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 2 - 아모르 마네트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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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추기경이 콘클라베를 포기한 이유가 카레나 때문인 것은 확실해 보여.

그녀로부터 코리의 군주가 백성을 위해 글자를 만든다는 얘기를 듣고 너무도 큰 충격을 받았거든.

당대 최고의 지성이었던 추기경이 교황의 지위는 물론 평생 신봉하던 스콜라 철학조차 버리고 말았으니.

참, 카레나의 유품을 하나 찾았네.

요한 22세 성하의 문장이 새겨진 은제 목걸이인데,

고르드 수녀원에서 성녀로 선종했다는 기록과 함께 남아 있더군.

그리고 무슨 일인지 모르겠네만, 엘트빌레 수도원에서도 자네와 경쟁이라도 하듯 카레나에 관한 기록을 좇고 있네.

p. 7~8


김기연 기자가 알아낸 '카레나'는 조선 세종 때 유럽으로 건너간 여성이었다.

카레나는 금속활자를 유럽에 가져갔고, 니콜라스 쿠자누스(1401~1464)와 사적으로 관련이 있으며 세종대왕이 백성을 위해 글자를 만들었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김기연 기자는 카레나와 쿠자누스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에 직지의 역사적 진실이 함께 더불어지면서 강한 울림을 받게 된다.

그리고 1400년 대로 돌아가 상상의 날개를 펼치기 시작한다.


조상 대대로 주자소 일을 한 양승락은 승방을 위장한 주자간에서 세종대왕의 뜻을 받들어 새 글자로 금속활자를 만들고 있었다.

그에게는 은수라는 딸이 있었는데 그녀가 만든 글자체는 특별한 편안함과 온순함이 있어 세종의 마음에 꼭 들었다.


한자가 어려워 글을 읽을 수 없는 백성들을 위하여 새로운 문자를 만드신다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수많은 반대가 있을 터인데 글자가 예쁘기만 하면 멸시를 받을 것이고, 글자가 웅장하면 배척을 받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편안함을 기본으로 하되 전하의 정신을 담아 당당하게 만들었습니다.

p.27


당시 조선은 태조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 때 내세운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거슬러서는 안 된다'는 불가론이 조선의 지침이 되었고, 공자의 유학을 통치 이념으로 삼으면서 중국을 하늘 같은 존재로 삼으며 섬기었다.

소수의 사대부와 그들이 형성한 양반이라는 지위층이 절대다수의 백성을 억누르고 있는 구조에 세종은 눈을 떴으며 백성을 억압하고 수탈하는 수단이 글과 학문이라는 사실에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사람의 힘은 지식과 지혜에 의해 결정되는 바, 백성이 책을 읽어 지식과 지혜를 얻기에는 한자라는 문자가 너무 어려웠고, 결국 학문도 지혜도 신분도 벼슬도 다 세습된다는 것에 안타까워했다.

세종은 역사상 누구도 하지 못했던 '한글 창제'라는 위대한 생각을 해낸다.

하지만 사방이 적이었다.

고관대작은 물론 집현전 학사들 중에도 제 나라 임금을 업신여기고 명나라의 눈치를 보았기 때문이다.

강종배는 명나라의 환관 주구에게 세종이 요사스러운 글자를 만들어 명나라 황제에게 반역행위를 한다 보고하고 주자각을 불한당을 보내 은수의 아버지인 양승락을 죽이고 은수를 납치한다.

은수는 명나라로 끌려가지만 은수를 양녀로 받아들이고 도피시켜준 유겸과, 객주에서 불한당을 제지해준 이름 모를 노인과 손님들 덕분에 목숨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그리고 검은 옷에 주황색 머리를 한 신부(베르나스)의 도움으로 북경을 떠난 은수는 2년이 지난 후 바티칸에 도착하게 된다.

베르나스의 도움으로 감옥에서 봉사를 시작한 은수는 수많은 서기와 필경사들에 의해 사형수가 바뀌고 다른 사람이 사형을 당한다는 사실을 고발하게 되면서 바티칸으로 가 교황을 만나게 된다.

모음 하나 잘못 쓰는 작은 실수로 무고한 사람이 죽어가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는 교황에게 은수는 금속활자를 소개한 후 직접 시연을 보여준다.

쇳물을 녹여 거푸집을 통해 만든 활자 가지에 붙어 있는 알파벳을 하나씩 떼어내 일자로 배열해 고정시킨 후 염료를 묻혀 종이를 덮고 정성껏 문지른 후 종이를 들어 올리니 종이 위에 선명히 글자가 꽂혔다.

교황을 비롯한 모든 성직자들은 신의 은총이라며 감격했다.

그러나 다음날 바로 은수는 로마의 마인츠라는 도시로 보내지게 된다.

필사업이 성행한 마인츠의 어느 필사 공방에서 필사를 하던 은수는 필사업의 한계를 느낀 후 금속활자를 만들려다가 마녀로 몰리게 된다.

끔찍한 고문을 당하면서도 금속활자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아버지가 백성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다 돌아가셨고, 조선에서는 백성을 위한 글자는 만드신 상감이 계셨고, 그분 또한 글자를 퍼뜨리는 게 의미가 있다고 하셨기에 이곳에서도 글자를 퍼뜨리는 건 똑같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은수가 만든 금속활자를 보고 찬양과 축복을 내렸던 교황과 사제들은 사람(가난하고 무식하고 저급하고 비열한 자)들이 쉽게 글자를 대하고 책을 읽는다면 세상의 질서가 무너지고 궤변의 지옥에 빠질 것이라며 은수를 악마의 대리인으로 몰아세우며 만약 금속활자를 만들려 한다면 바로 제거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 열 번을 찍으면?

- 열 페이지가 됩니다.

- 천 번을 찍으면?

- 천 페이지가 됩니다.

- 책 한 권을 다 찍을 수도 있는가?

- 그렇습니다.

- 천 권을 찍을 수도 있나?

-금속은 쉽게 닳지 않습니다. 닳아도 지금처럼 간단히 알파벳을 만들어 보충하면 됩니다.

-누구라도 책을 볼 수 있다는 얘긴가?

-그렇습니다.

P144~145


은수는 니콜라스 쿠자누스의 도움으로 다시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난다.

그동안 은수를 도와주었던 사람들을 떠올리며 자신이 힘들더라도 남을 위해 나서는 거룩한 이들을 영원히 기억하고자 다짐한다.

할아버지가 남기진 은십자 목걸이에 새겨진 "템푸스 푸지트, 아모르 마네트 - 세월은 흘러도 사랑은 남는다"라는 글귀를 되뇌며, 목숨을 내놓더라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이 육체를 갉아먹더라도 정신은 굽히지 않으리라 맹세하며 아버지가 걸었고, 상감이 가시던 길을 따르리다 다짐한다.

은수는 쿠자누스를 통해 소개받은 구텐베르크에게 금속활자 제조법을 전수한 후 수도원 침잠의 방으로 들어간다.

그 후 구텐베르크는 10년간의 초인적인 노력으로 성경 180부를 완성한다.


길고 긴 상상을 마친 김기연 기자의 책상 위에는 구텐베르크의 전기를 비롯해 니콜라스 쿠자누스의 평전 등 많은 자료들이 펼쳐져 있다.

엘트빌레 수도원에서도 카레나에 관한 기록을 좇고 있다는 메일을 떠올린 김기연 기자는 엘트빌레 수도원으로 한 발짝 더 다가선다.

그리고 사건의 전말과 함께 범인 또한 알게 된다.


구텐베르크를 인정하고 나면 우리 직지의 진짜 가치가 보일 것입니다.

직지는 인간 지능의 승리입니다.

맹수에게 이빨과 발톱이 무기이듯 인간에게는 지식과 정보가 무기입니다.

그 지식과 정보를 가장 정확하고 깔끔하게 기록하고 전달하는 장치가 바로 금속활자입니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이런 수단을 만들어낸 우리 민족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또한 이 직지의 정신과 맞닿은 것이 바로 훈민정음입니다.

훈민정음은 이제껏 인류가 만들어낸 어떤 글자보다도 우수하다고 전 세계가 인정하고 있습니다.

언어학자들은 앞으로 지구상에 여섯 개의 언어만 남을 거라 예측합니다.

영어, 중국어, 아랍어, 스페인어, 불어, 그리고 한글입니다.

쓰는 사람이 적지만 한글이 꼽히는 건 오로지 글의 수수함 때문입니다.

이처럼 직지와 한글은 우리 민족의 자랑이기 이전에 인간 지능의 금자탑입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직지와 한글은 그 존재 자체가 소수의 독점으로부터 지식을 해방시켜 온 인류가 손잡고 동행하자는 지식혁명입니다.

이기심에서 벗어나 이타심의 세계로 나아가자는 위대한 메시지가 그 안에 있는 것입니다.

직지와 한글에 담긴 인류의 위대한 지성,

'나보다 약한 사람과의 동행'이라는 정신을 보아야 합니다.

p. 262~263


직지 1,2편을 읽으며 금속활자 발명의 대단함과 함께 훈민정음의 위대한 발명에 감사한다.

그리고 김진명 작가는 반도체 기술을 직지와 연결했다.

직지와 한글과 반도체는 인류의 지식혁명을 이끄는 대한민국의 3대 걸작이다.

직지나 반도체 모두 그 시대 최고의 첨단 기술이며, 지식과 정보를 기록하고 저장한다는 기능면에서도 똑같다는 것이다.

한국이 디지털 강국이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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