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니멀 - 인간과 동물이 더불어 산다는 것
김현기 지음 / 포르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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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멀은 인간과 동물을 뜻하는 휴먼(Human)과 애니멀 (Animal)의 합성어이다.


다큐 <휴머니멀>은 올해(2020년 초) MBC TV에서 창사 특집으로 방영된 다큐멘터리다.

4개 대륙, 10개국, 365일 대자연 속에서 펼쳐지는 생존을 위한 냉엄한 투쟁을 왜곡됨 없이 리얼리티 하게 담은 대서사시다.

인간의 손에 죽어나가고, 포획되고, 길들여지고, 그렇게 궁지에 몰려 최후의 반격에 나서는 진짜 야생동물의 모습들, 그들의 공포와 적개심을 담아내고자 했기에 촬영하는 것도 어려웠다고 한다.

다큐팀이 담고자 했던 모습들이야말로 이들 야생동물들과 함께 지구를 공유하고 있는 우리들의 민낯을 비추는 거울이라 하겠다.

책 <휴머니멀>은 자신의 쾌락과 이권을 위해 동물을 살해하는 인간과 그들로부터 동물을 지키고자 고군분투하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로 방송으로 방영된 내용을 포함하여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현장 르포를 담고 있으며, 5부작 방송 분량에 미처 담지 못했던 방대한 사실들과 거기에 숨은 진실을 보다 소상히 기록했다고 한다.

세상 밖으로 <휴머니멀>을 내놓게 되면서 이 불편하고 잔인한 진실을 전혀 모르고 있던 사람들에게 굳이 내보이는 것이 맞는 것인지, 되려 현실을 부정하거나 외면하게 되지는 않을지 걱정되고 두려웠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휴머니멀>이 지닌 르포르타주적 가치에 열렬히 호응해 주었고, 단순한 애정을 넘어 생명 감수성 공론화의 발화점이 되어 SNS를 통해 #동물학대반대, #동물원가지않기, #수족관가지않기와 같은 해시태그 릴레이를 펼치기도 했다.

사실 나 역시 마음이 불편할까 봐 동물이나 자연과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일부러 보지 않는데 이번엔 용기를 내어 책을 읽어보았다.

역시나 끓어오르는 분노와 안타까움, 슬픔, 미안함, 공포, 잔인함에 책을 읽지 못하고 수없이 내려놓게 되었다.

부들부들 손이 떨리고 머릿속이 너무 복잡하고 마음이 진정되질 않았다.

한편으로는 이런 잔인한 모습들을 담아내고 인터뷰하며 묵묵히 촬영했을 다큐팀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마음이 가볍지 않은 여정이었다. 1년 만에 지구 다섯 바퀴 이상도 기꺼이 돌 수 있고, 피비린내 나는 살풍경도 눈 질끈 감고 참아낼 수 있지만, 사람에게 실망하고 분노하는 경험만큼은 역치가 높아지지 않았다.

살아있는 코끼리의 얼굴을 전기톱으로 베어 간 밀렵꾼, 일가족과 함께 있던 아빠 하마를 쏴 죽인 트로피 헌터, 돌고래를 꼬챙이로 쑤셔 바다를 붉게 물들인 어부, 가축을 지키기 위해 독을 풀어 사자 가족을 몰살시킨 주민들, 야만의 살육을 행하는 이들은 결국 인간 본성의 어두운 욕망을 대변하는 하나의 상징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소름이 돋았던 순간은, 이들에게서 '악의 평범성'을 발견했을 때였다.

실제로 동물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사람들은 모두 하나의 '직업' 또는 '책임감'으로 이 일을 행했다. 돈을 벌기 위해서건 가족과 마을을 지키기 위해서건, 명분과 절박함이 하나가 되는 순간 이들은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동물을 하나의 '생명'이 아니라, 수단 또는 자원으로 대하는 가치의 전환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동물을 보호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던 사람도 생계 앞에서는 동물을 죽이는 밀렵꾼으로 돌변하는 현실. 이렇게 지배자 인간은 때로 나약하고 불안전해진다. 또한 그러므로 더 위험한 존재이기도 하다. <휴머니멀>의 여정은 이런한 인간의 본성을 한 꺼풀 벗겨내는 과정이었고, 그것은 우리 자신의 가장 나약한 부분을 스스로 헤집어내는 고통을 동반했다. (277~279p)


<휴머니멀>을 제작하면서 혼신의 노력을 다해 동물을 지켜내는 활동가들을 만날 수 있었으니 그들의 존재만으로도 위안이 되고 희망이 되는 것 같았다고 말한다.

이들은 동물에게 새 삶을 주듯, 우리들에게도 해답을 준다.

피와 눈물, 삶과 죽음, 분노와 안도감이 뒤엉킨 이곳에서 인간과 동물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묘책을 찾고자 했던 <휴머니멀>팀은 '인간의 각성', '깨달음'이야말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이제껏 제어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인간의 탐욕을 지금부터라도 정면으로 응시하고, 멈춰내겠다는 결심, 그것이 이 기울어진 공존의 균형추를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라고 말한다.


모두가 각자의 일상 속에서 생태계를 위한 작은 실천을 행하는 것.

이 각성이 주는 자괴감과 위기감에 비추어 해야 할 일에 나서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멀리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공존을 향한 작지만 담대한 첫걸음이 아닐까.

(#동물학대반대, #동물원가지않기, #수족관가지않기 등등)


전통적인 교육이 바뀌어야 합니다. 우리가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생태계의 지속적인 보호를 위해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인간과 함께하는 많은 종들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고, 이제 우린 인간들이 정신을 차릴 차례예요. 지금까지 코끼리의 삶에 대한 교육은 관광 개발을 위한 유흥의 목적이었습니다. 이제 다음 세대에게 코끼리의 자연스러운 행동 습성을 알려줘야 합니다. 코끼리를 활용하는 방식을 아예 새로운 방향으로 바꾸고 싶습니다. - 차일러트 여사 - (40p)


코끼리를 보고 눈물은 누구나 흘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땀을 흘려줄 사람은 누구입니까? - 차일러트 여사 - (44p)


자꾸 포르말린 같은 그런 냄새가 나는 기분이 드는 거예요. 시체보관실에서 나는 소독약 냄새 같기도 하고……. 그 수많은 트로피랑 눈이 마주칠 때마가 내가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저게 저 동물을 기리는 방법이라는 말도 정말 납득이 안 되는데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쉽게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더라고요. 저는 정말 동의하기 어려워요. 올리비아는 거실에 야생의 현장을 복원해 놓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는데, 제 눈엔 그냥 거대한 무덤으로 보였어요. - 유해진 - (116p)


사람들은 아쿠아리움의 돌고래가 사육사의 정성스러운 관리를 받으며 안락하게 지낸다고 여깁니다. 그 돌고래가 행복하다고 착각해요. 더구나 돌고래나 벨루가 같은 동물들은 입꼬리가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외모라 웃고 있다고 생각하죠. 절대 아닙니다. 돌고래는 지금 잔인한 방법으로 잡혀 와 가족을 잃고 갇혀 있는 거예요. 이 녀석들은 그 경험을 잊이 않고 있어요. 물론 여기 와서 사육사와 교감하고 그들에게 의지할 수 있죠. 먹이를 주고 애정도 쏟아주니까요. 하지만 교도소의 간수가 잘 대해준다고 죄수가 교도소에 평생 있고 싶어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단지 포기하고 이 좁은 상자 안에 적응하거나, 그렇지 못하거나만 있을 뿐이죠. 바다에서 30년 넘게 살 수 있는 돌고래가 수족관이나 가두리에서는 고작 4~5년 밖에 살지 못합니다. 돌고래로 돈을 버는 사람은 절대 이 숫자를 입에 올리지 않아요. 이게 바로 1년에 20,000km를 헤엄치는 이 활동적인 동물을 좁은 우리에 가둬둔 결과입니다. - 팀 번즈 - (156~157p)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먼저 자연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아야만 해요. 무엇보다 야생동물에 대한 동정, 사랑, 존중의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인류가 온 힘을 모아 노력해야죠. 회복이 불가능해 보이는 생태계의 위기를 다 함께 해결하기 위해서요. 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해낼 수 있어요. 이런 제 희망의 근거는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위해 불굴의 의지로 노력하는 사람들, 바로 그들에게 있습니다. - 제인 구달 - (27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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