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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나이가 참 좋다 - 우아하고 지혜롭게 세월의 강을 항해하는 법
메리 파이퍼 지음, 서유라 옮김 / 티라미수 더북 / 2019년 8월
평점 :
<나는 내 나이가 참 좋다>의 저자임 메리 파이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임상심리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다.
주로 여성과 트라우마 그리고 한 사회의 문화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전문적으로 다뤄왔으며, 여성 심리학, 성 역할, 젠더에 관해 가르치고 여성에 관한 글을 쓴 이력을 십분 살려 노년, 그중에서도 여성의 노년을 집중적으로 다룬 책이 <나는 내 나이가 참 좋다>이다.
100세 시대가 도래하면서 현재 살아 있는 인류 대부분이 80~90세까지는 생존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실제로 그만큼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길어진 인생 후반의 기나긴 여정에 대해 게획도 준비도 없이 길어진 인생을 살아가고 있거나, 일찍부터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분들도 있다.
서점에만 가봐도 노년의 삶에 관한 책들이 다양하게 출간되고 있고 노인의 생활과 건강, 문화, 일자리 등에 관한 정보도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상태이고 전문성도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 나이가 참 좋다>는 여성이 중년에서 노년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릴 구체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노년의 삶에서 행복을 얻고 싶다면 젊음이 쇠락해가는 현실에 마냥 안주해서는 안 된다.
생각과 행동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
과거를 떠나보내고, 새로움을 포용하고, 상실에 익숙해지고, 지혜와 진실과 희열을 경험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태도와 기술들을 습득해야 한다.
노년기에 접어들면 특히나 여성은 연령차별주의(노인혐오)와 외모지상주의라는 두 가지 극복해야 할 과제를 맞닥뜨린다.
아픈 가족에 대한 부양의무나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상실, 고독도 찾아온다.
그러나 책은 세월의 도도한 흐름과 더불어 불가피하게 찾아오는 이러한 불청객 같은 상황과 감정도 지금껏 쌓아온 성숙함과 내적인 단단함을 발휘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으며, 나이 들어서야 비로소 만날 수 있는 기쁨과 행복도 있다고 말한다.
또한 어떠한 마음가짐과 태도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노년의 풍경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노년의 삶을 의미 있고 풍요롭게 만들어갈 수 있는지를 다정하고 섬세한 언어로 전달한다.
지혜롭고 사려 깊은 저자의 글을 읽다 보면 어느새 나이 듦을 두려움이 아니라 지극한 기쁨으로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이 열리는 것 같다.
세월의 물살에도 방향감각을 잃지 않고 지혜로운 어른으로 나이 들고 싶다면 꼭 읽어보길 권한다.
2014년 한 연구소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20대에서 40대 초반 사이에 가장 낮은 행복감을 느끼며, 그 이후로 나이 들어갈수록 삶에 대해 더욱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고 한다.
실제로 대부분의 여성은 만 55세를 기점으로 점점 더 행복해지며, 인생의 막바지에 이르러 행복의 절정을 느낀다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만족과 행복, 웰빙 지수가 전반적으로 올라가는 반면, 불안과 우울, 스트레스 지수가 내려가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나이 든 이들의 정신건강 수준은 젊은이보다 훨씬 좋았고, 여성의 행복도는 남성보다 꾸준히 더 높았다고 한다.
여성이 남성보다 더 행복한 이유로는 남성보다 더 건강하고 활동적인 삶을 누리고, 일반적으로 가족이나 친구들과 더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며, 친밀한 대화를 나누는데 익숙하고, 자신의 진심을 솔직히 털어놓고 타인의 진심을 이끌어내는 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란다.
평생을 함께할 반려자가 있거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수십 년 지기 친구가 있을 가능성도 더 높다는 것이다.
저자는 노년의 삶에서 겪게 되는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행복할 수 있는 요인으로 주어진 상황에 어떻게 잘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고통을 경험하지 않는 이는 없지만 그 끝에서 모든 이가 성장을 이뤄내는 것은 아니다.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자동으로 어른이 되는 것도 아니며 노력 없이 지혜를 얻을 수도 없다.
성장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관점을 수용하는 능력과 감정 조절 능력, 친밀한 인간관계, 긍정적인 삶의 이야기를 두루 갖추어야 하며, 유머와 감사, 타인을 향한 배려를 통해 스스로 행복을 키워갈 수 있는 잠재력 또한 지니고 있어야 한다.
노화에는 언제나 상실이 따른다.
어떤 식으로든 우리는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작별을 고해야 하고, 병원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장례식장에 더 자주 방문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을 좀 더 현명하게 조종하고 싶다면 유연성과 더불어 모호성을 향한 관용, 새로운 풍경에 대한 열린 마음, 모든 경험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갖춰야 한다.
인생의 가장 깊은 슬픔과 가장 황홀한 기쁨을 동시에 느끼기도 하는데, 부모님의 죽음을 경험하는 동시에 갓 태어난 손주를 품에 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나는 내 나이가 참 좋다>를 통해 노년이라는 발달단계를 지속적으로 활기차고 풍요롭게 하는 방법을 알려주고자 한다.
평생 심리치료사로 활동하면서 얻은 성장에 대한 교훈을 공유하고, 노년에 이른 여성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인터뷰와 이야기 형식으로 묘사하고 있다.
서로를 통해 배움을 얻길 바라며 행동을 강요하기보다는 생각하는 방법을 안내할 수 있는 책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1부에는 연령 차별주의와 외모지상주의, 아픈 가족에 대한 부양 의무, 상실, 외로움을 포함해서 여성이 노년에 접어들면서 마주하게 되는 다양한 문제를 다룬다.
2부에는 긴 인생이라는 여정에 꼭 필요한 여러 가지 기술, 자기 자신 이해하기, 현명한 선택 내리기, 공동체 만들기, 자신의 이야기 만들기, 감사를 표현하기 등을 담았다.
3부에는 장기적이고 친밀한 관계라는 인생의 구명보트로 안내한다.
4부에는 희열과 진실성, 장기적인 시야를 포함해서 노년의 삶에서 얻을 수 있는 보상에 대해 살펴본다.
<나는 내 나이가 참 좋다>에는 다양한 여성의 인터뷰와 함께 저자 본인의 기억과 경험담도 자주 등장한다.
저자 스스로가 밝혔듯 중산층의 전형적인 노년기 여성이며 중간 규모의 대학도시에 살고 있는 심리학자로 만 70세를 맞이한 나이에도 임상심리학자로 베스트셀러 작가로 현역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이며 남편 또한 같은 일을 하고 있어 경제적으로 문제가 없을 것 같고, 주위에 가족이 살고 있어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도 많고 젊을 때부터 모임을 통해 사귄 친구들도 많아 가족관계, 교우관계 또한 문제가 없어 보인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행복하고 활기차고 풍요로운 노년을 충분히 만끽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비슷한 연령대를 살아가는 한국의 노년층 중에는 이와 같은 행복한 삶을 꿈꿀 수 없는 분들이 많다.( 물론 여유로운 노년을 살고 계신 분도 많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OECD 국가 중 1위라고 한다.
한국의 부모들은 집 장만에서부터 결혼 비용, 혼수까지 다 해주고 나서 정작 자신들은 돈에 쪼들리며 살아간다.
모든 걸 내어주고 가진 게 없게 된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기댈 수밖에 없게 되는데 그런 부모들을 자식들은 짐으로 여기기 시작한다.
한창 일할 때 열심히 벌어 모든 걸 다 내어주었지만 남은 건 나이 들어 부실해진 몸뚱어리와 비어버린 잔고뿐이라면 은퇴 후 앞으로 살아가야 할 30여 년의 긴 시간들이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식들을 사랑과 정성으로 키우되 지나치게 모든 것을 쏟아붓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과, 나이가 들수록 자식들에게 다 올인할 게 아니라 나의 삶을 지키는 데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걸 다시 한 번 더 확신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절대 당황하지 말라."
세월의 강을 따라 노를 젓는 여행자가 반드시 명심해야 할 규칙이다.
위기의 순간에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기지를 발휘하며, 감정을 능숙하게 관리할 수만 있다면, 인생은 더없이 즐거운 경험의 장이 될 것이다.
신중하게 생각하고 철저하게 준비하고 좋은 지도와 안내서를 갖춘다면, 이 여행에서 최고의 시간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