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합니다 - 침묵으로 리드하는 고수의 대화법
다니하라 마코토 지음, 우다혜 옮김 / 지식너머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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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말에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합니다>는 모순으로 가득한 책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대화를 잘하기 위한 방법을 알려준다면서 말을 하지 않는 '침묵'을 한 권 분량으로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어떻게 말할까?'를 알려주는 책들이 넘쳐나고 있으니 말 잘하는 법이 궁금하다면 지금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도 좋을 듯하다.

이 책에서는 말이 존재하지 않는 '말과 말의 사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할지, 즉 '말의 사이'인 '침묵'의 사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51초 침묵은 매우 이례적인 연설로 전국적인 추모 물결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었다.

2011년 1월 미국 애리조나 총기 사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 도중 갑작스럽게 51초간 침묵했다.

잠깐 동안 놀란 대중들은 이내 슬픔, 고통, 연민, 책임감 등의 감정을 느끼게 되었고 추모의 물결을 일으키게 된다.

비언어적 대화의 강력함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할 수 있겠다.

버락 오바마는 연설 중 핵심이 되는 말을 반복하고 직후에 침묵함으로써 사람들의 머릿속에 문장이 각인될 수 있도록 했는데, "Yes, we can!"이라고 반복해서 말한 뒤 잠시 침묵하며 이 문장을 각인시켜 기억하도록 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연설 중간에 객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오면 박수 소리가 그칠 때까지 침묵하며 기다림으로써 청중이 연설 내용을 머릿속에 정리하고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하는 매우 효과적인 연설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이와 유사한 연설법을 사용한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링컨 기념관에서 행해진 "I have d dream"으로 시작하는 연설도 매우 유명하다.

"I have a dream"이라고 말한 뒤 몇 초간 침묵함으로써 핵심 되는 말을 각인시키는 효과를 보았다.

프레젠테이션 하면 바로 떠오르는 사람 중에는 스티브 잡스가 있다.

신제품을 공개하는 자리에서 "2년 반 동안 이날이 오기를 기다려 왔습니다"하고 운을 뗀 후 무려 7초 동안 침묵했다.

스티브 잡스는 가장 효과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자 초반 7초간의 침묵을 전략적으로 이용했고, 이 긴 침묵 덕분에 청중의 기대감과 설득력이 순식간에 높아졌다.

프레젠테이션의 최대 목적이 '설득'인 점을 감안하면 최고의 효과를 본 것이라 할 수 있다.

미국 전 대통령 링컨은 중요한 발언을 하기 전에 잠시 침묵한 뒤 연설을 함으로써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며, 연설로 대중을 선동했다는 나치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는 연설 전에 긴 침묵(약 30초 정도)을 취했다고 한다.


저자는 이런 침묵의 기술을 '자이가르닉 효과'라고 말한다.

자이가르닉 효과란 심리학에서 사용되는 심리 현상의 일종으로 미완성 효과라고도 한다.

달성한 일보다 달성하지 못했거나 중단된 일을 더 잘 기억하는 현상이라 말할 수 있다.

열중하던 일을 도중에 멈출 경우 정신적 강박이 형성되고 미련이 남아 뇌리에 박히게 되는 심리 현상으로서, 완결된 과제보다 완결되지 않은 과제가 기억에 더 강하게 남는 ‘미완성 효과’를 의미한다.

사람들은 어떤 과제를 받으면 인지적으로 불평형 상태, 즉 긴장하게 되는데 이런 긴장은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계속된다고 한다.

만약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그런 긴장은 지속되고, 그 문제와 관련된 기억은 생생하게 남는다고 한다.


<말에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합니다>를 통해 저자가 알려주는 대화를 잘하는 방법으로 '침묵하기'와 '간격(공백) 두기'를 꼽을 수 있겠다.

지나치게 많은 말은 삼가고 필요한 말을 한 다음 조용히 침묵하면, 상대의 머리와 마음에 이야기한 내용이 서서히 스며들어 설득의 효과가 높아지게 되므로 상대가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침묵'은 결국 '설득'의 효과를 높이게 된다.

화를 다스리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침묵'을 활용하면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다툼은 대개 오해에서 시작되는데 서로의 오해를 풀기 위해서는 상대의 말을 중간에 자르거나 끼어들지 말고 꾹 참고 끝까지 말하도록 해보자.

상대가 말을 마치면 침착하게 자신의 의견을 설명하는 것이다.

그래서 오해가 풀릴 수 있다면 더 이상의 대화 없이 침묵으로 돌아가 잠잠히 서로를 느끼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현명하다고 한다.

어떤 말을 섞지 않아도 서로를 신뢰하는 견고한 인간관계를 맺고 있다면 그들에게는 특별한 대화가 필요치 않을 것이다.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깊이 이해하게 되는 경지에 도달하게 된 것이니 어쩌면 '침묵'은 인간관계의 마지막 종착지에 있는 것은 아닐까?

침묵이 무조건 효과적인 것만은 아닌 것이, 침묵의 최대 리스크가 '오해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기분 나쁜가?', '신경질적이고 까다로워 보이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당최 알 수가 없군'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니 침묵할 때 심각한 표정을 짓지 않도록 유의하자.

커뮤니케이션의 기초는 호감과 신뢰라 할 수 있으니 상대를 위한 배려를 잊지 않으면서 '침묵'을 통해 원하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하고자 노력해야 할 것이다.

강하고 묵직하게 이기는 대화의 품격, 그것은 바로 '침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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