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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길을 걷다
정만성 지음 / 다차원북스 / 2020년 4월
평점 :
언젠가부터 가슴에 훅! 들어오는 노래 가사가 있었다.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늙어지면은 못노나니/화무는 십일홍이요/달도 차면 기우나니라~"
예전 같으면 무심히 듣고 지나칠 법도 한 노래 가사지만 한해 두 해가 지날수록 여행을 다니거나 노는 것조차도 마음과 달리 몸이 따라주지 않을 때면 저절로 흥얼거리게 되는 노랫말이다.
'그 나이에 벌써!!??'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여행(해외, 중·장거리 )을 떠나거나 등산, 둘레길을 걸을 때면 우선적으로 강도나 거리를 조절하게 되고 최대한 무리하지 않으면서 컨디션이 빠르게 회복될 수 있는 적정선을 찾게 된다.
점점 체력 유지와 회복이 더뎌지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낄 때면 씁쓸하기도 하지만, 이렇게라도 다닐 수 있음에 우선 감사할 따름이다.
나의 건강한 두발로 걸을 수 있을 때까지는 최대한 열심히 놀아볼까 한다.
아직 시니어란 단어를 붙이기엔 젊은 나이니 이 얼마나 좋은가.
<시니어, 길을 걷다>는 '필요한 만큼 골라 걷는다'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다.
기존에 걸어왔던 길이지만 길은 줄지 않고 부담만 늘고 몸은 점점 자유롭지 못해지고 있다면 기존 걸어온 길들의 추억을 새기며 새 길을 만들어 걸으면 되는 것이다.
이 책은 시니어를 위한 기행서로 철저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편안함과 안전을 우선시하며 심적 부담을 줄이고 비용을 최대한 고려하며 짠 둘레길들을 소개한다.
1장, '양평 물소리길'에서는 1코스부터 6코스까지의 물소리길을 소개하고, 2장, '걷기 좋은 둘레길'에서는 남양주 다산길, 인천 둘레길, 동두천 소요산 공주봉 코스, 추천 공지천(의암호, 춘천호, 소양호) 코스를 소개한다.
3장 '걸으며 생각하며'에는 2016년 12월부터 2020년 1월까지 다양한 기행을 다니며 쓴 시들을 모아 소개하고 있다.
<시니어, 길을 걷다>는 양평 기행(양평 물소리길), 남양주, 인천, 동두천, 춘천 등 서울 경기 인근 지역권을 주로 소개하고 있는데, 전국권으로 소개할 수 있는 시리즈가 발행되어도 좋겠다 싶다.
양평 물소리길은 자연 속에서 몸과 마음에 평화를 얻고, 도시의 삶에서 찌들었던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는 물소리길을 만들어가겠다며 제주 올레길을 만든 서명숙 이사장(사단법인 제주올레)과의 인연으로 2013년 4월에 만들어진 길이다.
이 길은 남한강을 따라 걸으며 흙과 자연을 접할 수 있는 나그넷길이다. 특히 인구가 집중된 수도권에 위치한 데다 용문까지 연결되는 전철역이 있기 때문에 누구나 가벼운 마음으로 쉽게 찾아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쉴 수 있다는 것이 제주 올레길보다 더 뛰어난 장점이라 할 수 있다.(15p)
/길/
세상엔 길들로 무량하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미지의 길들
한 번 가면 돌아올 수 없는 길
같은 길인 곳 같아도 실은 다른 길이다.
길은 있다가도 사라지고 없다가도 나타난다.
이어졌다가도 끊어지고 끊어졌다가도 이어진다.
산다는 건 길을 찾아가는 것
모든 생명이 길을 찾아 헤맨다.
그러다간 헤어지기도 하고 다시 만나는 기적도 일어난다.
영육이 같이할 수 없는 길에 이르면
무수히 분해되어 다른 길로 떠난다.
멈추려 해도 멈출 수 없는 길
쉴 새 없이 가야만 하는 길
변하고 변화하면서 끝도 없이 무한으로 향하는 길
나는 그런 길을 간다.
무량겁을 가고 가야 하는 길을
단풍잎 하나 허공을 날아 떨어진다.
바람에 밀리고 날리어 멀어져 간다.
(47p)
/그 길이 그 길이 아니네/
8년 전 걸었던 그 길인데
그 길이 아님을 알았다.
내 몸도 그 몸이 아님을 알았다.
몸과 마음의 합의하에
큰맘 먹고 나선 길이다.
오늘 같은 날의 선택을 정말 잘했다.
하늘이 푸르니 산도 강도 푸르다.
덤으로 내 마음도 푸르다.
오늘 같은 날은 운 좋은 날이다.
고맙다 하늘아 강아 바람아
남한강 강변은 사철 걷기에 좋다.
특히 오늘은 운수 대통 날이다.
길을 나서면 가끔 이런 날을 꿈꾼다.
(141p)
/가도 가도 알 수 없는 길/
십 리에 인기척 없고 간은 비었는데 봄새가 운다.
중 만나 앞길을 물었건만 중 가고 나니 길은 도로 헷갈려
선조 때의 문신인 강백년(姜栢年)의 <산길>이라는 시이다.
'길'이란 참 묘하다
아니 여러 가지다.
그러기에 길을 자주 잃어버리기도 한다.
산길 같은 우리 인생길에서 더욱 그러하다.
반듯한 길, 가시밭길, 험한 길
오늘도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대신해 주지 않는
삶의 무게에 짓눌려 허우적거리며 길 위에 있다.
(226p)
/살다 보니 알 것 같다/
살다 보니 알 것 같다.
산길 들길을 걸어야 하고 인생길도 걸어야 한다.
소낙비가 지나가면 무지개가 뜨고
폭염의 계절은 가을바람에 양보하고
폭설의 계절은 봄바람에게 밀려나고
석양의 노을은 영롱한 별들에게 양보하고
강물도 바람도 구름도 그리고 힘겨운 삶도
이 모든 것들이 흘러가고 지나가더라
살다 보니 알 것 같다.
순간순간이 쌓이고 흘러가는 과정이고
지금 이 시간이 바로 우리 인생이라는 걸
(24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