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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아래 먼 산 찾아서 - 이야기가 있는 인문산행
여계봉 지음 / 자연과인문 / 2019년 8월
평점 :
'아니 듯 다녀가소서'
누구나 와서 보되 흔적을 남기지 말고 그 안의 세상을 방해하지 말고 조용히 다녀가라는 메시지다.
나그네에게는 부귀와 탐욕으로 눈이 어두워져 진정으로 보고 느껴야 할 것을 놓치고 있지 않은지 경종을 울리는 말로 들린다.
인생이란 바로 이 세상에 잠시 머물렀다 가는 한 조각의 구름이 아닌가.
일순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순간 사라져버리는 것들.
고정된 실체가 없이 찰나생멸(刹那生滅)하는 이 세상에서 단지 인연 따라왔다가 인연 따라갈 뿐.
공수래 공수거(空手來 空手去).
그렇게 잡으려 하는 것들에서 괴로움은 시작되고, 붙잡고자 했던 것을 놓음으로써 행복이 얻어진다고 했는데 행동이 잘 따라주지 않으니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 P. 161 -
산을 다니다 보면 등산이 인생이랑 비슷하다는 생각을 자주 하면서 등산을 통해 인생을 제대로 사는 법을 배우게 되는 것 같다.
아무리 높은 산이라도 한 걸음씩 올라야 란다.
우리 인생에서도 목표가 아무리 높다 한들 천천히 배우며 하나씩 준비하며 나아가야 한다.
성공에만 집착해 기초를 제대로 다지지 않으면 공든 탑 무너지듯 더 큰 희생을 감수해야 할 때도 있다.
턱 밑까지 차오르는 숨을 몰아쉬며 힘든 고개를 오르면 이내 평평하고 걷기 좋은 평지가 나타난다.
우리 인생도 끝이 보이지 않는 듯 힘들게 올라가야 할 때도 있지만 잠시 쉬어가며 숨을 고를 수 있는 휴식 같은 순간도 필요함을 깨닫게 된다.
어떤 경우는 정상이 눈앞인데도 그걸 모르고 바로 그 앞에서 포기해버리고 돌아가버리기도 하는데, 인생에서도 등산처럼 한 치 앞을 예상하지 못하는 일이 수없이 많이 일어난다.
더 멋지고 좋은 것을 많이 보려면 더 높이 올라가야 한다.
산 정상에 올라야만 볼 수 있는 감탄을 자아내는 풍광과 정상에 올랐다는 성취감은 오른 자만이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힘들여 정상까지 올랐다 하더라도 결국은 다시 내려와야 하며, 오르는 것도 쉽진 않았겠지만 내려오는 건 더 조심스러워야 별 탈 없이 산행을 잘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상의 자리에 선 것도 중요하지만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 있을 수는 없는 노릇, 뒤에 오르는 사람에게 자리를 내어줘야 한다.
내려와야 함을 알아야 하고 그 내려옴이 조심스럽고 편안해야 한다.
이렇듯 등산을 통해 인생도 배우고 건강도 챙기며 세상 둘도 없을 멋진 풍경까지 볼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은 취미가 없는 듯하다.
높은 곳에 오르면 일상의 높이에서 볼 수 없는 세상의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산을 오르면서 서로 가까워지는 것은 함께 땀을 흘리면서도 이런 즐거움이 주는 가치를 공유하기 때문이리라.
환희심이 지나친 것일까?
끝 간 데 없는 초록 숲의 바다에 풍덩 뛰어들고 싶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이라는 주목군락과 어우러진 비로봉 일대의 철쭉 풍경은 대자연의 신비로움 그 자체다.
- P. 36 -
저자는 산을 좋아해 국내 100대 명산을 모두 올랐고, 백두대간 종주도 마쳤고, 1년에 한 번씩은 해외 원정 산행도 즐기는 산 마니아다.
세상의 높고 낮은 산을 바람처럼 두루 돌아본 저자는 어디에도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단순하고 소박하지만 여유로움의 힐링을 선사할 수 있는 산행 이야기를 선사하고 싶었다고 한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의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맞춘 아름답고 멋진 산들을 소개하면서, 산마다 품고 있는 자연경관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저자의 시선으로 풀어놓은 인문 산행기다.
산 소개와 함께 감탄을 자아내는 멋진 사진들도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오르고 싶은 산들이 리스트에 계속 추가되는 것만 같다.
한라에서 백두까지, 바이칼에서 히말라야까지 걷고 걸으며 삶을 만나고 사랑을 채우고 감동을 느끼고 감사를 배웠다고 한다.
아름다움에 목이 메이기도 하고 행복에 겨워 눈물이 나기도 했는데, 지구촌 사람들은 모두 선하고 소박한 한 송이 산꽃 같았다고 고백한다.
가슴 켜켜이 쌓은 지난날의 미련을 찬바람에 씻겨 버리라고.
바람이 매섭지 아니하고는 숱한 앙금을 떨어낼 길이 없다고
골이 깊을수록 산이 높듯, 고통이 깊을수록 희열은 높은 법이라고.
자신들처럼 자연 속에서 스스럼없이 스스로를 드러내 보이라고.
-P. 114 -
저자의 글 중 '산행 금주령 유감'이란 글이 있다.
작년 3월 통과된 자연공원법 시행령 개정안으로 이제 국내 모든 산에서는 음주를 할 수 없다고 한다.
탐방로는 물론이고 대피소에서 음주를 할 수 없으며 1차 적발되면 5만 원, 2차 이후는 10만 원씩 과태료를 내야 한단다.
몰랐다....^^;;;
지난 주말 천성산에 올라 정상에서 시원하게 맥주 한 캔을 스스럼없이 마셨고 인증샷도 찍고 인스타그램에도 올렸는데...
저자의 말처럼 산에서의 음주 단속은 긍정적인 면도 일부 있다.
산에서 분별없이 술판을 벌여 소란을 일으키는 일부 몰상식한 등산객을 단속하여 건전한 산행문화를 정립하고 음주로 인한 안전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고자 하는 조치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극소수의 등산객을 단속하기 위해 일률적으로 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행위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거라고 했다.
모처럼 하루, 산과 자연 속으로 산행을 하면서 소박한 음주로 일상의 지친 심신을 위로받는 국민들의 행복 추구권을 박탈하는 조치는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글에 백퍼 공감을 하면서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부 몰상식한 등산객의 도를 지나치는 산행 음주 문화는 하루빨리 근절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간절하다.
산행을 하다 보면 금지되어 있는 취사 행위와 흡연 등의 모습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었는데 이런 경우 산악회나 단체 관광객의 일부 일행 속에서 주로 목격할 수 있었다
숫자적으로 우세하면 목소리가 커지고 예의와 배려가 사라지면서 멋대로 행동하는 무례한 모습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통제구역으로 들어가거나, 위험한 바위에 올라 아찔한 사진을 찍거나, 시끄럽게 음악소리를 높이거나, 끊임없이 떠드는 잡담 소리에 숲속을 오르며 들을 수 있는 산새소리, 바람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시원하게 흐르는 물소리를 들을 수가 없다.
정상에 올라 이어폰으로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멋진 풍경을 감상하는 시간이 너무도 행복한데 몰상식한 등산객은 휴대폰이나 라디오 볼륨을 최대치로 올리거나 산 정상을 전세라도 낸 듯 고성으로 이야기하며 민폐를 끼친다.
그들의 음악적 취향을 전혀 공감하고 싶지도 않고, 그들의 일상과 통화 내용을 공유하고 싶지도 않다.
정말 "그 입 다물라!!!!" 입을 틀어막아 버리고 싶을 지경이다.
정상석 사진을 찍을 때도 길게 늘어선 대기줄을 무시하고 뒤에 오는 일행 하나하나 불러 새치기하며 사진을 찍는 분들 대부분은 산악회나 단체 관광객들이다.
넓게 자리를 차지하고 버너에 라면을 끓이며, 음주 및 고성방가에 깔끔하지 않은 쓰레기 처리까지....
이런 모습을 빈번하게 보다 보니 산행을 하다가도 단체팀이 지나가면 일정 구간 거리를 두었다가 산행하나 쉴 때도 조용한 곳을 찾게 된다.
한 번은 산 중턱에 있는 정자에서 생선찌개를 끓여 먹으며 소주를 몇 병씩이나 마시는 사람도 봤고, 평상에 자리 펴고 올라가 노랫소리를 크게 틀어놓고 사교춤을 추고 있는 사람도 봤다.
산악회를 따라 지리산 둘레길을 간 적이 있는데 매번 갈 때마다 지나가는 길에 있는 밭에 들어가 깻잎이나 고추 등 밭작물을 따기도 하고(점심으로 먹을 거란다), 나무에 열린 열매를 따 먹기도 해서 놀라웠다.
그런데 산악회 회원들이 잘못된 행동을 지적하지 않고 함께 먹는 모습이 더 놀라웠었다.
분명 지리산 둘레길을 걸을 때 지켜야 할 규칙 중에 농민들의 밭작물에 손을 대지 않는 것도 있었는데....
이런 모든 상황들이 보고도 믿기지가 않는 일들이라 당황스러운 뿐이었다.
물론 일부 몰상식한 등산객들의 횡포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젊은 층의 등산러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산행문화에도 변화가 일고 있으며 묵언산행, 클린산행을 트렌드로 하는 산악모임도 있어 관심이 간다.
2015년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국내 등산 인구는 1,300만 명으로 추산, 트레킹 인구 1,000만 명을 더하면 무려 2,300만 명이 여가 활동으로 산에 오른다고 한다.
전체 인구의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많은 국민들이 산을 즐기면 생활하고 있다.
예전보다는 한결 성숙된 시민 의식과 건강해진 산행문화로 차츰 변화하고 있지만 지나친 개인의 자율에 앞서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배려심 있는 산행문화를 기대해본다.
모두가 함께 누려야 하는 소중하고 아름다운 산하임을 꼭! 명심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