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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하루는, 기적에 가까우니까 - 여행자 헤이쥬의 퇴사 후 스위스 트레킹여행
헤이쥬 지음 / 더시드컴퍼니 / 2019년 9월
평점 :
품절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 일, 나는 다시 뛰기 시작한 심장을 붙들었다.
그래서 그리도 많아 울컥하고, 그리도 많이 벌렁거렸나 보다.
어느 날 문득 미친 듯이 숨을 쉬고 싶은 날이 찾아온다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시간을 멈추고, 나를 들여다보길 바란다.
여행은 그 '누군가'가 '나'로 바뀌는 마법 같은 일이다.
우리의 행복한 하루는, 기적에 가까우니까.
자신을 느릿한 트레킹 여행자로 부르는 저자(헤이쥬)는 IT 업계에서 워킹 좀비가 된 지 15년 차로 살며 세상의 속도에 매몰되어 숨이 쉬어지지 않던 어느 날,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만 같아, 더 이상 미루면 포기할 것 같아 여행을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부터 여행의 계획 같은 것은 없었으며 목적지도 없었고, 언제 돌아올지도 몰랐다고 한다.
어쩌면 여행 가방에 꾸역꾸역 밀어 넣은 것은 정작 짐이 아닌 불안이었지만, 여기만 아니면 되겠다 싶은 마음이 더 간절했기에 일단 떠나기로 한 것이란다.
그곳이 어디든 여행생활자로 살면서 앞으로의 여행 계획을 세워보기로 마음을 먹자, 그것만으로도 숨이 쉬어졌다고 한다.
그만큼 그녀에겐 여행이 절실하게 필요했었나 보다.....
필사적이고 절박하게, 즉흥적이지만 꽤 심도 있는 ‘행복으로의 도피’가 시작된 것이다.
'여행을 준비하기 위한 여행'으로 무작정 필리핀으로 떠나 6개월간 여행을 하면서 조금씩 일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단다.
매일 아침 똑같은 하루로 기록되던 다이어리에는 아무것도 기록되지 않았지만 신기하게 행복한 나날들이 늘어만 가는 것을 느꼈단다.
여행을 하면서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이 '걷는 일'임을 깨닫게 되면서 길 위의 여행자가 되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한다.
<행복한 하우는, 기적에 가까우니까>는 어느 날 무작정 필리핀으로 떠나 스위스 트레킹에 오르기까지, 마음이 가리키고 발이 기억하는 여행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행이 목적이 되는 순간, 그렇게 삶은 또 다른 길로 여행자를 인도한다.
말레이시아 키나발루 산 트레킹 예행연습을 시작으로 초보 트레킹 여행자였던 저자는 스위스 알프스의 융프라우, 리기산, 마테호른을 만난 뒤, 걷지 않았으면 보지 못했을 순간을 꾹꾹 눌러 담아 자신을 닮은 ‘산’ 하나를 품고 돌아올 수 있었단다.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이 책을 읽는 누군가의 서서히 멎어가는 심장에도 마법 같은 북소리가 울리기를 바라며, 뜨거웠던 여행의 날것의 감정을 나누며 함께 걷기를 꿈꿔본단다.
목차의 제목들이 시적이다.
01. 비가 오는 멜랑꼴리한 날엔 웃자.
02. 여행의 날것을 먹는 날들, 사소한 것들의 아름다움.
03. 바람이 좋은 날에 그곳의 공기를 마시니 숨이 쉬어져
그리고, 여행 이야기와 함께 찍힌 사진들이 인상적이었다.
혼자 떠난 배낭여행인데 사진의 시점이 동행한 일행이라도 있는 듯했는데 책의 마지막 부분에 "내 여행의 모든 사진은 길 위의 여행자가 찍어준 것이다."라며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사진을 보면 찍어주는 사람의 감정이 묻어난다고 믿는 편인데 책 속에 첨부되어 있는 멋진 사진들에서 저자를 찍어준 많은 길 위의 여행자의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
"내가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은 혼자 배낭을 메고 떠나온 것이고, 여행의 모퉁이 길목마다 선물 같은 분들을 만난 것이다."
걷고 싶었다.
멈추면 조바심 나는 길이 아니라 멈추면 행복해지는 길 위를 걷고 싶었다.
온전히 나를 바라보는 시간 앞의 풍경을 걷는 일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방향을 점검할 겨를도 없이 달려온 마음을 가라앉히고 내 걸음의 속도로 세상을 보고 싶은 열망으로 뜨거웠다.
- P. 7 -
살면서 내려와야 할 때가 온다면 나는 이 날을 기억하겠다.
분명한 건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오더라고
더 이상 오르기 이전의 내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P. 76 -
여행을 준비하는 동안 나는 상애 처음 겪는 오만 가지 감정을 마주하였고
나의 자존감은 하이힐에 올라 잇던 것보다 몇 cm는 더 높아져 있었다.
- P.86 -
예측하지 못한 풍경을 걷는 모험은 심장이 다시 살아있음을 느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누군가와 함께 멋진 추억을 나눠 가진 날.
게을러서 행복했던 시간이다.
한 박자 느긋하게 쉬어 가보자.
새로운 길 위에서 또 무엇을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르니까.
- p. 109 -
마음속에 자기 산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는 스위스 사람들처럼,
이번 여행의 끝에서 난 어떤 산을 나의 산으로 저장하게 될까?
그 순간을 마주 대할 때 나의 마음이 딱 오늘과 같기를......
- P. 136 -
여행에서 걷는 시간이 늘어가는 만큼
몸속 지방이 빠지고 근육이 남듯이.
나를 이루고 있는 수많은 부정적인 생각과 오해들을 걷어낼 수 있다.
그만큼 나는 가벼워졌고 경쾌해졌다.
-P. 148 -
아름다운 알프스 트레일을 걸으며 나는 이제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인생길에 아낌없이 내어준 알프스 산들의 응원이 어떤 의미인지를.
나를 다시 가슴 뛰게 만들며 걷게 만드는 원동력이었다.
한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오직 경이로운 자연을 동경하는 순수하고 열정적인 마음만 남는다.
- P. 161 -
수천 킬로미터의 여행도 한 걸음으로 시작한다.
배낭 하나 달랑 메고 한 걸음 한 걸음 시작한 여행은 내 안을 단단한 호흡으로 채워주었다.
여행은 누구나 '시작'을 할 수 있는 출발점이다.
상상이 현실이 된 곳을 걷는 순간 오롯이 나를 위해 내어준 시간 속에 멈춰 서서 바라보았다.
나는 내 삶의 성공의 의미를 다시 정의 내리기로 했다.
그리고 다시 좌표를 찍고 걷는다.
-P. 241 -
마음에 내리던 비가 그친 것 같다.
내 인생에 내어준 틈, 쉼 덕분에 나는 다시 걷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하다.
그것이면 충분했다.
나는 또다시 걷기의 날것을 하나씩 경험하며 익숙한 것을 버리고 새로운 도전을 찾아 나선다.
지금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은, 두 발이 뜨거웠던 여행의 기억을 꺼내어 토해내는 일이다.
행복한 하루는, 기적에 가까우니까.
A Beautiful Day.
- P.248~25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