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파는 상점>을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난다.
후속편이 계속 나와도 괜찮은 소재라 생각했었는데 역시나 2편이 출간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저자는 <시간을 파는 상점 2>를 통해서는 주인공 온조가 자신의 시간을 좀 더 의미 있게 사용하는 방법을 깨닫고 성장하는 모습을 담고 싶었단다.
전작에서는 자신의 시간을 팔아 돈을 벌었지만, 돈을 거래 한다는 게 문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규칙을 바꾸게 된다.
'눈에 보이지 않은 시간을 정말 사고팔 수 있을까'를 계속 고민하면서, 시간을 파는 상점의 운영 체계를 '시간 공유 플랫폼' 형식으로 바꾸게 된다.
자신의 시간을 팔기도 하고, 다른 이의 시간을 살 수도 있는데, 누군가의 시간을 사는 대신 자신의 시간을 내놓아야 하는 방식인 것이다.
사람들은 주어진 시간을 자신만의 것으로 사용하지 않고,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를 위해 내어놓는다.
'시간 공유'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서로서로 협업하고 연대하면서 옳은 일에 뜻을 함께 하는 용기를 발휘한다.
'나를 위한 시간'이 '너를 위한 시간'이 된다.
전작에서 시간을 파는 상점이 온조 만의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우리'의 것으로 거듭난다.
온조 혼자 운영하던 상점에 친구들도 뜻을 모아 동참하게 되면서 운영진이 결성되고 시간을 파는 상점은 보다 체계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한다.
'내가 주동자다'는 교내의 불합리한 부조리에 맞서는 아이들의 당당함과 정의로움을 느낄 수 있었던 에피소드다.
미래를 걸고 용기를 내어 정당함을 지켜내는 결과가 감동적으로 느껴졌는데, 마지막에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는 글을 읽으니 더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고양국제고등학교 학생들의 보안관 해고 철회 시위를 모티브로 함.)
학교 경비 아저씨의 갑작스러운 해고를 막아달라는 의뢰가 들어온다.
그리고 카페를 통해 얼굴을 알 수 없는 수많은 시간 공유자들이 뜻을 함께 하며 도움을 준다.
'숲속의 비단', '질투의 늪', '새벽저수지' 등의 에피소드가 사이사이 함께 섞이면서 이야기는 전개되는데, 등장인물들 간의 갈등은 시간을 파는 상점을 통한 시간 공유자들의 도움으로 단단하게 꼬인 매듭을 하나씩 풀어나간다.
완벽하게 해결이 된 건 아니지만 조금씩 상황이 나아지고 어긋한 마음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고, 힘없이 작은 목소리일지라도 마음과 뜻을 모으면 큰 울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간을 파는 상점 2>는 시간이란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듯하지만, 그 시간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이를 살아내는 이들의 선택이 좌우한다는 이치를 알려주고 있다.
밝은 아이들의 웃음기를 머금은 듯 경쾌하지만 때로는 묵직하게 펼쳐지는 가슴 따뜻한 아름다운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청소년들에게 꼭 추천하고픈 책이다.
p. 38
어른들은 차별이 나쁘다고 가르치면서 그들의 세계에는 차별을 위한 단계를 촘촘하고 단단하게 포진시켜 놓았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세분화된 계단이 있다.
그 계단도 결국 인간이 만든 것일 텐데, 도대체 누가 만든 것일까.
만든 사람도 차별은 싫어할 텐데, 차별하여 구분하지 않으면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일까.
인간의 역사는 차별에 대한 항거로 이어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시대마다 새로운 형태의 차별이 생겨나는 모순을 밟아 왔다.
그 모순의 반복이 결국 인간의 역사가 되는 것일까.
P. 54~57
그러니까 시간을 사고파는 범위가 넓어지는 저라고 보면 돼.
누구는 시간을 사기도 누구는 시간을 팔기도.
우린 그걸 조율해 주면 되는 거야.
시간 중개업자, 타임 브로커, 타임 세일러 등등 부르는 거야 뭐, 정하면 되는 거고, 일테면 그런 개념이라는 거지.
……
시간 공유 제도 개념인 거네.
서로가 서로의 시간을 유용하게 쓰고 또 다름 사람이 쓸 수 있도록 내놓는 거.
이렇게 되면 말 그대로 시간이 매개가 되어 사고하는 것이 되는 거잖아.
……
경험의 축적으로 대가를 준다는 말도 가능하겠는걸.
경험의 축적이란 곧 시간의 축적을 말하는 거고, 시간을 어떻게 썼는지에 대한 결과는 개인이 보상받는 거고.
……
행복의 기준이 돈과 명예의 축적이 아니라 경험의 축적으로 옮겨 간다면, 삶을 더 풍요롭게 누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까지 다다랐다.
p. 63
누군가에게, 내가 쓴 시간이 유용하게 쓰인다면 성공한 삶이라는 말과 통하는 것 같았다.
시간을 파는 상점 또한 내가 쓴 시간이 누군가에게 소용이 닿기를 바르는 마음에서 시작한 것이다.
가위손 아저씨를 위해 기꺼이 움직이기로 한 것도 상점의 취지와 맞닿았기 때문이다.
내가 쓴 시간이 누군가의 생명 줄이 걸린 일인지도 모른다.
상점의 멤버가 문제아로 찍히고 상점이 폐쇄당할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한 것도 그런 이유이다.
p. 128
우리의 경험을 막지 말아 주세요.
단지 먼저 살아 봤다는 것으로 모든 힘듦을 사전에 차단하려고 하지 마세요.
경험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 있어요.
그로 인해 더 높이 더 멀리 뛸 수 있는 힘이 생겨요.
경험의 범위를 자꾸만 재단하려고 하지 마세요.
우린 더 높이 날 수 있는 자유를 꿈꿔요.
슬픔도 아픔도 실패도 없이 어떻게 성숙이 오나요.
아프게 치른 만큼 되돌려주는 것도 그것에 상응하는 선물이 아닐까요?
꽃길만 걷자라고 하는데, 어떻게 삶이 꽃길만 있을 수 있나요.
우린의 경험을 막지 말아 주세요.
우리는 다만 내가 부르는 노래 속에 나의 이야기를 담고 싶을 뿐이에요.
p. 193
봐, 너희들은 해냈잖아.
그리고 너희들의 행동이 앞으로 많은 파급력을 낳을 거야.
세상은 그렇게 더 좋아지기도 더 나빠지기도 하는 것 같아.
나빠지는 속도는 무척 빠른데 한번 나빠진 것을 되돌리는 것은 더디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고 그래.
그런 세상에 점을 찍는 일이 될지라도 누군가는 해야 나빠지는 속도를 늦출 수 있지 않겠어?
어른들이 부끄럽다는 생각을 하게 했으니 그것만으로도 큰일을 한 거야.
더군다나 너희들은 사람을 봤잖아.
……
사람, 그 말이 새삼 따뜻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