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5대 소설 수호전·금병매·홍루몽 편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이나미 리쓰코 지음, 장원철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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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중국 5대 소설 (삼국지연의, 서유기, 수호전, 금병매, 홍루몽) 중에서 '수호전', '금병매', '홍루몽' 세 작품을 다루고 있다.

전편은 '삼국지연의', '서유기'를 다루었고, 하편에서는 '수호전', '금병매', '홍루몽'이 지니고 있는 상호 불가분의 인과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 5대 소설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통독하는데 열정과 각오를 요하는 대작들이라 끝까지 독파한다면 성취감도 각별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이 책은 소설만을 다룬 책이라기보다는 소설의 구성 방식과 스토리 전개에 부가적 설명을 해주며 일종의 길라잡이 역할을 해주는 책이다.

불가능한 모험에 가까울 수 있는 중국 5대 소설 통독하기에 도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줄 수도 있고 옮긴이가 말하듯 말 타고 꽃구경하는 식의 주마간화 走馬看花로 보고 말지는 이 책을 읽고 난 후 각자 알아서 선택할 일일 듯하다.


<수호전>은 송대(宋代)부터 원대(元代)에 이르기까지 재담꾼이 청중을 앞에 두고 공연했던 연속 장편 야담을 모태로 한 작품이다.

'36개의 천강성天罡星'과 '72개의 지살성地煞星'에서 태어난 108명의 호걸이 온갖 파란곡절을 거쳐 '양산박'에 모여들어 조정의 관군을 상대로 대활약을 펼치는 통쾌한 이야기다.

'수호전'은 역사적 실화에 기초한 작품으로 배경은 북송北宋(960~1126년) 말기로 방탕했던 천자로 유명한 여덟 번째 황제 휘종이 채경, 양전, 고구, 동관 등 네 명의 악인을 조정에 중용함에 따라 세상에 뇌물과 범죄가 횡행하고 그 결과 정국이 혼란스러웠던 시기다.

'양산박 군단'과 같은 무법자 집단이 무수히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양산박 군단'의 지도자가 되는 송강도 실제 인물이며, '양산박'이 있던 장소도 산둥山東성 근처로 특정할 수 있단다.

1회~71회까지는 108명의 호걸들이 속속 '양산박'에 집결하는 양상을 묘사하고 있으며, ~82회까지는 조정 관군과 전투를 벌이면서 '양산박 군단'이 정식으로 귀순하는 과정이 담겨 있고, 83~ 100회까지는 요遼 정벌과 방납의 난 진압에 출진해서 군단을 괴멸하기까지의 경위가 이어진다.

수호전의 가장 킁 특징은 호걸 108명의 등장 형식이 '염주 알처럼 많은 인물을 한 줄로 늘어세우는' 짜임새로 되어 있으며, 단지 늘어놓기만 한 것이 아니라 반드시 유기적으로 관계를 지우는 교묘한 기법을 구사하고 있다.

'수호전'에서는 남자끼리의 강한 유대감으로 연결된 '협俠의 정신'이 중시되는데, 108명의 호걸이 모여든 '양산박'은 협의 윤리가 관철되는 운명 공동체와 같다.

남성 상호 간의 관계성을 최우선으로 하므로 시원시원한 윤리감을 보여주지만, 여성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결벽을 강조하고 있어 여성 혐오의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몇몇 여성 장수를 제외하고는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은 호걸들에게 단칼에 죽임을 당해도 마땅할 정도의 '악녀'들만이 등장하다 보니, '수호전'에서 '여성적인 것'은 '악'으로 간주되며 배제되어도 마땅하다는 윤리감이 존재한다.


<금병매>는 '소소생笑笑生'이라는 필명의 작가가 쓴 작품이라고 추정되고 있다.

그동안 '설화'로 전해내려오는 '삼국지연의', '서유기', '수호전'은 작자가 미상인 작품으로 입으로 이야기되어 전해오던 소설이었는데, '금병매'에서 '쓰는 것'으로 큰 전환을 이루게 된다.

'금병매'는 '수호전'에 등장하는 호건 무송武松이 불륜을 저지르고 자신의 친형을 살해한 형수 반금련과 그녀의 불륜 상대 서문경을 참살하는 대목에 착안하여 이때 만약 두 사람이 죽임을 당하지 않았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수호전에서 완전히 이탈하여 새로운 서사 세계를 구축하는 이야기다.

'희대의 음서'라는 전통적 비판에서부터 '중극 최초의 근대적 리얼리즘 소설'이라는 찬사에 이르기까지 극단적인 평가의 진폭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신흥 졸부 상인으로 욕망의 화신이라 할 서문경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악녀'가 등장해 욕망과 에로스에 광분하는 세계를 묘사한 작품으로, 시종일관 욕망투성이인 남녀들의 모습을 집요하게 그려내면서 다채로운 여성상을 전면에 내세우고 활약하게 하고 있다.

'작품에 묘사되는 것을 먹고 마시는 일과 섹스뿐이다'라는 말에서 드러나듯 '음식남녀 飮食男女'의 문제로 일관하며 식욕과 성욕에 대한 끝없는 쾌락의 영속화를 추구하고 있다.

또한 작품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여성들은 상대 남성들을 모두 파멸로 이끄는 '팜므파탈'로 등장, 활약하고 있어 여성을 강렬한 존재감을 지닌 주요 인물로 다루고 있다.

'서유기'나 '수호전'과는 다르게 전체를 조망하면서 많은 등장인물을 주도면밀하게 배치함으로써 탄탄한 서사 세계를 구축하고, 면밀한 세부 묘사를 통해 현장감을 높이는 에피소드가 많아 '설화'에서 '소설'로 환골탈태한 작품이다.


<홍루몽>은 18세기 중엽 청대淸代 중기에 조설근에 의해 창작된 소설이다.

'금병매'에서 착상을 가져왔지만 외설성을 철저히 정화淨化하고 가다듬어서 정치하기 그지없는 서사 세계를 구축한 중국 백화 장편소설의 금자탑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대귀족'인 가씨 집안을 무대로, 소녀 숭배자이자 중심인물인 가보옥이라는 소년과 임대옥을 비롯한 아름다운 미소녀들이 펼치는 몽환적인 세계를 치밀하게 그려내면서, 그들을 둘러싼 주변 어른들의 추악한 세계까지도 면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가보옥은 '소녀야말로 천지 간의 가장 지고한 존재'라고 확신하고 그 '지고한 가치'의 상징적 존재인 임대옥을 광적으로 사랑하지만 결국은 비극적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천상의 선계를 그대로 재현한 대관원이라는 지상 낙원에서, 현실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절대적 애정을 추구하는 이야기로, 인생은 한바탕의 화려한 꿈에 불과하다는 비관적 인생관을 담고 있다.

'홍루몽'에는 고전 특유의 예리함을 잃지 않는 불멸의 가시가 감춰져 있는데, 현실의 질서가 감추는 비인간성을 여지없이 폭로하려는 문제적 걸작으로 소설 고유의 급진주의를 구현해 낸 완전한 소설 작품이라 할 수 있단다.

이 책의 저자(이나리 리쓰코 교수)는 '홍루몽'이 20세기 문학의 최대 걸작인 프로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나, 플로베르의 <감정교육>과 비교하고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작품이라고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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