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 세상에서 가장 나이 많고 지혜로운 철학자, 나무로부터 배우는 단단한 삶의 태도들
우종영 지음, 한성수 엮음 / 메이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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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배워야 할 모든 것은 나무에게서 배웠다"

30년 경력의 나무 의사 우종영님은 말한다.

그는 나무 병원 '푸른 공간'을 설립해 30년째 아픈 나무를 돌봐주고 있다.

열악한 환경에서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티는 도심의 아픈 나무부터 몇 백 년을 인간과 함께 했지만 병충해와 자연재해로 상태가 나빠진 천연기념물 고목까지, 그의 손을 거쳐 되살아난 나무만 해도 수천 그루라 한다.

굴곡 많고 위태로웠던 그의 삶을 붙들어 준 고마운 나무이기에 그는 나무에 대한 보은의 마음으로 병들고 아픈 나무들을 돌본다고 했다.

그에게 나무를 보살피는 일은 곧 자신을 보살피는 일과도 같다고 말한다.

세상 그 무엇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고, 존재 자체로 작은 평안을 가져다주며, 척박한 환경에서도 단단하게 뿌리를 내려 지금 이 순간을 최대치로 살아 내는 나무들.

인생의 어려운 질문에 부딪칠 때마다 나무에게서 해답을 얻었다는 저자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생명체인 나무의 깊은 지혜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한 아이의 아빠가 되었을 때 당최 아이를 어떻게 대할지 몰라 허둥대다가 손을 많이 댈수록 오히려 자라지 못하는 어린 묘목을 떠올렸다.

나무를 키울 때 지나친 관심이 오히려 성장을 방해한다는 걸 떠올리고는 아이도 나무 기르듯 키우자 마음을 먹고 간섭하고 싶은 마음을 거두고 한 걸음 뒤에서 아이들 지켜보았더니 아이는 일찍부터 제 인생을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법을 깨우치더란다.

살면서 부딪히는 힘든 문제 앞에서도 나무에게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척박한 산꼭대기 바위틈에서 자라면서도 매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나무의 한결같음에 감히 힘들다는 투정을 부릴 수 없었으며, 평생을 한자리에서 살아야 하는 기막힌 숙명을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나무를 보면서는 포기하지 않는 힘을 얻었단다.

그리고 살다 보면 때로 어떻게든 버티는 것만이 정답인 순간이 온다는 것도 나무가 아니었다면 깨닫지 못했을 거라고 한다.

나이가 든 지금은 노목에게서 나이 듦의 자세를 새삼 깨우치게 되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제 속을 비우고 작은 생명들을 품는 나무를 보며 가진 것을 스스럼없이 나누는 삶, 비움으로서 채우는 생의 묘미를 깨닫게 되었다 한다.

학창시절 '아낌없이 주는 나무' 이야기를 들려주시며 '나무 같은 사람이 되어라'고 하셨던 선생님의 말씀이 문득 떠오른다.

그땐 그저 시적이고 감성적인 말로만 생각했었는데, 막상 살아보니 나무 같은 사람이 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새삼 깨닫게 되는 것 같다.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를 읽으며 세상에서 가장 나이 많고 지혜로운 철학자인 나무로부터 단단한 삶의 태도를 배울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감사하다.

알지만 실천이 어렵고 자꾸만 이리저리 흔들리는 어지러운 마음을 다잡고 싶을 때, 나무 의사 우종영님이 들려주는 숲에서 배운 47가지 인생수업을 떠올리며 나무처럼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 나무는 내일을 걱정하느라 오늘을 망치지 않는다.

나무는 늘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주변 환경의 변화에 가장 민감한 생명체다.

움직일 수 없는 탓에 환경의 영향이 절대적이고, 생존하려면 주변의 아주 작은 변화에도 재빨리 대응해야 한다.

말 그대로 나무의 삶은 선택의 연속인 셈이다.

우듬지(나무줄기 맨 꼭대기 부분으로 어느 방향으로 뻗어 나갈지를 결정한다)의 끝은 가지에 이르는 햇볕의 상태를 예의주시하다가 조금이라도 달라지는 낌새가 감지되면 미련 없이 방향을 바꾼다.

그 선택에 주저함은 없다.

오늘 하루가 인생의 전부인 양 곧바로 선택을 단행한다.

가만히 보면 선택이 가져올 결과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결과를 예측해 본들 미래에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아무도 모르는데 무슨 소용이 있으랴.

생각해 보면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 때문에 현재를 희생하는 건 오직 인간뿐이다.

천수천형(千樹千形). 천 가지 나무에 천 가지 모양이 있다는 뜻이다.

한 그루의 나무가 가진 유일무이한 모양새는 매 순간을 생의 마지막처럼 최선을 다한 노력의 결과다.

수억 년 전부터 지금까지 나무의 선택은 늘 '오늘'이었다.


-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순간에 나무가 가르쳐 준 것

어떤 어려움이 닥치든 내가 할 수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는 척도는 내게 달렸고, 정말 두려워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뿐이라는 걸 깨달았다.

중요한 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해 보는 것이다.

물론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분명한 건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최소한 나를 옥죄는 그곳에서 벗어날 수 있고, 옮겨 간 곳에서 이전에는 미처 몰랐던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못한다고 말하기 전에 딱 한 걸음만 나아가 보자.

때론 그 작은 한 걸음이 답일 때가 있다.

어깨가 이상이 생긴 후 한쪽 팔을 제대로 사용할 수가 없었다.

각종 검사를 받아봐도 확실한 병명은 나오질 않았고 의사들도 뾰족한 해답을 내어 놓지 않으면서 무조건 움직이지 말라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약물치료, 재활치료, 물리치료, 도수치료 등을 권할 뿐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달라지는 것은 없었고 오히려 점점 더 체력만 약해졌고 급기야 마음의 병까지 올 것 같았다.

의사들이 뭐라 하든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6개월 정도를 가만히 뒀던 몸은 뻣뻣하게 굳어 있어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것도 힘들고 고통스러웠지만, 조금씩이라도 움직이기 시작하니 굳어있던 근육들이 다시 숨을 쉬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지금은 아프기 이전보다 몸 상태가 더 좋아졌다.

주위에 많은 분들이 어깨, 허리, 다리의 고통을 호소하며 힘들어하면서도 의사가 가만히 있으라 했다고 정말 가만히 있는다.

그리고는 예전에 자기들과 상태가 같았지만 지금은 달라진 나의 모습을 부러워만 할 뿐이다.

그들에게 못한다고 안 된다고 말하기 전에 딱 한 걸음만 나아가 보라 말한다.

쉽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정말이지 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니까...


- 막 싹을 틔운 나무가 성장을 마다하는 이유

막 싹을 틔운 어린 나무가 성장을 마다하는 이유는 땅속의 뿌리 때문이다.

작은 잎에서 만들어 낸 소량의 영양분을 자라는 데 쓰지 않고 오직 뿌리를 키우는 데 쓴다.

눈에 보이는 성장보다는 자기 안의 힘을 다지는 데 집중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어떤 고난이 닥쳐도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을 비축하는 시기, 뿌리에 온 힘을 쏟는 어린 시절의 '유형기'라고 한다.

나무는 유형기를 보내는 동안 바깥세상과 상관없이 자신과의 싸움을 벌인다.

결코 하늘을 향해 몸집을 키우지 않고 땅속 어딘가에 있을 물길을 찾아 더 깊이 뿌리를 내릴 뿐이다.

그렇게 어두운 땅속에서 길을 트고 자리를 잡는 동안 실타래처럼 가는 뿌리는 튼튼하게 골격을 만들고 웬만한 가뭄은 너끈히 이겨낼 근성을 갖춘다.

나무마다 다르지만 그렇게 보내는 유형기가 평균 5년은 된다.

나무는 유형기를 마친 후에야 비로소 하늘을 향해 줄기를 뻗기 시작한다.

짧지 않은 시간 뿌리에 힘을 쏙은 덕분에 세찬 바람과 폭우에도 굳건히 버틸 수 있는 성목으로 거듭하는 것이다.

인생에서 정말 좋은 일들은 쉽게 찾아오지 않으며 값지고 귀한 것을 얻으려면 그만큼의 담금질이 필요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오래된 숲일수록 적당한 틈이 있는 까닭

숲이 새 생명을 품을 수 있는 희망의 땅으로 거듭나려면 틈이 필요하다.

햇볕이 바닥까지 닿디 않으면 온기가 부족해 어린 생명이 싹을 틔울 재간이 없다.

숲에 빈틈이 있어야 어린 생명이 자란다.

겉으로 완벽해 보이는 것들이 실상 결코 오래가지 못하는 이치와 같다.

젊은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앞만 보고 내달리지 말고 무엇이든 채워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라고 말하곤 한다.

완벽해지라고, 앞으로 빨리 내달려 가라고 부추기는 세상에서 잘 살아가려면 오히려 잘 비우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오래된 숲의 틈이 말해주듯, 비움으로써 더 좋은 것을 채울 수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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