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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난 장미 인형들
수잔 영 지음, 이재경 옮김 / 꿈의지도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 너도 저 소리 들려?
- 무슨 소리?
- 장미들. 있잖아, 꽃들은 살아 있어. 모두 다. 자세히 들으면 한데 얽힌 뿌리 소리가 들려. 뿌리는 하나야, 공동의 목적. 장미는 아름답지만, 그게 장미의 전부는 아냐.
- 나는 아무 소리도 안 들려. 그저 조용한 만족감?
- 꽃들은 만족하지 않아. 기다리는 거야.
- 뭘 기다려?
- 깨어나기를.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는 사립 여학교다.
최근에 아카데미는 과목 수와 훈련량을 늘리며 교육과정의 강도를 높였고, 열두 명의 소녀들은 상향 조정된 기준에 따라 선발된 최정예(아카데미가 배출한 졸업생 가운데서도 최고의 재색을 잦춘 소녀들)로 소녀들은 학교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학교는 소녀들을 과보호하며 일 년 내내 교정에 가둬 집중 교육을 시키고 있으며, 방학 때도 집에 가지 않는다.
그곳의 소녀들은 장미처럼 완벽하고 아름다운 외모를 다 가진 재력가 집안의 엘리트들이다.
소녀들은 성공적인 미래(결혼해서 아름다운 가정을 꾸리고, 중요한 행사에 부부동반으로 참석해 남편을 자랑스럽게 해주는 것)를 위해 장미 화원의 장미처럼 배양된다.
철저한 통제 속에서 생활해야만 하고 소유욕과 지배욕이 넘치는 사감은 소녀들을 함부로 대하는데, 기분 나쁜 신체적 접촉도 서슴지 않는다.
이 학교에서는 여성을 성 상품화하는 남성 중심적인 시각의 성차별이 만연하며, 소녀들의 권리와 기회의 평등을 말살하고, 성추행과 성적 비하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 착한 소녀들은 규칙에 순종해.
- 수치심은 최고의 스승이다.
- 요즘 여자애들은 외모를 중요시하지 않아. 하지만 너희는 자나 깨나 외모를 뽐내냐 해. 어떠한 예외도 없어.
- 아름다움은 우리가 가진 최고의 자산이니까요.
- 순응은 훌륭한 자질이야. 사람들은 너희 의견을 반기기 않아. 입다물고 듣기만 해, 이것이 젊은 여자들에게 필요한 교훈이야.
- 너무 많은 생각은 미모에 해로워. 오직 아름다운 것만이 가치가 있어.
- 넌 항상 다리를 내보여. 다리가 네 최고의 자산이야.
- 드레스가 아주 잘 받는구나. 굳이 보태자면 더 내려 입어도 좋을 뻔했다.
- 참석자들에게 여러분의 가치를 내보여야 한다. 아름답고 순종적인 소녀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보여주어라. 입은 다물고, 눈은 많이 깜박여라. 미소를 짓고 얌전하게 굴어라.
- 너희는 아름답고, 정숙하고, 순결하다는 거야. 마지막 걸 빼면 너희는 특별할 게 없어. 그저 흔한 매춘부일 뿐.
- 정조는 소녀들의 필수야
- 남자들은 너희처럼 아름다운 소녀들 앞에서는 자제력을 잃는 법이야.
- 미래의 남편을 위해 자신을 순결을 지켜. 그들에겐 그걸 가질 자격이 있어. 그들의 권리야.
매일 밤. 사감이 지켜보는 가운데 비타민이라 불리는 약을 먹고 잠을 자는 소녀들.
선생님들은 비타민이 소녀들의 균형을 유지해 준다고 말한다.
계도만으로 충분치 않다고 판단될 때 받게 되는 충동 억제 치료는 감정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하지만, 치료가 끝나면 기억은 알아서 지워지고 없다.
오픈 하우스가 시작되던 날 파티 준비를 할 때 갑자기 울기 시작하던 레논로즈가 사라져 버린다.
학교에서는 스스로 자퇴를 한 거라 둘러대지만 소녀들은 믿지 않고, 사라진 레논로즈의 침대 밑에서 <가장 날카로운 가시들>이라는 제목의 시집이 발견된다.
소녀들은 학교에 다녔다.
거기는 세상의 규칙이 뒤집힌 곳.
소녀들은 거짓을 배웠고,
무지가 유일한 과목이었다.
수학이 환상에 밀려나자
소녀들은 방법을 찾았다.
막대기를 모아 수를 세며
나름의 수학을 익혔다.
그다음에 그들은 막대기를 날카롭게 깎았다.
이들 소녀들이
어느 날 집으로 돌아와
아비들을 계단 아래로 밀어버렸다.
아비들이 잠들었을 때
그들의 머리를 망치로 박살 냈다.
아비들이 안에 있는 채로
집에 불을 질렀다.
그다음에 이들 날카로운 막대기를 든 소녀들은
학교를 물로 쓸어버렸다.
건물에서 거짓된 발상들을 없애버렸다.
<날카로운 막대기를 든 소녀들> 중에서.
이 엄청난 시집으로 소녀들은 조금씩 깨어나기 시작한다.
소녀들은 밤마다 사감이 나눠주는 비타민 약(분홍색과 녹색, 그리고 노란색 약)을 더 이상 먹지 않는다.
그 약을 먹으면 잠을 잘 자게 만드는 진정 효과가 있고 기억이 지워지고 조작(마인드컨트롤) 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소녀들은 의문을 품기 시작했고, 질문을 하기 시작했으며 모든 거짓에 분노하기 시작하면서 수상한 학교의 끔찍한 비밀들을 하나씩 풀어나간다.
진실을 깨닫기 시작한 소녀들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자신의 삶과 미래, 그리고 진정한 사랑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다소 황당한 설정이긴 해도 실제로 이와 유사한 고통을 당하며 투쟁해온 소녀들도 있을 것이다.
저자는 그런 소녀들을 위한 책이며 그들과 함께 싸우겠다는 다짐을 밝힌다.
우리의 기억이 그들이 의도치 않는데 쓰였다. 투쟁에 나서기. 복수와 응징을 갈망하기, 나아가 사랑하기, 우리는 서로 사랑한다. 치열하게. 전적으로. 우리는 서로 보호한다.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한다. 우리는 서로를 더 강하게 했고, 우리 뿌리는 함께 자랐다. 그 사랑이 우리에게 삶의 욕망을 주었다.
"너는 이제 자유야."
"너희에게 더는 규칙이 적용되지 않아."
"너의 몸은 이제 오로지 너희 소관이야. 더는 너희를 만든 남자들의 말을 들을 필요가 없어. 더는 얌전하지 않아도 돼."
"이제는 너희가 행동에 나설 때야."
(403~404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