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 실험 - 문명이 붕괴된 이후의 세상을 실험한 어느 괴짜 과학자의 이야기
딜런 에번스 지음, 나현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유토피아 실험- 문명이 붕괴된 이후의 세상을 실험한 어느 괴짜 과학자의 이야기


영국의 한 대학교수가 문명이 붕괴된 이후의 세상을 가정하고 지원자들을 모집해 현대 기술 없이도 수천 년을 살았던 마야인들처럼 18개월 동안 실제로 자급자족 공동체를 만들어보려 했던 실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유토피아 실험'이라는 이름으로 스코틀랜드 북부 하일랜드의 허허벌판에 천막집 유르트를 짓고 장작을 패고 밭을 갈고 물을 길으며 원시적 생활을 실험한다.

18개월 동안 실험하고자 했던 계획은 10여개월 만에 실패로 끝이 나고 만다.

처음 실험을 계획했던 저자(영국의 한 대학교수)가 결국 극심한 우울증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면서 실험은 중단된 듯했으나 실험에 함께 참여했던 몇몇의 체험자들이 여전히 그곳에 남아 자급자족의 공동체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다소 웃픈 결과도 나았다.

저자는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다시 본래의 자리로 복귀한 후, 지난 시절의 뼈아픈 실험을 되새기며 '유토피아 실험'이라는 책을 집필하게 된다.


뭔가에 단단히 씌었다.

살다 보면 이런 말을 하게 되는 일들을 한 번쯤은 겪게 되기도 하지만 <유토피아 실험>의 저자 정도쯤 되면 뭔가에 씌었다기보다는 약간 '미친'상태가 아니었을까 싶다.

멕시코로 강연을 갔다가 마야 문명 유적지에서 마야의 붕괴와 현재 우리 지구가 봉착한 난관이 아주 유사한 것 같다는 깨달음 속에서 지금의 문명도 마야와 같은 파국에 이를 수 있겠다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된다.

그러면서 뜬금없이 파국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실험을 하기로 결심하게 되면서 문명의 이기와 단절하고 자급자족하는 삶을 기획하게 되며 함께 동참할 사람들을 모으게 된다.

저자를 포함한 체험 참가들 대부분이 아마추어들이라 스코틀랜드 북부 하일랜드 벌판에 몽골식 이동주택인 유르트를 세우고 체계화되지 않은 농경법으로 직물을 재배하고자 하며 기본적인 식사와 배변 환경을 조성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결국 굶어 죽지 않기 위해 인근 슈퍼마켓을 이용하기도 하고 정작 실험을 주도하는 저자 본인은 실험에 앞서 결혼을 하면서 캠프와는 떨어진 마을에 집을 구해놓고 며칠에 한 번씩 집과 숲속 캠프를 오가며 생활한다.

'유토피아 실험'을 준비하며 첫 시작부터 함께 해온 동지(?)들 사이에도 불화가 일어나게 되고 체험하러 오는 참가자들 또한 단기간의 체험이다 보니 처음 이 실험을 계획했던 취지는 퇴색되어 숲속 원시생활 공동체는 점점 원시생활 체험장이 되어간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점점 더 극에 달하게 되고 저자는 결국 스스로 파멸하게 되면서 실험은 끝이 나고 만다.


우리라고 진심으로 세계가 곧 멸망하리라 생각한 것을 아니었다.

아니 적어도 처음 시작은 그렇지 않았다.

실제로 모든 실험은 모의실험으로 여겨졌다.

우리는 만에 하나 문명이 붕괴될 때 지구상의 사람들이 어떤 운명을 맞을지 알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 문명이 이미 붕괴된 것처럼 행동했다.

일종의 협업적 스토리텔링 내지 실생활 역할극을 펼친 셈이었다.

매우 모호한 계획이었으나, 당시 기본 발상만큼은 매우 기발하게 느껴졌다.

2년이 지나 돌이켜보니 그때 가졌던 생각은 우스꽝스럽게만 보였다.

도대체 무엇에 그리 홀랑 빠져 집을 내다 팔고 대학에서의 경력까지 포기하게 됐을까?

어째서 모든 걸 망쳐버리고 1년 동안 살던 다 쓰려져 가는 캠프에서 도망쳐 나와 제 발로 병원을 찾게 됐을까?


현실성 없는 이상주의적인 사고가 얼마나 참담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몸소 체험한 저자의 '유토피아 실험'은 어처구니없기도 하지만 안타깝기도 했다.

인간의 무한한 욕망은 더욱 강하게 편리한 것을 추구하게 되고 기술 문명은 점점 더 발전 성장하게 되지만 결국 환경이 오염되고 자연이 붕괴되고 자본주의 체제는 탐욕과 부패로 물들고 있다.

굳이 이상주의자 아니더라도 '자연과 문명, 더 나아가 우리 인류는 과연 지속 가능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 앞에 '만약 한순간에 모든 것들이 균형을 잃고 무너져 내린다면? 그래서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문명의 혜택과 사회적 안전장치가 깡그리 사라져버린다면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어쩌다 운이 좋아 문명이 붕괴된 이후의 세상에서 살아남는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와 같은 상상을 하기도 한다.

저자처럼 너무 앞서나가 실제로 가상의 현실을 직접 실험해볼 필요까진 없겠지만 막연하게 '생존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보다는 '지금 노력해서 위기를 막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저자가 책을 출간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도 그런 상황이 오지 않게끔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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