 부담과 결과로 인한 경우가 많은데, 저자는 이것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은 없지만 숨기지 말고 많은 이들과 생각과 감정을 나누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난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놀이라고 이야기한다. 재밌게 놀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우리가 관계에 목매는 이유다. 좁고 깊은 인간관계에는 심각한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한 사람과 깊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선 상대방도 나와 깊은 인간관계를 맺어줄 여유가 있어야 한다.

…… 인간관계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며 나를 찾는 이들의 거의 대다수는 사실 좁고 깊은 인간관계를 맺는 이들이다. 이들의 좁고 깊은 인간관계 중 하나라도 삐거덕거리면 그 충격은 너무나 크다. 학생들은 등교를 거부하게 되고, 어른들은 삶의 여유를 잃고 초조해진다. 좁고 깊은 인간관계가 가지는 위태로움이다. (38~39p)


내가 가지고 있는 창을 통해 상대방을 바라본다고 가정해보자, 그 사람에게 맞는 창문의 크기면 충분할까?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는 것은 내가 바라보는 상대는 그 창문의 틀안에 가만히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 어쩌면 이 거리 감각이 나와 상대방 사이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한다. 그 사람에게 맞는 창의 크기를 가진다는 것은 처음부터 자신의 욕심이 담긴 창이란 뜻이다. 그 사람을 내가 가장 틀에 맞추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하지만 너무 물러나서도 안된다. 나를 바라봐 줄 수 있는 거리, 내가 상대방에게 다가갈 수 있는 거리는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63~65p)


나는 거리를 좁히고 싶은데 친구가 한발 물러서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땐 지켜봐야 할 때다. '지켜보다'란 말은 그냥 흘러가게 둔다는 의미가 아니다. 관심을 가지고 주의를 기울여 바라봐야 한다는 의미다.

친구가 내 상태를 모르고 내게 다가오려고 할 때 한발 물러서고 싶은 순간이 있다. 그런데고 다가오려고 하면 그때는 달아나고 싶다. 그런 때가 내게도 있음을 기억하고 지켜봐 주자. 서로가 원하는 거리에 있어주는 관계, 그것이 좋은 친구다. (114p)


공감 능력이 높은 친구들은 보통 관계 형성이 쉽다. 그들의 높은 공감 능력 덕에 관계 맺는 기술을 쉽게 습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계 유지에 들어가면 조금 달라진다. 높은 공감 능력에도 불구하고 관계 유지를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자주 보인다. 많은 경우 따뜻한 마음이 부족해서다.

…… 난 공감 능력 향상을 위해 뭔가 가르치고 싶다면 아이에게 지속해서 따뜻한 마음이란 어떤 것인지 직접 보여 주라고 말한다. 갓 태어난 아이를 바라봤던 눈빛으로 다시 쳐다봐주고, 정말 사랑을 담아서 안아주고, 음식을 준비하고, 자녀에게 진심으로 따뜻한 칭찬을 해보라고 권한다. 어려운 사람에게 온정을 베푸는 모습도 보여주고 말이다.

따뜻한 마음이 배려를 낳고, 다른 사람에게 인정을 받으면서 공감 능력이 자연스레 높아지는 경우를 수없이 본다. (131~13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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