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았다, 그치 - 사랑이 끝난 후 비로소 시작된 이야기
이지은 지음, 이이영 그림 / 시드앤피드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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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끝난 후 비로소 시작된 이야기.

이별하는 그와 그녀에게 전하는 따뜻한 인사.


일생에 몇 번 주어지지 않는 선물 같고 기적 같았던 사랑.

덕분에 많이 웃었고

그만큼 많이 루고 있단 걸 알아요.

이것만 기억해줘요.

당신은 틀리지 않았고, 이별은 잘못이 아니며, 나는 여기에 있어요.

혼자서 견디기 힘든 날에는 마음껏 기대어와도 좋고

나조차 도움이 되지 않을 땐 잠깐 숨어버려도 괜찮아요.

나는 모른 척

늘 그 앞에서 기다릴 테니.

잘 보내고 와요, 그 사람.



<참 좋았다, 그치>는 사랑의 모든 순간을 되새기게 한다.

인생에서 가장 찬란했던 순간들, 가슴 저리게 아름다웠던 순간들도 있었지만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실망하며 아파했던 순간들도 있었다.

나를 향한 그의 사랑이 저물 때, 차마 붙잡지 못하고 뒤돌아서는 뒷모습을 지켜봐야 할 때, 그동안의 모든 행복은 칼이 되어 심장을 도려내는 듯하다.

사랑하고 이별하며 느낄 수 있었던 천국과 지옥의 순간들이 희뿌연 안개처럼 사라져 버리는 그 어느 날 문득 잔잔한 마음으로 그를 되새겨 본다.

그리고 비로소 그와 함께한 시간들을 껴안을 수 있게 되었다.

차마 사랑이라 믿을 수 없었던 아픔의 순간들까지도......



"우리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기억나?"

"응, 같이 걷다가 내가 네 손잡았었잖아."

"잡이 말걸 그랬나?"

"왜? 너는 후회돼?"

"아니, 나는 네 손잡았던 것 후회 안 해. 행복했어."

"나도 그래. 그때 손잡아 줘서, 고마워."



일반적인 사랑과 이별에 관한 에세이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이별했다고 모든 기억들을 잊어버리거나 지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참 좋았다, 그치>는 이별하지만 함께 사랑했던 순간들을 소중하고 예쁜 추억으로 기억하려는 마음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헤어졌다고 사랑이 아니었던 것도 아니고, 함께하고 있다고 꼭 사랑인 것도 아니다.

한때 서로를 사랑했던 우리와, 함께 사랑하며 나누었던 수많은 시간과 행복한 추억들에 대한 작은 예의 같은 게 느껴졌다.

새로운 사랑을 찾아 떠나버린 망할 나쁜 놈이지만 그와 함께 했던 시간만큼은 나쁘게 추억하고 싶어 하지 않는 그녀에게서 질척거림이 없는 산뜻함과 그와 사랑한 순간을 사랑한 자신에 대한 당당함을 느낄 수 있었다.

몇 년 전 크게 유행했던 아이콘의 '사랑을 했다' 가사에서도 같은 마음을 노래하고 있다.



사랑을 했다.

우리가 만나 지우지 못할 추억이 됐다.

볼만한 멜로드라마 괜찮은 결말

그거면 됐다 널 사랑했다.

괜찮지만은 않아 이별을 마주한다는 건

오늘이었던 우리의 어제에 더는 내일이 없다는 건

아프긴 해도 더 끌었음 상처가 덧나니까

널 사랑했고 사랑받았으니 난 이걸로 됐어.

나 살아가면서 가끔씩 떠오를 기억

그 안에 네가 있다면 그거면 충분해

네가 벌써 그립지만 그리워하지 않으려 해

한 편의 영화 따스했던 봄으로 너를 기억할게

우리 아파도 해봤고 우습게 질투도 했어

미친 듯이 사랑했고 우리 이 정도면 됐어.

사랑을 했다. 우리가 만나

그거면 됐다. 널 사랑했다.




지금 흔들리는 사랑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거나, 이별의 아픔으로 밤을 뒤척이고 있거나, 이제는 웃으며 지난 추억으로 되새길 수 있는, 사랑의 끄트머리에 선 모든 이들에게 위안이 되어줄 것 같다.

사무치게 아쉬웠다.

모든 일상은 그대로인데 더 이상 그 안에 실존할 수 없는 '우리'가 되었다는 것이.

사랑했던 표정, 익숙한 말투, 수많은 추억들이 잠시 밀려들었다 이내 맥없이 쓸려나갔다. 파도가 쳤다.

알고 있다. 언제가 이 바다 앞에서도 네가 떠오르지 않는 날이 올 것이다.

흐르는 물 같은 것.

새어나가는 모래 같은 것.

대단할 것도 유난 떨 것도 없이 당연한 것.

벌도 아니고 상도 아닌 것.

선택할 수도 받아들이는 것도 내 몫이 아닌 것.

잊히고 잊어간다는 것은 그런 것이니까.

- P. 27 -



믿음을 저버린 너일지라도 미워하지 않는 것,

내가 먼저 애써 돌아서는 것,

네 마음 편할 수 있도록 씩씩한 척 살아가는 것.

네 눈빛이 닿지 않는 곳에서 나는 처절히 무너졌을지언정 내 남은 모든 힘을 다해 웃어 보이며 네가 불행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

그것이 내가 너 없이 할 수 있는 사랑의 전부였다.

- P.44 -



나를 위해 넌 반드시


나에게는 전부였던 기억으로

어디서든 절대 기죽지 말고 멋지게 살아줘.

훗날 우연히 마주하거든

널 사랑했던 어제의 내가

널 마주한 그때의 나에게

거봐 괜찮은 사람이었으니

그땐 어쩔 수 없었다니까,

변명할 수 있도록.

그렇게라도 스스로 상처 입힌 나를

그때서라도 스스로 용서할 수 있도록.

- P.102 -



참 좋았다, 그치


네가 나에게 '사랑'이란 걸 믿게 해주었던 순간들,

너도 여전히 기억하고 있을까

비가 많이 내리던 날.

잠시 기다리라며 어디론가 뛰어갔던 네가

긴 시간 젖은 발로 버스를 타야 하는 날 위해 사 왔다며 건네주었던

보송보송한 양말 한 켤레.

서점 안, 책 속에 정신없이 파묻혀 있던 내 앞에

붉은 꽃 한 송이를 내미어

모든 시선을 앗아갔던 예쁜 오후.

잠시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하는 상황에

노란 가로등 불빛 예쁘게 번진 골목길,

나보다도 먼저 눈물 찔끔 보이던 너는

나를 영차 업더니 뒤뚱뒤뚱 걸으며 말했지,

네가 나를 많이 사랑하고 있다고.

여전히 믿고 있어.

지나간 시간들, 그때 그 순간만큼은

너도 사랑이었다고.

둘이서 즐겁게 술잔을 기울였던 밤,

'우리'를 기억하고자 적어놓았던 문장이

너와의 모든 시간을 회고할 문장이 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참 좋았다, 그치'

- P. 118~119 -



내가 나에게 바라


나는 내가 누군가로 인하여, 가 아니라

오롯이 나로서 행복하기를 언제나 바라.

-P. 167 -



이별 앞에서 잊어서는 안 되는 것


삶이란 것은

내가 살아있는 한 무한한 현재진행형이어서

어떤 영광을 얻더라도 그 뒤에 남는 것은

그 영광을 손에 쥐기 전과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이제는 무엇을 할 것인가.'

사랑도 같지 않을까.

누군가를 향했던 사랑의 한 계절은 끝이 났어도

내 삶이 진행형인 동안만큼은

사랑, 그 본질적인 것에 매듭이 지어질 리 없다.

잊어서는 안 된다.

상대를 잃었을 뿐

사랑을 잃은 것이 아니다.

-P. 220 -



안젠가의 이별로부터 배운 것


사랑이란 건

아이처럼 시작하되

어른의 마음으로 지켜내야 하는 것.

둘 중의 하나가 아니라 함께 행복해져야 하는 것,

때로는 혼자일 줄도 알아야 하는 것,

이별도 사라의 종착역 중 하나로 받아들일 줄 아는 거.

또다시 울게 되더라도 그뿐

다시 사랑하는 일에는 겁낼 이유가 하나도 없단 것.

-p. 225 -



기억해요


그 어떤 기억도 애써 상처라 이름 짓질 않길.

내가 어쩔 수 없는 상처라면 불안으로 덧내지 않길.

미련한 불안에 지금은 놓치질 않길.

행복해도 괜찮아요.

당신은 행복해진 자격이 있으니까.

-P. 2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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