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손님
히라이데 다카시 지음, 양윤옥 옮김 / 박하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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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제목에 끌렸다.

책 표지도 은근 단아하고 심플한 것 같아 시선을 잡았다.

전 세계 24개국 출간, <어린왕자>, <동물농장>, <갈매기의 꿈>, <연어>와 함께 이 시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우화라는 소개 글도 이 책으로 가는 눈길을 사로잡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첫 장을 넘기면서부터 지나치게 상세하고 섬세한 필체로 조금은 난처한 맘으로 책을 읽어나갔다.

솔직히 이런 묘사에는 익숙지 않아 후다닥 책장을 넘기는 편인데 <고양이 손님>은 자세한 묘사를 따라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리듯 읽게 되었다.

좀 지루하겠구나... 란 생각도 잠시, 1장의 마지막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때가 기회를 놓친 순간이었다.'란 글과 함께 호기심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작가 부부는 넓은 정원이 딸린 저택의 별채에 세를 들어살게 된다.

주인집에는 노부부가 살고 있으며 골목(번개골목)길에 접한 옆집에 새끼고양이 치비가 산다.

주인집 노부부는 아기와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임대계약을 했기에 작가 부부는 새끼 고양이에 대해 큰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옆집 고양이가 된 새끼 고양이는 빨간 목걸이를 차고 방울 소리를 내며 곧잘 작가부부의 별채 뜰에 나타난다.

서서히 치비는 살짝 열어둔 창문 틈새로, 마치 작은 물길이 거듭거듭 완만한 비탈을 적시고 뻗어나가듯이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그때 일종의 운명이라고 할 것까지 그 물길에 함께 따라와 있었다.

p.23

 

“어느 날씨 화창한 오후, 그 열린 문의 작은 틈새로 치비는 어느새 기어들어와 하얗게 빛나는 네 개의 발끝으로 반쯤 햇볕에 빛바랜 발판을 살포시 딛고 예의 바른 호기심을 온몸으로 드러내며 가난한 집 안을 조용히 둘러보고 있었다.”

p.46

 

치비는 울지 않았고 품에 안기려고 하지도 않는다.

아내는 "공연히 껴안으려 하지 않아, 치비를 자유롭게 놀다 가게 해줄 거야."라고 말하지만 작가 부부의 생활 속으로 마음속으로 치비는 점점 깊이 들어온다.

부부는 치비만을 위한 전용 문을 만들고, 전용 방을 만들고 사료와 간식도 챙겨준다.

 

"나한테 치비는 고양이 모습을 하고 있는 마음 잘 통하는 친구야."

p.54

 

아내는 치비를 친구라고 하지만 치비는 자기 마음대로 '손님'으로 찾아오는 친구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존재다.

 

- 경계 -

옆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는 판자 담을 넘어 작가 부부의 별채로 찾아든다.

인간이 그어 놓은 경계를 훌쩍 넘어 찾아오는 치비를 보며 "이제 우리 집고양이 아니야?"라며 흐뭇해하던 부부는 어느 날 옆집에 맡아두었던 택배를 전해주러 갔다가 현관에 가장 먼저 나와 길게 울며 인사를 차리는 모습에 서운한 마음과 함께 슬픔을 느끼게 된다.

'우리집 고양이'나 진배없다고 여겼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 소유 -

'무소유는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닌 가지고 있는 것에 집착하지 않는다'라는 의미라고 혜민스님은 말씀하셨다.

경계를 넘어 부부에게 다가오는 치비를 보며 부부는 순간 치비를 소유하고픈 생각만 가질 뿐 옆집과 부부의 집을 왕래하며 두 집 살림(?)을 하는 치비를 지켜보기만 한다.

 

- 죽음 -

부부가 세 들어 사는 저택의 주인 할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할머니는 요양원으로 떠나시고 큰 주택만 덩그러니 남게 된다.

할머니는 부부에게 본채까지 편하게 써도 좋다며 계약기간이 끝날 때까지 정원과 집 관리를 부탁한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치비의 죽음.

죽음의 원인조차 알 수 없고 성묘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절절한 마음으로 부부는 운명처럼 다가온 고양이 손님이었던 치비를 추억하며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다.

창문 밖 느티나무의 흔들림에 따라서 치비네 집 느티나무가 살랑거리는 게 보일 것 같은 집이다.

 

- 가족 -

새로 이사 온 아파트에서 고양이 가족을 만나게 된다.

 

치비가 잠이 들었던 똑같은 소파에서 꼭 닮은 목걸이를 차고 똑같은 곡옥 자세로 잠든 고양이를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내 고양이."라고 아내가 말했다.

P.176

 

잔잔한 일상의 글을 써 내려간 에세이 같은 소설이다.

조용히 경계를 넘어 다가온 운명 같았던 '고양이 손님' 치비를 통해 가족의 의미와 삶과 죽음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가만히 지켜 바라보기만 하는 것도 사랑의 한 방식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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