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 시간 특서 청소년문학 11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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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만 시간은 열세 살부터 열아홉 살까지의 청소년기를 어림잡아 계산한 시간이다.

학창시절 선생님은 "지금이 좋을 때다. 나중에 나이가 들게 되면 지금의 시간을 가장 많이 그리워하게 될 거야."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이 말은 시대를 거스르지 않고 매 순간 많은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하는 말일 것이다.

지나고 보니 학창시절 이런 말을 듣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막상 지금의 나이가 되고 보니 그때 그 시절이 좋은 시절이었던 건 인정하지만, 그리 그립지가 않다.(물론 친구들은 그립긴 하다...)

그리움보다는 후회스러움이 더 크게 느껴진다.

좀 더 열심히 공부도 하고, 친구들과 더 많은 우정을 쌓고, 하고 싶은 것도 맘껏 해보았더라면 후회는 좀 덜했을까.

그저 시키는 대로 이끄는 대로만 했던 것 같아 지나고 보니 좀 억울하단 생각도 들었던 것 같다.

요즘 아이들은 자기 주관이 또렷해 공부, 친구, 사랑, 취미, 동아리, 봉사활동까지 똑 부러지게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모든 아이들이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 때랑은 참 다르구나... 격세지감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아이들은 부모들이 만들어 놓은 틀 안에 갇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수위 높은 학교폭력과, 왕따 등의 교내 문제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가정불화와 사춘기의 방황에 따른 청소년 범죄가 쉼 없이 일어나는 걸 보면 예전보다 지금의 아이들이 더 힘든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6만 시간>은 청소년을 위한 소설로 분류되어 있어 아이와 함께 읽어보고 싶었다.

중학교 3학년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인데 요즘 중학생 정도면 이런 행동(범죄)도 하는 건가? 흠칫 놀랍기도 했다.

하긴 고등학생을 배경으로 하는 웹툰 중에는 웬만한 조직폭력배는 울고 갈 정도의 스토리가 전개되기도 하던데, 이 정도면 양호하다고 해야 하는 걸까.

등장인물은 크게 서일이네 가족과 치킨가게 식구들, 그리고 영준이네 가족과 서일이와 영준이의 반 친구들로 구성되어 있다.

서일이네 가족의 인물적 특징은 처음부터 툭 털어놓고 시작하지만 영준이는 베일에 가려진 채 이야기는 시작된다.

20년째 치킨집을 운영하는 서일이 아빠는 목 좋은 상가를 가진 건물주로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 떠난 큰딸에게 많은 기대를 걸었지만 유학을 포기하고 조기 귀국해 아빠의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된다.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 없는 둘째 딸은 속도위반으로 결혼해 능력 없는 사위까지 합세해 그저 아빠 등골을 휘게 하고 뒷목 잡게 만드는 일만 저지르곤 한다.

셋째 서일이는 공부도 못하고 산만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고, 뭐든 하고 싶은 것도 없으며, 중학교에 입학하고부터 주구장창 맞고 다니거나 힘센 놈들 심부름을 해주면 다녔다.

그래서 서일이 아빠는 일찌감치 서일이를 포기했고, 학교가 마치면 치킨가게에 나와 서빙을 돕도록 했다.

막막한 서일이의 학교 상황이 조금씩 나아진 건 중학교 2학년 때 전학 온 영준이를 만나고부터다.

영준이는 서일이를 인정해주는 최초의 사람이었으며, 서일이의 가림막이 되었고 그늘 막이 되어주었다.

단, 시키는 일만 잘 하면 된다.


<6만 시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제각각의 아픔을 가지고 있다.

아빠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못난 딸로 낙인찍혀 집 밖으로 외출도 할 수 없는 큰누나.

세상에서 제일 한심한 놈 취급받는 서일이.

출생의 비밀 때문에 여혐 주의자가 된 영준이.

고아원에 버려진 아픔으로 힘든 청소년기를 보낸 짱구 형.

그들의 아픔 속에는 본인 체면 세우느라 거짓말을 늘어놓는 부모가 있었고 책임지지 못한 일을 저지른 무능력한 부모와 부도덕한 부모도 있었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아이들은 상처를 받게 되고, 상처받은 아이들은 또래 친구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준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 어른이 된 큰누나와 짱구 형은 자신들이 겪었던 아픔을 되돌아보며 후회하지만 앞으로의 꿈과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서일이와 영준이에게 지금 이 순간을 허투루 보내지 말라고 충고한다.


"아빠는 나를 한심하게 생각하고 공부를 계속하지 않으면 내 인생은 실패한 거라고 믿고 있는 거야. 하지만 나는 지금 내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을 가지고 있는 거야. 대학교수가 되지 못하면 내 존재의 의미는 없는 건가? 어쩌면 지금까지는 그렇게 생각하고 살아왔을 수도 있어. 그걸 한 번 알아보려고. 남들이 볼 때 번듯하고 휘황찬란하고 자랑할 만한 그 길만이 존재의 가치가 있는 건지. 내가 가고가 하는 길이 남들 보기에 그저 그러고 좁고 험한 길이면 존재의 가치가 없는 건지."

P. 151


"사람마다 사정이 있어. 다 알지도 못하면서 공연히 마음속에 분노만 키우지 말라고. 나중에 그 분노가 나만의 판단으로 인한 거였다는 걸 알게 되면 되게 슬프거든. 후회도 되고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나간 시간이 돌아오지는 않지. 나중에 생각해보면 그 시간이 얼마나 아까운지 알아? 생각할 것도 많은 시간에, 할 것도 많은 그 시간에, 웃을 일도 많은 그 시간에, 친구도 많이 사귈 그 시간에 미움과 분노만 이글이글 키우면서 보냈다고 생각해 봐라. 아주 땅을 치고 싶을 정도다. 내가 경험자로서 해주는 말이다.

머리에 든 것도 없고, 내가 네 나이에 다른 데만 신경 쓰느라고 놓친 게 아주 많거든. 야, 네 나이 때는 네 나이 때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말이야. 그걸 놓치지 말고 꼭 잡으라는 거지. 이렇게 금쪽같은 얘기를 해주는 사람도 흔치않아. 나한데 고맙다고 해, 새끼야."

P. 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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