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척도
마르코 말발디 지음, 김지원 옮김 / 그린하우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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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시대의 가장 위대한 천재(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그가 살았던 시대(1493년경, 루도비코 마리아 일 모로의 밀라노 공국)를 배경으로 한 남자의 수수께끼 같은 죽음을 파헤치며 펼쳐지는 탁월한 상상력이 넘치는 미스터리 소설이다.

'역사소설과 미스터리의 완벽한 결합'이라는 찬사를 받을 정도로 역사적 사실과 과학이 모두 한데 어우러진 작품으로, 그 시대적 배경지식과 인물에 대 많이 알고 있다면 아는 만큼 이야기가 암시하고 있는 부분들을 발견하는 재미로 즐겁게 읽을 수 있고, 설령 배경지식이 없다 해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역사 범죄 미스터리 스릴러 작품이다.

이 책은 소설이며, 이 책에 묘사된 역사적 사건들 중 여러가지가 사실이긴 하지만 미스테리한 사건들의 관계까지 사실이라고 할 수는 없으므로 역사거로 사용하면 안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화가, 조각가, 발명가, 건축가, 과학자, 음악가, 공학자, 문학가, 해부학자, 지질학자, 천문학자, 식물학자, 역사가, 지리학자, 도시계획가, 집필가, 기술자, 요리사, 수학자 등 다방면에서 활약한 인류 역사상 가장 다재다능한 천재이자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인 인물로 평가받고 있으며,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가 지금도 궁금해하고 풀고 싶어 하는 궁극의 미스터리 인물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밀라노의 스포르차 가문의 화가로 초빙되어 있었던 밀라노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스포르차 가문의 서자 출신인 '루도비코 마리아 일 모로 공작'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의심과 출신 성분에 대한 이미지 개선을 위해 자신의 아버지 프란체스코 스포르차 1세의 기마상 제작을 다빈치에게 의뢰하게 되면서 그의 밀라노 시대가 시작된다.

사건은 카스텔로 스포르체스코 성, 상인과 장인들, 외국인들, 은행가들로 가득한 밀라노 길거리, 그리고 체칠리아 갈레라니가 살고 있는 팔라초 카르마뇰라 성을 오가며 전개된다.

체칠리아는 레오나르도의 작품 중 '흰 족제비를 안은 여인'의 작품 속 주인공으로 루도비코 공작의 정부였지만 임신한 것을 알고 루도비코가 강제로 정한 사람과 결혼하게 된다.

어느 날 레오나르도의 제자였던 '람발로 치티'가 루도비코 일 모로 공작의 성인 카스텔로 스포르체스코 안뜰에서 벌거벗은 채 시신으로 발견된다.

루도비코 공작은 사람들에게 공포를 심어주지 않기 위해서 이 이야기를 비밀로 하려고 하고, 인간 해부 구조에 대한 능력이 있는 레오나르도에게 시체를 검사해달라고 제안한다.

레오나르도는 람발로 치티의 시체에서 질병이나 특별한 폭력의 흔적을 찾지 못하지만, 갈비뼈가 조여 질식사했다는 것을 알아내게 되고 살인에 의한 사건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람발로 치티의 죽음을 파헤쳐 가면서 서서히 드러나는 사건들은 당시 시대적 배경과 사건들과 맞물리면서 전개되는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천재성과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들과 화려했던 르네상스기의 밀라노에서 벌어지는 암투들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과연 미스터리한 죽음의 원인과 범인은 누구일까...

<인간의 척도>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사후 500주년 기념작으로 전 세계 17개국에서 출간되어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신부님께서는 무언가의 가치를 판단하려면 기준점이 필요하다고, 우리가 가치를 측정하는 것에 대고 잴 만한 자가 필요하다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무한한 신을 어떻게 유한한 것의 가치를 재는 데 갖다 댈 수 있을까요? 우리가 길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면 무한한 엄지손가락을 무한한 손바닥보다 더 짧지 않을 거고, 무한한 손바닥은 무한한 팔보다 더 짧지 않을 겁니다. 우리가 돈에 관해 이야기하는 거라면 무한한 리라는 무한한 두카트보다 딱히 적지 않을 겁니다. 인간의 지성은 사용하는 척도와 동등하거나 더 작거나 더 큰 것을 통해서만 가치를 판단할 수 있죠. 하지만 신의 무한한 연장의 경우 인간은 자신을 신에 비견해서 측정할 수가 없고, 오로지 항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에 돈의 경우에는 사물을 비교할 수가 있지요. 우리 모두 똑같은 방식으로 그 가치를 따지니까요. (309p)


제가 하는 일에는 두 가지 모두 필요합니다. 불의 크기에 따라 적당한 양의 자유와 자극요.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지지만, 난롯불은 공기를 불어넣으면 불이 다시 피어오르죠. 그리고 불을 피울 때 바람을 불어 넣으면 불이 살아나 점점 더 커지죠. 같은 방식을 한동안 밀라노는 저에게 최적의 장소이고, 루도비코는 제 최고의 후원자일 겁니다.(334p)


첫 번째는 어떤 사물도, 생물도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수는 없고, 더 높이 올라갈수록 더 많이 떨어지게 된다는 겁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자만이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법입니다.

두 번째는 실수가 없다면, 그리고 실수를 통해 얻는 지식이 없다면 사람은 경험에서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는 겁니다. 아기가 기는 법을 배우고, 그다음에 몸을 일으키고, 뒤로 넘어질 때만 자신의 두 발로 일어서는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매번 실수를 저지르고 그 사실을 인정할 때 즉시 그것을 고치고 기억할 수 있는 법입니다. (345~346p)

사람은 자연과 다른 사람들을 관찰함으로써만 배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하는 일과 우리가 믿는 것, 무슨 일이 일어날지 우리가 예상하는 것을 비교해보지 않으면 사람의 지성과 판단력이 건전하게 자라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사람의 실수에서 깨달음을 얻는 유일한 방법은 자연 그 자체를 척도로 삼아 자신을 비교하는 것뿐입니다. 사람과 달리 자연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요. (34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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