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샌디에이고 - 한국과 미국을 바라보는 이방인의 시선
복일경 지음 / 바이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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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한국과 미국의 삶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결혼과 동시에 남편 유학길에 따라나서면서 10년 동안을 미국에서의 생활하게 되었다.

가난한 유학생 부부에게 미국에서도 집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샌디에이고에서의 생활을 막막함 그 자체였다 한다.

의식주가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고, 샌디에이고는 물론이고 미국 어디에서나 존재했던 수많은 '보이지 않는 벽'은 타국에 주눅 든 유학생에겐 더 큰 어려움이었다.

값이 싼 아파트는 흑인만이 거주하는 구역이거나, 베트남 갱단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구역이라 도저히 살 자신이 없었고, 결국 안전을 위해서라도 비싼 아파트로 이사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곳에도 인종, 언어, 문화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세워진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하고 있더란다.

그 벽은 직장을 구하고, 아이들이 학교에 보내는데도 위압을 가해 왔고, 그들과는 결코 같아질 수 없다는 암묵적인 사실과 소외감으로 이방인으로서의 삶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한다.

그래도 미국 시민권자였던 아이들만은 이방인이 아닌 주인이 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차가운 시선들을 견뎌나갈 수 있었다.

지나고 보니 저자 또한 벽을 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잦은 이사로 낯선 환경에 계속 내몰리다 보니 스스로 벽을 허물고 먼저 다가가는 노력을 통해 동네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게 되었단다.

저자가 미국에서 겪었던 내 생애 최고의 시간들은 임신과 출산의 기간이었단다.

미국에 있으면서 경험했던 임신과 출산의 시간은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축복과 찬사를 받을 수 있었던 생애 최고의 시간을 선사해주었단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의 현실은 비참한 수준이다.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문제도 대두되고 있지만 임신과 출산에 대한 인식에는 큰 변화가 없어, 임신을 하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둬야 하고, 임신을 하고도 핑크빛 좌석의 주인공으로 앉는 게 쉽지 않으며, 작은 배려와 축복의 인사마저도 찾아보기 힘들다.

임신부터 출산, 그리고 육아까지 우리나라 여성(워킹맘)들이 가야 할 길은 여전히 막막하기만 한데, 아이만 계속 낳으라고 하는 건 너무 무책임하지 않은가.

미국 엄마들과 친해지면서 그들의 육아법이 한국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들은 쉽게 낳고 쉽게 기르더란다.

하루 종일 아이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종종거렸던 저자는 그들의 육아 방식이 게으르고 성의가 없어 보인다고 생각했었지만, 지나고 보니 그들은 대부분의 시간과 에너지를 아이들과 함께하는 산책과 놀이에 집중하며 더욱 친밀한 관계를 맺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아이들 위에 얹어진 '신의 손길'.

그들은 신의 손길을 믿기에 신의 영역에서 물러서 있었지만 저자는 자신의 영역이라 착각해 비켜서지 않으려 했었다는 것을...

"You don't have to be d god, honey. She's gonna be OK." (P.72)

잔소리를 멈추고 앞이 아닌 옆에 서서 아이들이 신의 손길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함께 지켜보는 일이 엄마로서 해야 할 일이란 것을 깨닫게 되었다.

'킨더'라는 이름으로 시작되는 미국의 공교육 과정에서 7살 아이들은 '예절 지키기'와 '학교 규칙 엄수하기'를 배운다.

이 엄격한 규칙 뒤에는 체계화된 규제와 제제가 숨어 있어 아이들은 서로의 모습을 통해 규칙을 배워나간다.

한국으로 돌아와 학교를 다니는 저자의 딸들은 학교생활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단다.

욕을 밥 먹듯이 하고, 장난처럼 몸을 밀치고 때리며, 선생님 말씀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친구들을 이해하기 어려워서란다.

친구들에 대한 예의와 규칙을 지킬 수록 학교생활이 더욱 즐겁고 편안해진다는 것을 많은 아이들이 알게 되기를 나 또한 간절히 바란다.

한국의 교육 환경은 심각한 수준으로 뒤틀어져있고 엉망이라 어디서부터 시작하며 바로잡아야 할지 막막하다.

어쩌면 가장 기본에 충실한 그들의 삶과 문화가 부럽다는 생각도 든다.

<어느 사커맘의 하루> 에피소드는 미국의 사커맘과 한국의 학원맘에 대한 이야기다.

스포츠가 생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미국에서는 어릴 때부터 체계화된 다양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스포츠 활동에 큰 관심을 가지고 적극 지지하며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데 이 아이들이 모두 스포츠를 전문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취미생활의 일부분으로 운동을 즐긴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오랜 기간 운동으로 단련된 체력은 물론, 주어진 프로젝트를 위해 서로 어떻게 협력해야 하는지를 터득해나가므로 한국에서 공부만을 잘해 유학 온 아이들과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수한 두뇌를 가진 한국 학생들이 미국 대학에 입학하기는 쉬워도 졸업하기는 어렵다.

미국에서 아이를 교육한다는 건 정말 천국일 것 같다는 부러움이 들기도 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욕심을 비우고 비교를 멈추고 올곧이 아이만을 바라봐 주는 데서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첫아이를 키우면서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거치긴 했지만 아이가 원하고, 좋아하고, 잘하는 것에 집중했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평생의 친구가 될 예술 분야에 대한 교육과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도록 해준 것은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당시 그럴 시간에 학원 하나 더 보내라고 했던 사람들의 말을 무시하고 아이가 좋아하는 악기를 가르치고, 운동을 즐길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었더니 희로애락을 느낄 때 늘 음악과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감정을 조절하고, 체력을 향상시킬 줄 알았다.

공자도 예술을 학문의 최고 경지로 꼽았다.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 (P.114)

약간의 기술과 노동으로도 만족스러운 삶을 이어나갈 수 있는 미국은 알바 천국이었다.

까다로운 심사에도 불구라고 전 세계의 사람들이 미국으로 몰려드는 건 높은 인건비 때문인지도 모른다.

베이비시터나 캐시어 등의 알바만으로도 넉넉한 용돈을 벌 수 있는 미국의 학생들과 밥도 굶어가며 두세 개의 알바를 해내야 하는 한국 학생들의 삶은 너무도 차이가 난다.

저자는 십 년 전 미국에서 시급 사만 원을 넘게 받으면 식당에서 알바를 했는데, 한국에 돌아와보니 한국의 최저임금은 8천 원 채 되지 않더란다.

대단한 직업이 아니더라도 삶을 지탱할 수 있는 충분한 대가를 받을 수 있기를 바라며 최저임금 인상에 찬성한다.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올려야 하는 게 맞는 일이다.

미국 차량국 DMV는 차에 관한 모든 것을 관리하는 곳이다.

일이 느려 터지기로 악명이 높은 곳인데 영화 <주토피아>에서는 DMV에 일하는 직원들이 모두 나무늘보로 나와 재치 있게 꼬집고 있다.

저자는 DMV와 함께 미국 관공서에서 업무를 보고자 한다면 두세 시간은 기다림은 기본이고 네 시간에서 여섯 시간도 충분히 걸릴 수 있으며, 빈틈없는 서류 준비와 함께, 신문, 책, 급격히 떨어지는 당 충전을 위한 사탕, 스낵을 꼭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조급함은 땅에 묻고 가야 하며, 몸속에서 사리가 하나둘씩 생겨날 수 있음도 예상해야 한단다.

반면 한국에 돌아와 운전면허갱신을 위해 시험장을 찾았다가 겪은 친절한 서비스와 속전속결의 스피드는 신선한 충격이었단다.

<신데렐라의 오십 번째 생일>는 미국에서의 생일파티 문화에 대해 알 수 재미있는 에피소드였다.

7세, 10세, 16세, 40세 등 특정한 나이대에 치르는 성대한 생일파티는 다수의 미국 관련 드라마, 영화, 책을 통해 살짝 접할 수 있었던 문화였다.

특이했던 마흔 살 생일인 '블랙 포티 blasck forty'는 젊을 넘어서는 나이라고 여기며 죽음에 가까워지는 나이란 뜻을 담고 있어 모두 검은색 옷을 맞춰 입고 주인공의 생일을 추모(?) 하는 다소 서글픈 생일파티인 것 같다.

요즘 같은 100세 시대에 40대에 죽음을 논하다니...

저자의 바램처럼 50세 생일 때 '화이트 피프티 white fifty' 생일 파티를 성대히 치르길 바란다.

<안녕, 샌디에이고>는 저자의 미국 유학 생활 도전, 적응, 생활밀착형 맞춤 이야기다.

두 나라에서 느낄 수 있는 차별화된 에피소드를 통해 삶 속에 깃든 습관과 문화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유학을 준비 중이거나 아이들과 함께 미국 생활을 계획 중이라면 미국 생활을 미리 알 수 있는 에피소드 가이드북으로도 유용할 것 같다.


미국에서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은 저자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을 바꾸어 놓았단다.

모든 점에서 다르다고 여겼던 친구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비슷하게 생각되었고, 종교와 이념보다는 친구를 더 소중히 생각하고 서로에게 의지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저자를 포함한 모든 이민자 친구들의 공통점이기도 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사람들에 대한 저자의 시선은 별로 달라지진 않았단다.

정작 달라진 건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란다.

예전에는 나의 삶이 꼭 특별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가르쳐준 귀한 가르침은 삶이 꼭 특별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

넓은 의미에서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이민자라 할 수 있다.

고향을 떠나 낯선 도서에 살고 있는 사람들, 낯선 거리에서 낯선 사람들과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이민자인 셈이다.

그럼에도 삶은 살아가게 마련이고 낯선 이웃이 곧 친한 친구로 변할 거라고 믿을 수 있다면, 어쩌면 우리의 삶은 이미 특별해졌는지도 모른다.

(P. 24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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