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로드 - 사라진 소녀들
스티나 약손 지음, 노진선 옮김 / 마음서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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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의 흔적도, 시신도 없는 미스터리한 실종!

흔적이 없이 사라진 딸을 찾기 위한 아빠의 처절한 몸부림은 백야가 시작되면서 해가 지지 않는 스웨덴 북부의 초현실적인 풍경 속에서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

실버 로드라 불리는 스웨덴 동부 해안에서 노르웨이 국격으로 이어지는 국도에서 3년 전 렐레의 17살 딸 리나가 버스를 기다리다 감쪽같이 사라져버린다.

딸을 마지막으로 본 사람은 아빠인 렐레로 버스가 도착하기 15분 전 버스 정류장에 리나를 내려주었다.

15분 후 버스가 도착했을 땐 이미 리나는 사라지고 없었다.

목격자도 단서도 없이 사건은 미궁에 빠지게 되고, 그때부터 3년 동안 렐레는 딸 리나의 생존을 확신하며 사라진 딸을 찾아 혼자 실버 로드와 인근 지역을 샅샅이 수색하고 다닌다.

밤새 실버 로드를 운전하며 특이사항이 있나를 확인하고, 크고 작은 쓰레기통들도 모두 열어보고, 습지나 폐광도 샅샅이 뒤져본다.

집에서는 컴퓨터 앞에 앉아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리나의 실종에 관해 써놓은 가설들을 읽어본다.

생각도 하기 싫은 끔찍한 가설들이었지만 그래도 렐레는 다 읽어 보았다.

그리고 거의 매일 경찰서에 전화를 해 딸을 찾아내라고 소리를 쳤고, 자지도 먹지도 않으며 리나를 찾는 일에만 집중했다.

어둠이 도사린 숲과 안개가 짙게 낀 습지, 인적이 없는 폐가를 샅샅이 수색하며 다니던 렐리에게 수상쩍은 용의자들이 하나씩 포착된다.

딸의 남자친구, 폐가에 숨어사는 퇴역군인, 포르노 수집광인 늙은 남자, 강간 전과자, 밀주를 파는 쌍둥이 형제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에게서 범죄 혐의점을 찾아내기 위해 한 사람씩 차례로 접근을 시도한다.

그러던 어느 날, 캠핑장에서 또 다른 17살 소녀가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딸 리나의 실종 때와 같이 목격자도, 단서도 없다.

렐레는 이 사건이 딸의 실종 사건과 연관성이 있다고 직감하고 유력한 용의자를 찾아 나선다.

<실버 로드>에는 실종된 딸을 찾아다니는 렐레와 매춘부 엄마로부터 벗어나려는 소녀 메야의 시선을 따라 이야기가 전개된다.

메야의 엄마는 인터넷상에서 만난 남자의 집에 얹혀살고자 스웨덴 북부의 적막한 마을로 이주해온다.

딸이 집에 있어도 애인과 거침없이 섹스하는 엄마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하던 메야에게 인근에 사는 삼 형제가 나타난다.

그의 가족은 기술문명과 교육을 거부하고 숲에서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아간다.

안온한 가정을 갈망했던 메야는 좀 특이하긴 해도 삼 형제 중 막내인 칼 요한에게 빠져들게 되고 마침내는 엄마 곁을 떠나 그의 가족이 있는 집으로 들어간다.

각각 전혀 다른 이야기처럼 전개되지만 결국 두 사람 사건들은 하나의 접점을 이루게 되고, 새롭게 실종된 사건을 풀어나가는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게 되면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운명에 맞서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서서히 섬뜩한 모습을 드려내는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데......

"날 찾아야지. 날 찾을 수 있는 사람은 아빠분이야."


<실버 로드> 소설은 저자인 스티나 약손의 데뷔작이다.

이 작품은 2018년 스웨덴 범죄소설상, 2019년 북유럽 최고의 장르문학에 수여하는 ‘유리열쇠상’을 수상한다.

신인 작가가 데뷔작으로 상을 받은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으며, 이 놀라운 데뷔작은 스웨덴에서 종합 베스트셀러 1위, 전 세계 20개국에 판권이 수출되었다고 한다.


리나와 같은 또래의 딸을 키우는 입장에서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실종된 리나를 3년 동안 찾아다니는 렐레와 달리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는 자식이 살인을 해도 자기 자식만 귀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비르게르같은 부모를 보면서 자식을 키우는 부모라고 다 같은 마음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참 씁쓸했다.

광기에 가까운 집착으로 딸을 찾아 헤매는 렐레의 끊임없는 죄책감이 이해가 되면서도 그저 안타깝기만 했다.

먹지도 자지도 않으며 딸을 찾아헤매고, 예전과 변함없이 딸이 있는 듯 대화도 나누는 모습에 미쳤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느 날 갑자기 딸이 실종되어 버린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어느 드라마에 나왔던 대사가 생각났다.

남편이 먼저 죽으면 과부, 부인이 먼저 죽으면 홀아비, 부모가 먼저 죽으면 고아라 부르는데,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죽으면 그 고통을 뭐라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 부를 수 있는 말이 없다고 했다.

<실버 로드>를 읽으면서 4월이면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하는 꽃 같은 아이들과 그들을 가슴에 묻은 부모님들의 헤아릴 수 없는 아픔이 자꾸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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