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 할머니가 손자에게
김초혜 지음 / 아이스크림미디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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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사랑굿>으로 유명한 김초혜 작가가 손자에게 전하고픈 삶의 지혜를 일 년간 써 내려간 일기 형식의 편지를 담은 모음집이다.

2008년 1월 1일 자로 첫 글을 시작하여 꼬박 일 년을 매일 사랑과 지혜를 담아 써 내려간 할머니의 마음이라고 할 수 있겠다.

김초혜 작가는 손자가 중학교에 입학할 때 입학 기념 선물로 이 노트를 책으로 출판할 것을 제안받았으나, 손자의 거절로 출판을 접었다가, 일 년 후 자신(손자)이 '원본'을 가지고 있으니 책을 내도 좋다는 윤허(?)를 받고 2014년 첫판을 발행하였고, 2020년 <행복이>로 개정판을 내게 되었다.

이 글들 속에는 사랑하는 손자에게 무언가를 해주고 싶었던 할머님의 사랑스럽고 지극한 마음과 세상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수많은 삶의 지혜들이 가득 담겨있다.

오래전부터 전해내려오는 자녀에게 전하고자 했던 인생의 지침서나 자녀 훈육서들 중에는 동양 최고의 훈육서라 일컫는 중국역대왕조 황손 교육용 훈육서인 '안씨가훈'이나 출가하는 큰 딸을 위해 지은 우암 송시열의 '송시열계녀서'등이 있고, '소학(小學)'이나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들도 있다.

소학은 8세 안팎의 아이들에게 유학을 가르치기 위하여 만든 수신서(修身書)로 일상생활의 예의범절과 수양을 위한 격언, 충신이나 효자의 사적 등을 모아 놓은 책인데 유교적인 도덕성과 실천성을 강조하고 충효사상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면, 정약용이 긴 귀양살이 동안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하피첩) 들에는 독서와 공부에 힘쓰고, 근면하고 검소한 생활을 할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 <행복이>는 할머니가 전하는 생생한 삶의 이야기들이라 위 훈육서들보다는 살갑고 따스하고 정겹게 느껴진다.


1월 1일

할머니는 우리 재면이에게 무언가를 많이 해주고 싶은데, 네게 그 어떤 것을 준다 해도 마음에 차지 않을 것 같아 이 노트에 할머니의 마음을 담아주기로 했단다. 무엇보다도 귀한 글을 네게 주고 싶다. 할머니가 이 세상에 와서 사는 동안 읽으며 감명을 받았던 글이나 세상을 사는데 지혜를 주었던 말들을 골라 네게 들려주려고 한다. 이 글이 재면이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힘이 되고, 위로가 된다면 할머니는 참으로 행복하겠다. (6P)


흔히들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울 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사랑스럽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사랑과 찬사와 축복만을 쏟아낸다고 그 아이들이 바르게만 자라주지도 않는다.

그러기엔 세상살이가 녹록지 않기에 험난한 세상 거친 풍파 속을 슬기롭고 지혜롭게 헤쳐나갈 수 있는 삶의 지혜를 가르쳐주어야만 한다.

사회면을 장식하는 다양한 사건사고들을 접하다 보면 자녀교육의 중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귀하다고 원하는 것 다 들어주고 그저 오냐오냐 키웠더니 그 결과가 참담하더란 것을 이미 많은 사례를 통해 접하기도 했고, 귀한 자식일수록 엄하게 가르쳐라는 자녀 훈육서대로 했다가 되려 역효과를 낸 사례들도 있다.

온갖 자녀 교육서나 자녀 양육법들이 넘쳐나는 속에서 남들이 성공했다고 나와 내 아이들에게 맞으란 법도 없다.

그런데 <행복이>는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는 게 없다.

손자를 향한 할머니의 지극한 사랑의 마음을 담고 있으며, 손자가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쓴소리도 아끼지 않는다.

어렵고 힘든 사람을 외면하지 말고 먼저 손을 내미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고, 세상의 잣대로 성공한 사람이기보다는 단단하고 의연한 사람이 되어 세상에 필요한 소금 같은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고 있다.

이 책을 선물 받았을 손자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성장해나가는 순간마다 할머니가 남겨주신 이 글들은 매번 새롭게 다가올 것이고, 힘이 되고 격려가 될 것이며, 마음의 위안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할머니가 전해주신 큰 사랑과 정성에 감사하고 늘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는 큰 믿음에 세상 속으로 당당히 나아갈 수 있는 자신감이 넘쳐날 것이다.

삶을 관조하고 통찰하게 된 어느 할머니 시인이 그의 어린 손자에게 보내는 연서(戀書)와도 같은 글 속에는 세상의 모든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삶의 지혜가 가득 담겨 있어 아이들과 함께 읽기에 정말 좋은 책인 것 같다.

언젠가 나에게도 할머니라는 존재가 되는 순간이 온다면 나의 손주가 되어준 고마운 아이에게 <행복이>와 같은 글(편지나 일기)을 선물로 해줄 수 있기를 다짐해본다.



좋은 습관은 매일매일 벽돌을 쌓아 나가는 것과 같은 실천으로 이루어진다. 작은 일이 모여서 큰일을 이룬다는 것을 언제나 마음에 새겨두어라. 너를 완성된 인간으로 만드는 사람은 아빠도 엄마도 아니고 오직 너 자신이란 것을 명심하거라. 네 인생의 주인은 너 자신. (8P)


어릴 때부터 익힌 좋은 습관은 일평생 지혜가 되어 너의 인생을 환하게 꽃피울 것이다. 그 좋은 습관 중의 첫 번째가 책 읽는 일이다. 하루에 10분씩이라도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거라. 책 속에는 세상의 모든 진리와 이치와 지혜가 담겨 있기 때문에 너의 인생에 크나큰 스승이 될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차곡차곡 쌓아 나아가면 그 습관은 너의 인생을 튼튼하게 지켜주는 지팡이가 될 것이다. (9P)


할머니의 기도는 언제나 같다. 진흙이 연꽃을 더럽히지 못하듯이 세상 잡사 궂은일들이 네 옷깃에 스치지도 말게 해달라고 기원한다. 천사들이 다니는 길로만 인도해 달라고 기도한다. 할머니의 기도가 하늘에 닿아서 너의 일생이 편안하고 행복하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그것이 과한 욕심인 줄 알면서도 할머니는 그 기도를 멈출 수가 없다. 그런 마음이 이 세상 모든 할머니들의 마음일까. (32p)


게으름을 피우고 싶을 때는 '나는 어떻게, 어떤 사람으로 살 것인가'하고 자문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거라. 진정으로 3분만 생각한다면 그 게으름은 멀리 도망갈 것이다. 강한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목표로 삼고 끝내 그것을 이루어내는 사람이다. 힘든 일을 이겨낸 후의 보람이 또 다른 일을 해낼 수 있는 원동력이다. 어려움을 희망의 안내자로 삼아서 열심히 노력하면 어려움은 우리에게 긍정적인 힘을 키우는 스승이 될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가장 아름다운 삶의 기술은 참고 노력하는 데 있는 것 같다. (69p)


혹시 잘못 알려진 일로 오해를 받는다 해도 그대로 두어라.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질 것이니 남이 하는 말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진실은 언젠가는 반드시 밝혀지더구나. 진실이 아닌 말은 하찮은 쓰레기일 뿐이다. 언제나 자기 스스로를 믿고, 자기를 지키고, 너 자신이 너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매일매일 새롭게 태어나거라. 하루, 그 하루를 의미 있게 보내는 것이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란다. 그 노력이 쌓이는 동안 좋은 습관이 너의 천성이 되어 너를 훌륭한 인격자로 만들 것이다. (76p)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실수를 거울삼아 올바른 행실을 갖추게 된다면 실수는 지혜의 지팡이가 될 것이다.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는 것도 실수고, 정직한 사람을 의심하는 것도 실수고, 남의 허물을 입에 올리는 것도 실수다.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이런 실수를 많이 하게 된다. 그런데 그것이 습관이 되어버리면 성정을 아주 그르칠 수가 있다. 언제나 의기(義氣) 로운 생각을 하려무나. (112p)


말로 사람을 쓰러뜨린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세상에는 덕담, 현담이 있는가 하면 악담, 험담, 괴담도 있다. 그러나 귀가 건강하면 나쁜 말들은 듣지 않을 수 있다. 혀에는 뼈가 없지만 '세 치 혀로 사람 잡는다'는 속담이 있지 않느냐. 그처럼 말은 무서운 것이니 상대방에게 할 말이 있으면 (좋은 말이 아닌 충고나 부탁의 말) 오늘 생각한 후에 다음 날 얘기해도 늦지 않으니, 늘 신중해야 한다. 말을 가려서 하고, 삼갈 줄 아는 사람이 말을 잘 하는 사람이다. (219p)


처음 할머니가 이 글을 시작할 때는 아주 훌륭하고 좋은 이야기를 써서 우리 재면이 인생의 정다운 안내서가 되게 하려고 했다만, 다 써놓고 보니 미진한 점도 있고, 아쉬운 점도 많이 있구나. 사랑하는 재면아! 1년만 읽고 꽂아두지 말고 해가 바뀌면 다시 또 읽고, 다시 해가 바뀌면 또 읽으면서 영원한 할머니의 정다운 마음이라 여겨다오. 할머니가 쓴 글에 쓴 약이 있을지 모르나, 그것은 아마 너의 앞길을 여는 길이 될 것이다. 이 글은 할머니의 가슴이고, 깊은 사랑이니, 뜻으로 읽어주기 바란다. (406~40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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