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짓는다는 것은 물리적인 요소들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집 구석구석에 배어든 사는 사람의 생각과 온기가 담겨있어야 있어야 한다.
집에는 가족이 나누던 온기, 생활의 흔적과 집에서 펼쳐질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생각이 담기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사람들이 그 집을 떠나거나 사라지게 되더라도 그 집에 쌓인 시간과 그 집에 살았던 사람들의 생각은 그대로 남게 되며, 그렇게 집은 생명력을 얻게 되고 영원히 기억된다.
사람마다 집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이 다를 것이다.
단순히 주거의 기능만으로 집을 보는 이도 있고, 재테크의 수단으로 보는 이도 있을 수 있지만, '우리 집'이라는 단어가 풍기는 따뜻함, 추억, 기억, 향수, 가족애 등의 많은 감정들이 묻어나는 그런 집도 있으니 그럴 때 집은 특정한 기억과 정서를 뛰어넘는 한 개인의 우주와 같은 곳이 된다.
사람들은 종종 "좋은 집은 어떤 집인가요?"라는 질문을 한다.
우리는 보통 집을 고를 때 현실적으로 가장 적당한 집이라고 생각하는 범주가 있는데 교통이 편리한 집, 위치가 좋은 집, 전망이 좋은 집, 비싼 집이거나 가격이 많이 오를 것 같은 집, 설비가 아주 잘 되어 있어 편리한 집, 새로 지은 집 등이 있는데 이런 것들이 절대적인 의미로 좋은 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제 막 결혼하는 신혼부부와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부, 학년기에 접어든 아이들 키우는 부부, 자식을 모두 출가시킨 노부부까지 다양한 세대가 자신의 상황에 맞춰 원하는 조건의 좋은 집은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모든 고민보다 더 앞서는 고민은 집을 마련하는 일 자체부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평생에 걸쳐 돈을 벌어야 마련할까 말까 하고, 빚을 져야지만 살 수 있고, 물려받거나 물려주는데도 세금 등의 문제가 있는 소유에 대한 개념이 들어가 있다 보니 빚내어 마련한 집은 내 집이 아니라 은행 집이란 말도 나오는 게 현실이다.
집이란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낮에 아무리 힘든 일이 있고, 부대끼고 피곤했어도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 가족들이 있는 곳, 그런 의미가 있는 곳이 좋은 집인데, 우리는 자꾸만 그 사실을 잊게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저자는 어떤 집이 좋은 집이냐고 묻는 질문에 "좋은 집은 가족의 생활이 담기는 집, 일상복처럼 편안한 집"이라고 말한다고 했다.
집이란 우리 생활이 담기는 곳이므로 우선은 편안해야 한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 듯 공간에서 느끼는 편안함도 다르겠지만 모델하우스처럼 완벽에 가까운 집보다는 무릎 나온 일상복처럼 편안한 사람 사는 냄새가 풍기는 집이 좋다.
햇빛이 가득한 밝은 느낌에 아이들이 자란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아이들이 자라 그 집을 기억할 때 방과 창문, 집의 냄새 등을 추억할 수 있는 집, 기억이 묻어 있는 집, 나와 우리 가족이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집, 가족이 함께 머무는 집, 그런 집이 정말 좋은 집! 아닐까?
이 책은 저자 부부가 그동안 만났던 집, 좋아하는 집, 함께 지었던 집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가족을 품은 집, 사람을 품은 집, 자연을 품은 집, 이야기를 품은 집으로 나눠 집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동서양의 다양한 건축물과 영화, 책, 그리고 건축을 의뢰받아 직접 지었던 집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집이란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창덕궁 연경당, 충재 고택과 청암정, 정성세 가문의 대산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정원 서석지와 반가의 품위를 보여주는 사월종택, 경주 양동 마을의 심수정, 철거 위기에서 복원된 고희동 가옥, 명재 고택의 너른 마당 등 건축가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자세히 소개해주는 건축물에 대한 설명들도 흥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