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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어른이 되는 법은 잘 모르지만 - 처음이라서 서툰 보통 어른에게 건네는 마음 다독임
윤정은 지음, 오하이오 그림 / 애플북스 / 201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그저 그런 보통날이야말로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날이다.
누구나 나이를 먹지만 아무나 괜찮은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감성 에세이 작가 윤정은은 말한다.
스테디셀러가 된 <하고 싶은 대로 살아도 괜찮아> 에세이에 이어 이번에는 어른이 되어가며 경험한 고민과 위로를 담은 감성 에세이 <괜찮은 어른이 되는 법은 잘 모르지만>을 출간했다.
어른이 되었다고 모든 걸 잘 하는 것도, 잘 아는 것도, 괜찮은 어른인 것도 아니었다.
여전히 서툴고 모르는 것 투성이, 실수투성이이며 많은 것에 미숙하고 어려운 일도 많다.
저자는 이 모든 게 처음이라 서운 건 당연하다며 헤맬지라도 스스로를 다독이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야 한다고 응원하며, 천천히 어른이 되어자고 너무 바쁘게 달려가지 말고 때론 쉬어가도 괜찮다고 다독여준다.
울고 싶을 땐 마음껏 목 놓아 울고, 화가 나가 소리치고 싶을 땐 목청껏 소리도 쳐보고, 힘든 친구의 하소연을 묵묵히 들어주고 따뜻한 차 한 잔을 권하며 다독여 주며,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서툴면 서툰 대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여주고 인정해주고 사랑해주면, 그런대로 괜찮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지 않을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와 감정들이 많아 편안하게 읽을 수 있어 좋았던 에세이다.
매일 아침 맞이하는 오늘은 처음 살아보는 날이기에 서툴러도 괜찮다.
기대했던 날에 비가 오고 바람이 거세면 어떤가.
바람을 느끼고 비를 맞으며 걷다 보면 햇살이 눈이 부셔 보지 못한 장면들을 만나게 될 테니 구태여 피하지 않으련다.
어떤 것을 핑계로 미루어버리면 그 일은 영영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다.
비가 오는 날 길을 걸어보아야 비를 피하는 방법도, 우산을 쓰는 방법도 알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모두 첫 어른이다.
그래서 사는 게 서툴지만 서툰 게 당연하다.
당연한 일이다.
P. 19~20
- 아이를 낳아 키운다는 것도 처음이라 모든 게 서툴렀었다.
특히 첫아이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키우게 되는 것 같다.
아이를 위한다고 했지만 결국은 부모의 욕심을 강요했었던 적도 있었고, 뭐 하나 불편함이 없도록 작은 것 하나까지도 챙겨주는 것이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라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아이는 불편함이 없었고 원하는 것들을 맘껏 누릴 수 있었지만, 스스로 해내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고 실수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아차차... 고기를 잡아 주는 것보단 잡는 방법을 가르쳤어야 했는데.
하루하루가 서툰 어른이(어른+어린이) 부모였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래, 아무리 어른인 것 같아도
아무리 나이가 들었다 해도
나의 오늘은 늘 처음이지.
그러니까 우리는 모두 오늘이 첫 어른이야.
p. 23
- 20대의 삶과 30대의 삶, 40대의 삶들을 뒤돌아보면 매 순간이 소중했고 아름답기도 했지만 고단하고 절박했었다.
우리 부모님도 이렇게 힘들었겠구나, 그들도 처음부터 어른이었던 건 아니었을 텐데 고단했던 삶을 내색하지 않고 사셨구나.
부모가 되어봐야 부모 맘을 안다는 말이 사무치게 가슴에 맺힐 때도 많았고, 자식 키우는 일이 직장 생활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도 많았다.
힘들고 고달프다고 더럽고 아니꼽다고 냅다 내팽개쳐 버릴 수도 도망갈 수도 없었다.
무작정 강행하기엔 용기라기 보단 무책임으로 불릴 나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냥 묵묵히 그 순간을 그 하루를 견뎌나가야 한다.
자고 일어나면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되고 고민이 해결이 되든지, 해결이 미뤄지든지에 상관없이 또 다른 고민이 밀려온다.
그렇게 살다 보니 어느새 40대다.
힘들다고 도망칠 수 있는 치기 어린 젊음이 갔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졌던 젊음은 노력하여 얻지 않았기에 소중한 줄 모르고 지나갔다.
자연스레 쌓인 나이와 경험은 연륜이라는 이름으로 곁에 남는다.
연륜 덕분에 우리는 견딘다.
지금 도망치면 어디로도 갈 곳이 없음을 알기에.
어른의 삶이 이토록 쓸쓸하고 이토록 애처롭다.
이 시절의 고민이 지나가면 또 어떤 고민이 우리에게 닥칠까?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해소되기는 할까?
해소되는 그날에, 아마 다른 짐을 짊어지겠지.
p. 29~30
어른에게 필요한 용기
더 이상 열심히 살지 않을 용기.
고통 속에서 도망칠 용기.
시시한 나를 인정할 용기.
친구에게 열등감 느끼는 나에게 실망하지 않을 용기.
이 길이 아닌 걸 알았을 때 뛰쳐나올 용기.
게을러도 괜찮다고 말할 줄 하는 용기.
시시하면 어떠냐고 반문하는 용기.
고단한 일상을 벗어나 훌쩍 여행을 떠날 용기.
부당함을 호소할 수 있는 용기.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것 알면서도 뛰어가보는 용기.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설 용기.
웃고 싶지 않은 일에도 잇몸을 드러내 웃을 줄 아는 용기.
그래도 싫을 때는 과감히 정색할 용기.
건강을 위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할 용기.
용기 내었다 해도 매번 비겁해지는 자신을 정면으로 바라볼 용기.
졸렬한 자신을 인정하고 이해해줄 용기.
무엇보다 필요한 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좋아해 줄 용기.
이 많은 용기가 하나도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용기.
P. 44~45
괜찮은 어른이 되는 법은 잘 모르지만 오늘의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법은 알게 되었다.
'괜찮은' 어른의 기준 따윈 없다.
괜찮아 보이는 어른들도 막상 들여다보면 자기 앞의 생에 괴로워하는 인간적인 면모를 가졌다.
어쩌면 괜찮은 어른이란 이렇게 촘촘히 자신에 대해 이해하고 알아가며 조금씩 마음의 날을 거두고 나를 더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닐까?
그렇다면 나도 '괜찮아지고 있는' 어른일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어본다.
실수투성이일지라도 매일 조금씩 자라고 있어 다행이다.
어제의 실수에 사과할 줄 아는 인간이 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스스로가 기특하기도, 유치하기도 한 나이지만, 있는 그대로 나를 인정하며 매일 조금씩 사랑해 주기로 했다.
괜찮은 어른이 되는 법은 잘 모르지만, 나를 더 사랑하는 법을 발견해가다 보면 '그냥 어른' 혹은 '보통 어른'으로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
P. 222~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