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였다
정해연 지음 / 연담L / 2019년 8월
평점 :
품절


살인, 자살, 사고사, 댓글 조작, 국정원, VIP, 대선, 정치인 사찰, 연예인 사찰.....

왠지 낯설지 않은 단어들과 함께 연관되어 떠오르는 사건들이 있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과 함께 현재까지도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을 모티브로 소설적 상상력을 더해 탄생한 소설 <내가 죽였다>는 대중성과 사회비판을 동시에 담아낸 추리 스릴러다.


정해연 작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는데 책을 펼치는 순간 초반부터 몰아치는 압도적인 몰입감에 단숨에 끝까지 읽게 되었다.

"한국 사회를 예리하게 투영하는 섬뜩한 묘사가 압권"이라는 평을 받는 한국 추리 스릴러의 대표 작가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다는 생각과 함게 저자 다른 작품들도 읽고 싶어졌다.

<내가 죽였다>는 2018년 CJ ENM과 카카오 페이지가 공동으로 주최한 제2회 추미스(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예측할 수 없는 스토리 전개와 쓰레기 변호사와 걸크러시 형사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심사위원들의 호평은 물론 카카오 페이지 연재 시작부터 문학 랭킹 1위를 기록했던 작품이란다.

이례적으로 종이책 출간 전에 시즌 2가 확정되어 이미 집필을 마쳤으며, 2019년 하반기에 카카오 페이지를 통해 선공개된다고 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7년 전, 이 건물에서 남자 하나가 죽어나갔지.

그거 자살 아니야.

사실은 내가 죽였어."


저작권 침해 기획 소송으로 근근이 먹고사는 변호사 김무일.

일명 변쓰(변호사 쓰레기)라 불리던 그에게 어느 날 건물주 권순향이 찾아온다.

권순향은 김무일에게 “이십 대 직장인, 거주지에서 목맨 채 발견. 자살인가?”라는 신문 기사를 건네며 7년 전, 이 건물 302호에서 벌어진 사망 사건이 사실은 단순한 사고사가 아닌 살인 사건이며 자신이 바로 범인이라고 말한다.

밀린 월세를 받으러 302호에 들렀다가 세입자가 무턱대고 덤벼드는 바람에 우발적으로 살해했는데, 살해 직후 누군가가 사건 현장에 나타났고, 영원한 침묵을 대가로 살인을 사고사로 위장해주었다고 말한다.

우발적인 살인보다도 더 의심스러운 건 대체 누가, 무슨 목적으로 살인사건을 덮고 사고사로 위장까지 하며 권순향을 도와준 것일까.

그리고 권순향은 7년이니 지난 지금 자백을 결심한 것일까.

의문투성이 사건을 풀기 위해 고교 동창이자 같은 건물에 세 들어 살고 있는 여형사 신여주에게 도움을 청한다.

살인을 고백한 권순향은 다음날 변호사 김무일과 함께 경찰서로 자수하러 가기로 약속을 했는데, 그날 밤 건물 5층에서 추락해 숨지게 된다.

그리고 자살로 사견이 조기 종결 시키려 하는 경찰 내부의 움직임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한 신여주와 의문투성이 사건에 점점 빠져들게 되는 김무일은 7년 전 사건부터 다시 재조사에 들어가면서 캐내려는 자와 그것을 막으려는 자 사이에서 위협적인 사건, 사고에 직면하게 된다.

서서히 밝혀지는 거대한 조직과 추악한 사건의 전말...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검은 힘의 실체를 파헤치는 두 사람의 활약상이 궁금하다면 <내가 죽었다>를 펼쳐보길 바란다.



이십 대 직장인, 거주지에서 목맨 채 발견, 자살인가?

"자살 사건이네요?"

권순향은 양손을 마주 잡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자살 아니야."

.....

"이 죽은 사람이 누군데요. 아저씨 손자나 조카?"

권순향이 고개를 들고 무일을 똑바로 보았다.

"모르는 사람이야. 그리고 자살 아니야."

"그럼요?"

"내가 죽였어."

- P.19~21 -


창문이 열린 것은 순향빌딩의 꼭대기 층이었다. 문이 열렸고, 어둠 속에서 사람의 형체가 앞으로 불쑥 나왔다.

"어……."

무일이 걸음을 멈추었다. 창문으로 내밀어진 몸이 점점 앞으로 기울었다. 순간적으로 무일은 여주를 보았다. 동시에 몸이 쑥 허공으로 빠졌다. 여주의 머리 바로 위였다. 머릿속이 하얗게 비었다.

“신여주!”

무일은 고함을 지르며 여주를 향해 달렸다. 앞서가던 여주가 웃음 띤 얼굴로 돌아보았다. 모든 것이 정지된 것처럼 무일에게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오로지 여주만 보였다.

- P. 66 -


돌연 여주의 표정이 무거워졌다.

"그런데 너무 타이밍이 기막히지 않아? 자수하려고 결심한 그때에."

"자수를 막으려고 한 걸까?"

"어떻게 말고? 대체 누가?"

"아저씨가 나 말고 누군가에게 자수 얘기를 또 했을까?"

무일의 말에 두 사람이 눈을 마주쳤다.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말했다.

"아저씨 아들."

- P. 83 _


경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변태적인 성적 성향을 충족시키려고 원룸을 얻은 거라고 했다. 원룸 곳곳에서 인터넷으로 구매한 성인 용품들이 발견되었다. 개중에는 뜯지도 못한 새것도 있었고, 이미 수차례 사용 흔적을 보이는 것도 있었다. 음란 커뮤니티에 가입되어 있던 내역도 밝혀졌다.

그는 수시로 파트너를 찾는 글을 올렸다. SM도 가능하냐는 질문을 부끄러운 줄고 모르고 댓글로 달았다. 그래서 원하는 파트너를 찾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 P.127 -


주로 과거 FBI에서 쓰던 방법이다.

알려져서는 안 되는 인물의 죽음이 발생하거나, 혹은 FBI가 죽음을 발생시켰을 때, 유가족의 이의 제기를 막는 방법이 바로 죽은 자에게 오명을 씌우는 것이다. 치욕스러울수록 효과적인데, 그들이 주로 쓰는 방법은 성적 취향을 변태적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면 유가족들은 이야기가 퍼져나가는 것이 두려워 얼른 죽음을 수습하고자 한다.

- P.132 -


"그럼 말해요. 누가 집을 비우라고 한 거죠?"

이번에는 부정하지 못했다. 소리를 지르지도 못했다. 동그런 눈만 껌벅거리다가 입술을 고집스럽게 다물었다.

"계속 아버지를 죽이거나 청부 살해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권두만 씨는 알리바이를 일부러 만들어냈고, 그때 만난 친구에게 송금한 내역이 있어요."

"그건 내가 아니라고 말했잖아."

손금 내역을 들고 여주는 권두만을 향해 팔랑팔랑 흔들어 보였다.

"이걸 증거라고 하죠. 무턱대고 아니라고 하는 말은 아무것도 아니거든요. 그리고 권두만 씨는 아저씨, 아니 권순향 씨의 죽음으로 크게 이익을 봤죠. 그런 것을 범행의 동기라고 합니다."

"난 아니야!."

- P.1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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