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 - 차별과 배제, 혐오의 시대를 살아내기 위하여
악셀 하케 지음, 장윤경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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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만으로도 알 수 있듯 무례와 품위에 대해 이야기한다.

'무례하다'는 것은 '태도나 말에 예의가 없다는 뜻'으로 누구나 무례하게 굴면 안 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품위'는 '사람이 갖추어야 할 위엄이나 기품 등을 뜻'하는 말인데, 세상을 살아가다 보니 지적 수준이나 교양의 유무와 상관없이 품위가 느껴지는 사람들은 따로 있더란 것을 알게 되는 것 같다.

<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는 건너는 법>의 저자 악셀 하케는 이 책을 통해 통상적인 의미로서의 무례함과 품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아가기 위한 '공존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으로 '품위'를 이야기한다.

저자가 말하는 품위란 정의로움과 공평함이며, 타인과 연대할 때 느끼는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들, 아무도 보지 않더라도 원칙을 지키려는 생각, 타인과 나 자신에게 정직하고 열려있는 태도, 말하고 행함에 있어 숨은 의도 없이 떳떳한 상태, 자신의 언행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공명정대한 태도,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기꺼이 지키려는 의지가 있어야 '품위'에 가깝다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품위가 없는 사람은 평범한 보통의 삶 속에서도 타인을 배려하거나 고통에 동참하지 않는다." (30p)


책을 읽다 보면 유독 자주 언급되는 특정 저명인사가 있는데 바로 도널드 트럼프다.

저자는 인간적 품위가 결여된 한 남자가 미합중국의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지 못한 세상에 살고 있음을 통탄해 한다.

언젠가부터 우리 주변에서는 특정 저명인사의 경솔한 행동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관계 속에서도 품위를 찾아볼 수 없는 무례한 말과 태도가 광란의 소용돌이처럼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예의 없는 사람, 배려 없는 사람, 거칠고 폭력적인 사람 등 행태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들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점점 두려움으로 다가오며 시대적 위기감마저 느끼게 된다.

저자는 지금처럼 풍요로운 사회에서 궤도를 이탈한 예의와 품위가 결여된 언행이 유독 늘어난 이유가 무엇인지, 그동안 인류가 쌓아올린 문명이 상실되고 있는 오늘날의 현상은 단순히 생존 경쟁의 산물이 아닌, 시대적 위기로 보아야 옳지 않은지, 지금 우리 시대가 마주한 절박한 문제는 과연 무엇인지를 묻는다.

무례함과 품위의 문제는 결국 차별과 혐오를 불러일으켰고, 전 세계적으로 복지국가가 쇠퇴하고 개인의 사회적 지위가 점점 취약해지면서 사람들은 각자도생을 선택하게 되었다.

자신보다 약한 사람들은 희생양으로 삼거나 책임을 전가하며 이 난국을 돌파하려 하고자 하는데, 이때 타깃이 되는 집단은 이미 차별을 받고 있는 소외된 사람들이다.

'나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이기심으로 부정적인 편견을 조장하고, 차별을 정당화하는 언행을 서슴지 않으면서 무례한 언행으로 공존을 깨고 사회를 파괴하는 사회적인 해악을 초례하기도 하는데, 이런 이들의 거짓과 비열함, 배려 없는 언행이 성공을 앞당기게 되거나, 인간의 품위에 해당하는 모든 규칙을 공공연히 어김으로써 사회적·경제적 성공이 실현된다면, 사회의 각 구성원들과 개인의 일상은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


만약 한 사회 안에 품위 없는 태도가 도처에 널려 있다면, 그리고 품위를 지켜야만 한다는 엄격한 규칙이 존재하지 않으며 품위가 없음에도 해를 입지 않는 데다 오히려 보상이 주어진다면 이 사회는 어떻게 될까? 아마도 이 사회에서는 품위 있게 살아야만 한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점점 더 줄어들 것이며, 언젠가 무례함이 우위를 차지하는 날이 도래할 것이다.

계층을 떠나 모든 인간에게는 책임이 있다. 그 책임은 바로, 도덕성과 분별력을 통해 우리가 속한 체제를 든든히 유지하는 것이다. 품위는 특정한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 그런 품위는 없다.

(- 본문 중에서)


저자는 이 책은 통해 지금 우리가 반드시 회복해야 할 가치로 ‘품위’를 말하며, 혼란과 무례함으로 가득한 지금과 같은 시대에 '공존을 위한 포용과 연대, 품위 있는 삶에 대한 고민'을 통해 우리 모두가 함께 '더불어 살아갈 방법'을 찾아보고자 한다.

<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은 '이렇게 살아야 품위 있는 사는 것'이라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품위 있는 삶을 살도록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인간에겐 다양한 형태의 자유가 있는데, 보통은 개인의 욕구와 성취를 우선시하는 자유만 언급될 뿐 이보다 훨씬 더 중요한 자유는 강조되지 않는다. 즉 우리에게는 자기중심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열고 그들에게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며 타인의 상황과 생각에 감정을 이입할 자유"가 있다. "매일같이, 반복적으로, 끊임없이 그리고 '전혀 섹시하지 않은' 갖가지 소소한 방법들을 동원하여 타인들을 내 삶의 중심에 놓고 그들을 위해 나 자신을 희생할 자유"도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진짜 자유이며 진정한 배움이다. 배움의 진짜 의미는 지식에 있지 않다. 배움과 교육에서 실로 중요한 것은 "진실과 본질에 깨어 있으려는 자세"라고 월리스는 힘주어 말한다. (238~239p)


"그러한 태도는 결국 품위라는 개념으로 이어지는 게 아닐까?"

"한편으론 그렇게 볼 수도 있지. 월리스가 강조한 태도는 품위뿐 아니라 타인과의 공생 문제를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으니까. 즉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삶이란 타자와 맞서거나 다투어서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는 생각에 기초하고 있어. 그러면서 그는 공존과 공생의 핵심에는 다툼이 아닌, 타인을 위한 '어떤 행위'가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지. 그 어떤 행위가 바로 결심인 거야. 이건 품위에 해당하거든, 품위 있는 인간이 되고 싶으면 먼저 결심을 하나 해야 해. 그리고 그 결심은 월리스가 말한 것처럼 자신의 이성적 판단을 활용해 자동으로 흘러가는 생각을 붙잡아 돌리려는 자세인 거지. 자기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이나 행동을 바로잡기 위해 끊임없이 분별력을 동원하겠다는 마음가짐 말이야."

(240p)


"이상적인 삶을 언급하면서 월리스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뿐 아니라 나 자신과의 관계에도 주목하잖아. 세상을 바라보는 시건을 바꾸는 데에서부터 출발한다는 점이 참 인상적이야. 대와 초반에 너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던가? 오늘날 우리는 자기 자신과의 관계에 결핍이 있다고 말이야."

"응, 그랬지.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건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비전보다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여유와 태도라고 생각해. 나를 돌아보고 변화를 꾀하면서 다른 사람들 그리고 이 세상이 달라지기를 바라야겠지. 날마다 아주 조금씩이라도." (24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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