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을 해도 나 혼자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
무레 요코 지음, 장인주 옮김 / 경향BP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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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카모네 식당]으로 유명한 무레 요코 작가는 여성들의 소소한 일상을 경쾌하고 유머 넘치는 문장으로 표현해 '요코 중독' 현상을 일으키기도 했다.

책을 읽다 보면 특별할 일 없는 소소한 일상들인데 편안하고 재미있으며 유쾌한 느낌을 받게 된다.

평생을 독신으로 살아온 60대의 저자에게는 19년간을 함께 동거한 고양이 C가 있다.

[기침을 해도 한 혼자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는 고양이 C와 동거하며 경험한 경쾌하고 유머 넘치는 반려묘 이야기이자 세계에서 가장 집고양이에게 많이 혼나는 주인의 일상을 담은 집사 이야기다.


20년 전 아파트 한구석에서 새끼 고양이를 한 마리 발견했다.

길고양이 출신인 고양이 C는 작은 몸집으로 겁도 없이 옆집 수고양이에게 덤벼 주먹을 먼저 날리고, 길고양이들과도 툭하면 싸움을 벌이며 골목대장 노릇을 하고 다니는 다소 독특한 집고양이다.

'갈 곳 없는 나를 거둬 줘서 고마워.'라는 감사는 찾아볼 수 없고, 마치 '너한테 와 줬다.'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녀석은 대범하다 못해 뻔뻔하기까지 할 정도로 까탈스럽고 별나고 변덕스러우며 자기 멋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료 뷔페 차리기, 새벽잠투정 받아주기, 발톱 깎기 소동, 태풍 부는 날 날뛰기, 외출 후 달래주기 등 19년간 고양이 C와 동거하며 겪은 일들을 유쾌하게 이야기하지만 힘들고 고달픈 저자의 고충이 그대로 느껴져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래도 함께였기에 행복하고 좋았다고 이야기하고 있으니 그런 걸로....

고양이 나이 19살이면 고양이 삶에서는 90에 가깝다고 하니 굉장히 나이 많은 늙은 고양이지만 나이에 비해 건강하고 아름다운 외모(작가 본인 생각?)을 유지할 수 있는 건 집사의 지극정성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걸 책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다.


우연찮게도 이 책을 읽기 전 읽었던 책은 길고양이의 팍팍한 삶과 유기묘, 유기견으로 살아가며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고양이와 강아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렇게 극과 극의 상황일 수도 있구나 싶어, 처음 책을 읽어내려갈 땐 기분이 언짢기도 했다.


"C는 처음 데리고 왔을 때부터 왜소했고 입도 짧았다. 조금이라도 더 먹이고 싶은 마음에, 따 준 통조림에서 C가 고개를 획 돌리면 새로운 통조림을 따 주곤 했다. 이것이 문제의 근원이었다. C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나올 때까지 먹지 않게 되었다. 나는 놔두면 먹겠거니 하고 뚜껑을 딴 통조림을 모두 나열해 두었다. 아침에 딴 통조림을 저녁에 한 입 먹는 것을 가끔 보았기 때문이다. 보통은 물그릇, 건식 사료 그릇, 통조림 사료 그릇해서 많아도 세 접시면 충분한데, 우리 집의 경우에는 큰 쟁반에 밥그릇이 여덟 개나 놓여있다."

국내에서 구할 수 없는 유기농이나 무첨가물 통조림을  해외에서 구입해 사다 먹이기도 하다 보니 고양이 C의 하루 식비는 건식 사료를 제외한 통조림만으로도 1,000엔(약 1만 원)이 조금 넘는다던 대목에서는 순간 욕이 나올 뻔했다.

한 술 더 떠 보호하고 책임을 진 집사로서 이렇게까지 신경 쓰고 있으니 여왕님이 그저 오래 살아 주기만을 바랄 뿐이라는 저자의 글에 고개가 절레절레 저어졌다.

또한 저자 본인도 너무 힘들어하는 새벽잠투정 받아주기와 같은 경우가 대다수의 고양이에게서 일어나는 일이라면 고양이를 키우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겠구나 싶었다.

오후 10시경에 잠들어 새벽 1~2시쯤 깨우기 시작해 2시간 간격으로 집사를 깨우는 고양이 C.

발톱 하나를 깎지 못해 5분 거리의 병원을 콜택시를 불러 타고 간다.

걷기 싫어서가 아니라 사정없이 큰 소리로 울어대는 통에 길을 걸어갈 수가 없기 때문이란다.

병원에 가면 쥐 죽은 듯이 얌전하고 조용해지는 이중성을 보인다.

여름이면 날씨가 마음에 안 든다고 집사를 혼낸다고 한다. (그건 집사의 역할을 넘어선 일인데도....)


타고난 성향이 까탈스럽고 예민하고 자기 멋대로인 여왕님 포스라지만 글쎄... 집사인 저자가 뭐든 다 들어주고 맞춰주고 오냐오냐하다 보니 그런 성격이 더 도드라지면서 제멋대로인 고양이로 살아가는 건 아닐까.

이런 점에 대해서는 저자도 솔직히 인정하는 글들이 곳곳에 나오고 있다.

그래도 어쩌랴.... 정말 힘들고 괴롭지만 세상에서 고양이 C가 가장 사랑스럽고 예쁘다고 말하는 저자는 까탈스러운 여왕님을 모시고 사는 집사로써 충분히 행복한 것 같다.


믿거나 말거나 반려동물을 키우다 보면 울음소리만으로도 감정을 읽을 수 있다고 한다.

여왕님 고양이를 모시는 저자 또한 고양이의 울음소리(토라진 울음, 화난 울음, 무서운 울음, 기분 좋은 골골골 등)으로 기분을 파악하고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하기도 하는데 소소한 일상을 경쾌하고 유머 넘치는 문장으로 표현하는 '요코 중독' 현상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글들이었다.



강아지나 고양이, 그 밖의 동물들에게 의존하는 것은 아니지만, 반려동물과 함께하면 많은 것을 얻는다고들 한다.

고양이 C와 살면서 쩔쩔맬 때도 많고 참아야 하는 일도 많지만, 함께한 19년을 생각해보면 만약 C가 우리 집에 와 주지 않았더라면 단조롭고 시시한 삶을 살았을 것 같다고 저자는 말한다.

삶의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었던 점에 대해서는 C에게 감사한다고...

무엇보다 나이가 많은 고양이 C의 건강이 가장 걱정인데 여왕님은 활기차게 매일 잘난 듯이 집사를 계속 혼내고 있다니 다행인 건가?

언제까지 함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20살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니 저자의 바람대로 오래오래 건강하길 함께 바라본다.


"너는 내 곁에 있어 주기만 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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