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답게 삽시다 - 미운 백 살이 되고 싶지 않은 어른들을 위하여
이시형 지음 / 특별한서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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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형 박사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신과 의사이자 뇌과학자다.

한국자연의학종합연구원 원장이자 '힐리언스 선마을' 촌장으로 살고 있다.

이시형 박사의 탁월한 통찰력과 독창적인 인생론은 각종 TV프로그램과 지면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는데 국민건강, 자기계발, 자녀교육, 공부법 등 다양한 주제로 모두에게 폭넓은 공감을 샀다.

실체가 없다고 여겨지던 '화병'을 세계정신의학 용어로 만든 정신의학계의 권위자로 대한민국 뇌과학의 대중화를 이끈 선구자이기도 하다.

75세 때(2007년) 자연치유센터 힐리언스 선마을을, 2009년에는 세로토닌 문화원을 건립했으며 지금은 '병원 없는 마을'을 건립하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몰두 중이라 한다.

이시형 박사는 나이에 대한 기존 상식을 뛰어넘는 활동을 하며 평생 공부하고 도전해서 배운 삶의 지혜를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다수의 책을 저술하기도 했는데, <어른답게 삽시다>는 그의 나이 여든을 훌쩍 넘기고 쓴 책이다.


나이듦이란 어떤 것일까.

살면서 겪은 온갖 크고 작은 세상의 풍파와 실패, 좌절의 경험들은 삶에 굳은살처럼 박힌다.

어느 정도 연륜이 쌓이면 웬만한 일에는 눈도 깜짝하지 않는 경지에 오르기도 한다.

어떻게든 시간은 흐르기 마련이고,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일도 지나가기 마련이고, 버티다 보면 또 살아지게 되어 있다는 것을 안다.

나이가 들수록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는 안목과 참고 견뎌내는 인내심이 젊을 때보다 높아진다.

하지만 모두가 이렇게 나이 들어가진 않는다.

나이가 들면 정신적으로 유연해지고 강해진다고 하지만 나이듦 자체가 정신을 무너뜨리기도 하는데, 나쁜 일을 겪었을 때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노력보다 '내가 살 날이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그 사이에 뭐가 얼마나 달라지겠나'생각하고 마음을 놓아버리는 경우도 있다.

사람에게는 '회복 탄력성'이란 게 있는데, 이 '회복 탄력성'은 역경이나 시련이 닥쳤을 때 좌절에 빠지지 않고 이를 성장의 기회로 삼아 다시 안정된 상태를 회복하는 힘을 말한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마음이 초조해지면서 스스로의 '회복 탄력성'에 불신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나이가 들면 마음의 상처마저 더디게 아물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오히려 이제껏 살아온 연륜으로 마음의 상처를 회복하는 속도가 빨라진다는 게 뇌 과학의 증언이라는 것이다.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간은 마음의 틈을 만들어준다.

이 틈이 '회복 탄력성'이다.

숨 쉬는 것조차 아픈 상처를 받았어도, 생의 밑바닥에 내동댕이쳐진 것 같은 좌절에 빠졌어도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고 삶도 계속된다.

영원히 마르지 않는 눈물은 없으며, 결국은 다시 평범한 삶으로 일상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는 것이다.

'회복 탄력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몸보다 마음의 건강이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중요한 건 마음은 세월을 비켜갈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꾸 좋은 방향으로 생각을 바꾸려고 한다.

그것을 쉽게 하는 이도 있지만 조금 시간이 걸리는 이도 있지만, 그래도 우리의 뇌는 낙관적인 쪽으로 생각하려는 본능을 충실히 이행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니까 스스로를 믿으면 된다.

아직 건강한 내가 결국에는 절망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고 믿으면 된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었다고 다시 일어설 수 없는 것이 아니다.

다시 일어설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다시는 일어설 수 없게 된다는 것을 명심하자.


마흔이 될 때까지 아픈 곳 없이 건강하게 살아왔는데 어느 순간 건강을 잃게 되었다.

좋아하던 운동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도 어려움이 생길 정도였다.

나이가 든다는 건 이런 순간이 어쩔 수 없이 온다는 것을,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멀쩡하게 하던 일을 못 하게 될 때가 온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거란다.

그러니 우울해할 필요는 없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것이 아닐뿐더러, 내가 미처 알지 못하던 일이 내게 기쁨을 주는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책을 읽고 책을 쓰는 일에서 행복과 기쁨을 찾았다고 했다.

나는 등산과 걷기를 통해 행복과 기쁨을 느낄 수 있었고, 더불어 잃었던 건강까지 찾을 수 있었다.

저자가 말한 '회복 탄력성'이란게 이런 게 아닐까.

직접 겪고 보니 나이란 숫자에 불과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이가 저절로 존경심을 이끌어내지 않는다.

존경은 공짜가 아니다.

나이가 들었다고 어디서든 대접을 받고자 하는 것은 스스로를 '미운 몇 살'로 만드는 지름길이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노인을 불편해하는 인식을 한탄할 것이 나이라 노인들 스스로도 무언가를 해야 한다.

은퇴를 하고 물러나 앉아 다 차려진 밥상을 받을 생각만 할 것이 아니라 여전히 이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서 다음 세대들과 함께 고민하고 함께 일할 계획을 세워야 한다.

지금의 노인층이 젊은 시절에는 나라가 풍요롭진 않았지만 일자리는 넉넉했고, 회사에서 조기 퇴직 당할 염려도 없었던 근대산업화의 특수를 누린 세대였다.

정년을 꾹꾹 채운 뒤 퇴직하고 각종 보험과 연금 혜택도 가장 확실하게 받는 세대이며 지하철도 공짜로 타고 온갖 국가적 혜택은 다 누리는 데 반해 요즘 젊은이들은 당장 취업하기도 힘들고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먹고살기도 빠듯하다.

그런데도 노인 복지를 위해 각종 세금은 따박따박 내야 하니 노인들이 곱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예전에는 '세대 차이' 정도로 불렸지만 커저가는 불만이 노인에 대한 '미움'으로 나타나, 노인 혐오 시대를 넘어 '증오 시대'로 갈까 염려될 정도다.

젊은 세대는 결국 자신들도 필연적으로 늙으리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늙음을 적대시한다.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존재'라고 낙인을 찍지만 노인들은 저마다 가족에게, 이 사회에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기 위해 평생을 분투해온 사람들이다.

오늘의 젊은이가 노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미래에 자기네가 마주쳐야 할 시선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사회에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간다는 생각에 자꾸 뒷방 늙은이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노인 우울증'을 의심해봐야 한단다.

한국 노인들의 우울증이 심각한 것은 노인 빈곤율이 OECD 국가 중 1위라는 사회적 특징과도 맞물려 있다.

신체적 노화로 인해 건강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자존감이 낮아지면서 삶의 의욕을 상실하면 쉽게 극단적인 선택까지도 하게 되는데, 이런 우울증을 미리 예방하기 위해서는 노인에게도 홀로서기 연습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노인의 자립에는 자신의 건강을 자신이 알아서 챙기는 '건강적 자립'과 은퇴 후에도 사회적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경제적 자립', 그리고 '정신적 자립'이 있단다.

정작 수입이 한 푼도 없으면 자식들에게 의지하는 마음이 커지게 되고 이 기대 심리가 결국 가족 간의 분란을 초래하기도 한다.

지속적으로 수입이 발생하는 작은 수입이나마 있어야 정신적인 여유가 생기고 자존감도 높아지는 것이다.

모든 것을 자식에게 올인하며 살아가는 부모들을 주위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월급의 반 이상을 학원비로 갖다 받치며 공부시켜 대학에만 보내면 끝일 줄 알았는데, 대학 등록금 내주고 유학까지 보내줬더니, 취업이 어렵고 스펙도 쌓아야 한다며 대학원을 보내주고, 어렵게 취업에 성공해 이젠 자식 밑에 돈 들어갈 일 없으려나 싶지만, 결혼한다기에 집까지 사주는 부모들... 물론 경제적인 여유가 되니까 그렇게 해주겠지만 실상 그 속을 까보면 모든 것을 내어준 부모는 빈 깡통인 경우도 많다.

그렇다고 그 자식이 과연 부모님을 책임지고 보살펴 줄까?

한국 최고의 명문대에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부모님이 몇 살까지 사시면 좋겠냐'는 질문에 학생들의 대답은 63세였다고 한다.

그 나이까지의 부모들은 경제적인 능력이 있으니 자식의 입장에서는 부모님이 곁에 있는 것이 여러모로 득이 된다는 것이다.

공부도 마쳐야 하고, 취직도 해야 하고, 결혼도 해야 하는데 자력만으로 어렵기 때문에 부모님의 도움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요즘 세상에 63세면 한창나이다.

그런데 그때까지 자식들을 위해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내어주고 더 이상 줄 게 없게 되면, 그 젊은 나이게 죽으란 소리인가.

인간관계의 기본적인 상식선에서조차 납득하기 어려운 젊은이들의 이기주의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자식들에게 온갖 헌신을 다하고 빈털터리가 되고 마는 부모들의 맹목적인 사랑 또한 안타까울 따름이다.

한국의 부모들은 집 장만에서부터 결혼 비용, 혼수까지 다 해주고 나서 정작 자신들은 돈에 쪼들리며 살아간다.

그렇게 자식들에게 기댈 수밖에 없게 된 부모들을 자식들은 짐으로 여기기 시작한다.

이런 세태가 노인들을 불쾌한 집단으로 보는 사회현상을 부추기게 되는 요즘 한국 사회의 슬픈 단면이기도 하다.

한창 일할 때 열심히 벌어 모든 걸 다 내어주었지만 남은 건 나이 들어 부실해진 몸뚱어리와 비어버린 잔고뿐이라면 은퇴 후 앞으로 살아가야 할 30여 년의 긴 시간들이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시대의 노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는 노인들의 책임도 반은 된다고 본다.

자식들을 사랑과 정성으로 키우되 지나치게 모든 것을 쏟아붓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자식들에게 더 퍼줄 게 아니라 삶을 지키는 데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자식들에게 기대지 않아도 충분히 삶을 유지할 수 있고, 여전히 적극적으로 활발하게 행동하며, 유연한 사고방식으로 아랫사람을 대우한다면 아무리 시대가 변한다 해도 '노인 공해'니 어쩌니 하며 짐짝 취급받지는 않을 것이다.

제 앞가림을 한다는 것은 나 하나만을 위한 일이 아니라 주변 모두를 위한 일이다.

진정한 홀로서기란 아무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삶이 다하는 그 순간까지 내게 주어진 시간을 남김없이 충실하게 사는 것이다.

끝까지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나 자신으로 살다 죽을 수 있는 삶의 결정권을 갖는 것임을 분명히 기억하자.


나이가 들어 쓸쓸하다느니 고독하다느니 얼른 죽어야겠다느니 하는 소리를 입버릇처럼 하고 다니는 사람들은 '세상의 빚쟁이'라는 인식이 없는 이들이다.

일이 힘에 부치면 반나절도 좋고, 이틀에 한 번도 좋으니, 무슨 일을 하든 일하는 시간이 얼마나 되든 끝까지 일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하게 늙어가는 비결은 다른 것이 없다.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즐거움과 내가 사회를 위해 아직 무언가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 그간 닦은 경험들을 활용하며 아직 내가 속까지 녹슨 깡통은 아니라는 뿌듯함을 심어주는 적당한 노동, 그것이 건강하게 늙어가는 비결의 답이다.

그것이 어른답게 사는 길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나이가 이만큼 들었으니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것이 아니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남의 기분을 배려하며 나를 표현하는 세련된 화법도 중요하다고 했다.

진정한 어른이 된다는 것은 나이와 사회적 지위, 교육수준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도덕성과 인격, 품위와 연륜 등 내면의 성숙을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나이'에 대한 존경심이 변하고 노인을 존경하지 않게 된 시대를 탓하기 전에 혹시 '존경할 만한 어른이 없는 시대'가 된 것은 아닌지 나부터 살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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