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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평점 :
<멋진 신세계>는 요즘 책방 '책을 읽어드립니다' 방송을 통해 처음 접했다.
한 번쯤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인공지능, DNA 조작, 대량생산, 과도하게 발달한 과학문명 속 세계를 그려내는 공상과학류의 소설을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아 선뜻 책 읽기가 쉽지 않았는데 방송을 보고 마음을 바꿔 읽어보게 되었다.
영국 소설가 올더스 헉슬리가 1932년에 출판한 미래소설로 SF 소설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명작 고전이다.
과학문명이 과도하게 발전한 2540년을 배경으로 인간성이 상실된 미래 사회의 모습을 그려낸 디스토피아 소설(반유토피아적 풍자소설)이다.
지금으로부터 80년 전의 한 영국 작가는 당시 600년이나 뒤인 2540년의 미래를 예언한 멋진 신세계를 썼다.
저자가 글을 쓸 당시는 1차 세계 세계 대전 이후로 전체주의 국가들에 의해 만들어진 첨단 무기가 전쟁의 도구로 사용되는 걸 보면서 과학과 전쟁이 결합하면 엄청난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과학과 기계문명의 위협이 심각한 현실 문제로 인식되었던 때였다.
저자는 그때의 암울한 모습을 미래 세계의 모습으로 표현하면서, 과학만능주의에 대한 회의와, 인간성 회복의 추구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정말 놀라웠던 건 <멋진 신세계>에서 보여주는 획일화된 문명사회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와 너무도 닮아 있다는 것이다.
유행이라는 명분 아래 같은 옷, 같은 스타일, 같은 음식, 같은 취향, 같은 모습(성형수술)에 같은 생각을 선호하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돈과 물질을 신격화하고, 돈과 권력에 따라 계층이 나뉘고 계급화되어 있으며, 대량생산과 대량 소비 속에 살아가며, 대규모 노동 속에 부품처럼 움직이며 일을 한다.
멋진 신세계의 세계국 표어는 "공동체, 동일성, 안정성"인데, 이 표어 또한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 사회와 참 많이 닮아있다.
<멋진 신세계>에 등장하는 주요인물.
* 포드 - 과학 발달의 상징적인 인물로 신적인 존재다.
* 무스파타 몬드 총통 - 신세계의 맹점을 알고 있지만 변화시킬 생각이 없으며, 세상의 질서와 규칙을 만들고 자기 혼자만의 판단으로 사람들의 행복과 불행을 결정한다.
* 버나드 마르크스 - 알파 플러스 계급임에도 대용혈액 속에 알코올 주입 실수로 인해 알파 계급 평균 신장보다 작고, 몸짓도 마른 볼품없는 외모를 가지고 있다 보니 고독, 열등감으로 인한 특별한 자아의식을 가지고 있다. 소마를 거부하고, 스스로 생각하려 들고, 세뇌된 행복을 버리고 스스로 행복을 찾으려 하지만 열등감 때문에 지나치게 으스대거나 비열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 레니나 - 인기 있고 매력적인 알파 계급의 여자로 아무 불만 없이 그 세계에 순응하며 살아간다. 버나드와 존에게 호기심이 많으나 그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 존 - 야만국에 사는 인물로 린다의 아들이다. 버나드와 레니나를 만나 문명국으로 오지만 여전히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으며 자신의 세계에 머문다. 문명보다는 인간 본연의 사상과 야만국의 생활을 더 소중하게 여긴다. 총통의 실험 대상이 되어야 하는 운명 때문에 은둔생활을 하는데 이마저도 자유롭지 못해, 스스로 목을 매 자살한다.
* 린다 - 토마스 소장과 야만인 보호 구역에 갔다가 그곳에서 아들 존을 낳고 살지만 적응을 못한다. 문명세계로 돌아오지만 이곳에서도 인간다운 생활을 하지 못해 소마에 의존하다가 과다 복용으로 죽는다.
* 헬름홀츠 - 건강한 체구를 가진 뛰어난 미남에 지나치게 뛰어난 지적 능력을 가졌다. 전체주의 정책에 회의적이며, 버나드와 비슷한 의식 세계를 가지고 있다. 버나드가 허황된 명예를 누리거나 다시 좌절해 찾아와도 항상 우정을 가지고 지켜봐 준다.
<멋진 신세계>의 배경
안정의 해(포드력) A.F. 632년은 10명의 총통이 통치하는 세계정부 시대다.
모든 인간은 인공수정으로 태어나며. 아이들의 양육, 교육은 전적으로 국가가 책임을 진다.
그들은 태어나기 이전에 이미 지능에 따라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 계급으로 나뉘고, 어떤 삶을 살게 될 것인가가 정해진다.
알파 계급은 사회 지도층에 속하는 최상위 엘리트 계층, 베타 계급은 행정 업무를 맡는 중산층, 감마 계급은 하류층에 해당하며, 델타와 엡실론 계급은 몇 가지 유전자 타입을 가지고 고의로 지적장애를 유발한 채 양산된 가장 최하층 계급으로 단순노동을 담당한다.
그들은 태아 시절부터 조건반사와 수면 암시 교육을 통해 자신의 계급에 맞는 세뇌 교육을 반복적으로 받으며 성장하다 보니 계층 간의 일이 뒤섞이는 일이 없으며 최하층의 일을 하면서도 전혀 불만을 갖지 않는다.
스포츠 활동을 비롯해 촉감 영화라 불리는 포르노에서 촉감까지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오락이 주요 여가 생활의 하나이며 모든 성관계는 기본적으로 자유롭다.
결혼도 없고 가정도 없으며, 임신과 출산은 철저히 금지되고, 아기는 부화소에서 복제로 태어나고, 어머니, 아버지, 가족이라는 단어는 혐오스럽고 상스럽게 여긴다.
'소마'라는 일종의 마약이 주어지는데 이것을 먹으면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행복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이 약물을 통해 죽을 때까지 늙지 않으니 노화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고 외모는 언제나 30대 수준을 유지한다.
책 속에는 '문명인'과 '야만인'으로 나뉘는 대립된 세계가 나온다.
'문명인'이 사는 곳은 사회의 안정과 모두의 행복을 위해 개인을 철저히 통제하고 억압하는 세계이지만 놀라운 과학의 발달로 노화나 병으로부터 자유롭고, 경제적인 궁핍도 없으며, 누구나 편안하고 안락함을 누리며, 모두가 행복하고 만족하는 이상적인 세계로, 말 그대로의 '멋진 신세계'다.
그들은 모두 만족하며 행복하게 살아가면서도 너무 자극이 없을까 봐 한 달에 한 번씩 V.P.S(격렬한 열정 대치 처리 요법)을 통해 아드레날린을 공급받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은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자유로운 의지는 말살당한 채 통제되고 길들어진 채 살아간다.
'야만인'이 사는 곳은 인간적인 삶의 조건들이 말살된 무감각한 사회로 보호구역에 격리되어 살아가는 원시 집단이다.
문명인들이 보기엔 참으로 가엽고 딱하게 사는 사람들로, 현실의 어려움 속에서도 죽음의 공포에서도 벗어나지 못한 채 태생과 가족에 연연하며 어리석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유를 통해 생을 만들어가며 행복을 누리고 싶다는 용기를 가지고 있다.
문명과 야만으로 나눠진 두 세계는 사실상 바뀐 세계라 할 수 있으니, <멋진 신세계>는 지극히 역설적인 세계라 하겠다.
자유를 외치는 야만인 존과 통제관의 대화에 이 책이 전달하고자 한 주제가 잘 드러나있다. (P. 362~363)
존 : 난 불편한 편이 더 좋아요.
통제관 : 우린 그렇지 않아요. 우린 편안하게 일하기를 더 좋아합니다.
존 : 난 안락함을 원하지 않습니다. 나는 신을 원하고, 시를 원하고, 참된 위험을 원하고, 자유를 원하고, 그리고 선을 원합니다. 나는 죄악을 원합니다.
통제관 : 사실상 당신은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하는 셈이군요.
존 : 나는 불행해질 권리를 주장하겠어요.
통제관 : 늙고 추악해지고 성 불능이 되는 권리와 매독과 암에 시달리는 권리와 먹을 것이 너무 없어서 고생하는 권리와 이투성이가 되는 권리와 내일은 어떻게 될지 끊임없이 걱정하면서 살아갈 권리와 장티푸스를 앓을 권리와 온갖 종류의 형언할 수 없는 고통으로 괴로워할 권리는 물론이겠고요.
존 : 나는 그런 것들을 모두 요구합니다.
지능에 따라 신분을 만들고, 그 신분에 따라 사람들을 세뇌하고, 사상과 행동을 제한하는 소설 속의 <멋진 신세계>는 분명 디스토피아다.
공정성, 동일성, 안정성을 내세우는 우민화 정책에 의해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아니라 행복한 개돼지로 살아가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모든 차별, 갈등, 불편, 불만들은 강제적인 세뇌교육과 소마(마약)을 통해 없애버리고, 스스로 사고하고 자유로울 수 있는 의지를 키우지 못하도록 인문학적인 요소들도 배재 시킨다.
과학 기술을 통해 불편한 것들을 없애고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강요하며 오직 행복이라는 하나의 감정만을 허락하는 세계가 과연 정말 행복한 세계일까... 많은 생각이 맴돈다.
"오, 멋진 신세계여 ……."
그의 기억에 스며든 어떤 악의에 의해서 이기라도 한 듯 야만인은 자기도 모르게 미란다의 말을 되풀이했다.
"오, 그런 사람들이 살아가는 멋진 신세계여."
(P. 248)
<멋진 신세계>라는 말은 셰익스피어의 희곡<템페스트>제5막 1장 가운데 미란다의 대사에서 따온 것이란다.
O wonder!
How many goodly creatures are there here!
How beauteous mankind is! O brave new world,
That has such people in't.
— William Shakespeare, The Tempest, Act V, Scene I, ll. 203–206
오 놀라워라!
이 많은 훌륭한 피조물이라니!
인간은 참으로 아름다워라! 오 멋진 신세계,
이런 사람들이 사는 곳.
- 윌리엄 셰익스피어, 템페스트, 제5막 1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