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의 눈물 - 개정판
김연정 지음 / 매직하우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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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이 폭발하기 전에 천지를 감싸고 있던 봉우리 중 지각이 약한 봉우리가 무너져 내리면 그 길을 따라 천지의 물줄기가 흐를 거라고, 그것은 스스로에게 수호신이라고 불러준 민족의 지난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천지가 마음 깊이 눈물을 흘리는 거라고, 천지의 눈물이 바로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눈물인 거라고….

(p.375)


소설 <천지의 눈물>은 천년만에 다시 폭발하려는 백두산의 화산 폭발을 소재로 하고 있다.

천년 전 멸망한 발해.

강한 나라였고, 부자 나라였으며 아름다운 나라였던 해동성국 발해는 당나라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북부와 만주 일대를 장악하는 등 큰 위세를 떨쳤지만 한순간에 멸망했다.

소설 속에서는 갑작스러운 발해의 멸망은 화산 폭발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실제 지질학자들에 따르면 백두산이 가장 큰 규모로 폭발한 것이 10세기 경으로 백두산 대폭발을 발해 멸망의 원인으로 지목해오고 있다 한다.

물론 다양한 가설들이 나오고 있어 발해 멸망의 원인을 백두산 화산 폭발로 단정 짓는 건 아직 무리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최근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영화 '백두산'도 백두산 화산 폭발을 소재로 만든 재난 영화다.

백두산은 화산활동을 잠시 멈추고 있는 휴화산으로 분류되었으나 화산 분화 징후가 지속적으로 관측됨에 따라 현재는 활화산으로 분류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백두산이 화산활동을 언제든지 재개할 수 있음을 지적하며 백두산 일대뿐만 아니라 한반도 전체에 큰 재앙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 백두산이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으며 매달 10여 차례 이상 지진이 발생하고 있고, 지진파 측정 결과 백두산 지하에는 거대한 마그마 방이 도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건 백두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북한의 핵실험이 백두산 화산활동을 자극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높다는 것이다.

소설 <천지의 눈물>에서도 북한의 핵실험이 백두산의 화산활동을 자극하는 위험 요인이 되기도 한다.

화산 전문가들은 백두산의 화산 폭발 징후를 예측하기 위해 지속적인 과학적 연구와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현실은

정치(중국의 동북공정)와 사상적인 문제, 남북 관계의 악화로 인해 공동연구가 무산된 상태다.


백두산 천지의 국경선에 관한 분쟁은 청나라와 조선 간에도 늘 있었다고 한다. 특히 숙종 시절에는 이를 바로잡고자 백두산정계비를 세웠는데, 이후 1909년 조선을 통째로 털어먹을 생각이던 일본이 청나라와 간도협약을 맺었다. 이때에 일본은 백두산에 대한 중국의 요구 조건을 들어주고, 청은 간도에서 일본의 이권을 보장하게 되었다. 백두산 전체가 중국의 손으로 넘어가게 될 상황을 정리하고자 1962년 중국의 저우언라이와 북한의 김일성이 만나 조중변계조약을 체결하게 되면서 천지의 45%가 중국의 영토로 확정되어버리게 된다.

(p.28)


<천지의 눈물> 소설에서는 각국의 지질학자와 화산 연구가들이 모여 공동으로 연구를 한다.

선화는 백두산 인근 이도백하 마을에서 '백두민박'을 운영하는 부모님을 따라 가이드로 활동 중이지만 개인적으로 백두산 지진을 관찰 연구한다.

남주인공 승현은 백두산 관광을 왔다가 선화를 만나게 되고 우연히 장태균 교수의 조수로 일하게 되면서 백두산으로 와 선화와 다시 만나게 된다.

장태균은 한국 A대 지구물리학과 교수이자 화산연구가로 여주인공 선화의 삼촌이다.

리서희는 선화의 친구로 북한에서 넘어온 탈북자이지만, 연변에서 조선족으로 행세하며 살아간다.

리성철은 북한 김책 공업종합대학 지질학과 교수로 리서희의 아버지로 딸과 함께 탈북해 한국으로 망명한다.

무라야마 이키라 교수는 일본 국립대학 지구 환경학 박사다.

진수이룽 박사는 중국의 지질학과 교수이자 화산연구가이다.

남민수는 북한에서 온 화산연구소 박사다.

리용수는 북한에서 온 화산연구소 연구원이다.

백동일은 북한인민보안부소속 보안원으로 최악의 발암 인물이다.

북한은 핵실험을 한다고 난리, 이 문제로 미국과 중국은 말씨름을 벌리고, 한국은 그 가운데 끼어 이도 저도 못하고 있다.

중국은 동북공정 핑계를 대며 한국이 백두산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장백산이라고 부르지 않은 이상 절대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국과 일본은 중국과 북한의 협조를 얻어 백두산을 조사할 수 있는데 중국 정부의 규제로 중단되어 버렸고, 남북 관계의 악화로 인해 공동연구 또한 무산된 상태다.

하지만 백두산의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인지하고 각국의 전문가들이 이도백하 마을 백두민박에 모였다.

언제 본 모습을 보일지 모르는 화산, 지금 당장이라도 터져버릴 듯 인간들을 위협하는 불안한 화산이 백두산이다.

체제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북한과 그들을 형제라고 감싸 안으려는 한국과, 그런 한국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이리저리 굴리는 중국과, 곧 터져버리지도 모를 화산의 심각성을 이미 한참 전에 깨달은 일본까지...

자유롭게 조사활동을 벌여도 마음이 편치 않을 텐데. 각국 정부는 서로의 이익을 챙기느라 바쁘다.


2020년 12월 10일.

오전 7시 30분.

천둥이 치듯 굉음이 울리더니 갑자기 건물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백두산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오전 10시 20분.

백두산의 화산 분화가 시작되었다.

백두산의 화산재가 빠른 속도로 남하한다.

화산재가 함박눈처럼 날아들던 서울 도심 한복판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북한 땅을 강타했던 강진이 남쪽으로 밀려와 한국 땅을 온통 뒤흔든다.

화산재로 서서히 어두워져가는 한국, 건물이 무너지고 자동차가 뒤엉켜 도로가 마비된다.

제 기능을 상실한 대한민국과 지옥이 되어버린 북한.

한반도는 검은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은 채 헤매고만 있다.

2020년 12월 20일.

백두산은 열흘이 지난 뒤에야 폭발을 멈추었다.

수천 톤의 화산재는 한반도 전역을 뒤덮었고, 동해바다 건너 일본 열도를 통과한 뒤 지구를 두 바퀴나 일주했다.

백두산의 거대 화산 활동이 끝난 지금, 한국은 여전히 휘날리는 화산재를 맞으며 다시 일어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본문 중에서 (P. 35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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