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이혼 2
모모세 시노부 지음, 추지나 옮김, 사카모토 유지 원작 / 박하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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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조림은 1810년에 발명됐대.
캔 따개가 발명된 게 1858년.
중요한 게 한참 지나 뒤늦게야 찾아오는 일이 있어.
애정이든 생활이든.



가제본으로 1편을 재미있게 읽던 중 KBS 드라마 <최고의 이혼>이 첫 방송을 탔다.
책으로 느낄 수 있었던 인물의 감정선을 잘 살리는 것 같아 재미나게 보고 있는 중이다.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좋아 몰입하게 되는 것 같다.
<최고의 이혼>은 <마더>, <도쿄 러브스토리>의 작가로 유명한 사카모토 유지의 최고 걸작으로 일본 TV를 석권한 최고의 일본 드라마로 유명한 작품이다.
남성 작가지만 여성의 마음을 정말 잘 표현한 섬세하고 디테일한 대사에 많은 공감을 느끼며 책을 읽었다.
1편을 읽고 뒷이야기가 궁금했는데 2편까지 모두 읽고 나니 작가가 전하고자 의미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싱글족 세태를 풍자하거나 단순한 교제 감각으로 결혼하다 보니 결혼관이 미숙해 이혼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모티브로 작품을 쓰면서 30대 주인공들의 미숙한 결혼관을 통해, 결혼이라는 본연의 문제와 가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판단력이 부족해서 결혼하고
인내력이 부족해서 이혼하고
기억력이 부족해서 재혼한다.



흔들리는 두 부부가 결혼과 이혼 사이에서 성장해가는 본격 이혼 러브 코미디!
최고의 이혼

결말까지 이야기하면 아직 드라마가 진행 중이라 스포가 될 것 같아 자제하는 걸로…….
책을 읽거나 드라마를 보면 결혼한 부부 입장에서 공감 가는 상황이나 대사가 가슴에 훅! 꽂이는 느낌을 받기도 했는데 그중 유카가 집을 나가면서 남기는 편지글이 마음에 남았다.
무심하듯 툴툴거리는 유카의 진심을 과연 마쓰오는 알아챌 수 있을까?


저는 집을 나갑니다.
방을 보고 놀랐나요.
입이 벌어졌나요.
지금 설명할 테니 일단 입을 다물어요.

역시 이대로 같이 사는 건 이상한 것 같아요.
우리는 이혼한지 꽤 되었는데 문제가 있다고 봐요.
어떤 문제인지는 잘 설명할 수 없지만,
최근에 아무래도 또 당신을 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떨려요.
제 나름대로 이런 떨림을 지우거나 원래대로 되돌리려는 노력을 해보았지만 둘 다 실패했어요.
당신을 이상하다고 말했지만 아무래도 누구보다 이상한 건 저인 것 같습니다.
많은 일들을 제대로 조절할 수 없어요.
좋아하는 사람과는 살면서 마음이 맞지 않고,
마음이 맞는 사람은 좋아지지를 않아요.
저는 당신의 말이나 행동에는 하나도 동의할 수 없지만 그래도 좋아요.
애정과 생활은 언제나 충돌하지만 그건 제가 살아가면서 떠안아야 할 무척 성가신 병입니다.

전에 영화관에 갔었죠.
제가 10분 지각했을 때요.
횡단보도 건너편 약속 장소에 당신이 서 있었습니다.
추운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었어요.
이 사람은 지금 나를 기다리는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기뻐서 줄곧 지켜보고 싶었어요.
영화보다 훨씬 멋진 광경이었어요.
당신을 몰래 보는 게 좋았습니다.

당신은 수줍음이 많아 좀처럼 나를 보지 않아서 훔쳐볼 기회가 가끔 있었어요.
메구로 강을 둘이 나란히 걸을 때 몰래 봤답니다.
dvd를 볼 때, 책을 읽을 때, 늘 당신을 훔쳐보면서 자연스레 가슴이 뛰었어요.

벚꽃이 보이는 집에 시집을 와서 벚꽃을 싫어하는 사람과 함께 살면서,
하지만 당신 생각보다 훨씬 더 저는 당신에게 기댔고 포용력과는 조금 다르지만
당시 옆에서 안락함을 느꼈습니다.

종일 양지바른 곳에 있는 듯한 그런 기분요, 고양이처럼 말이죠.
어쩌면 나는 이 집에 사는 셋째 고양이 같은 존재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맛있는 밥 고마워요.
따뜻한 침대 고마워요.
무릎 위에서 머리를 쓰다듬어주어서 고마워요.
당신을 올려다보거나 내려다보거나 훔쳐보거나 빤히 보거나
그런 일이 무엇과 바꿀 수 없는 행복이었습니다.
고마워요.

스스로 헤어지기로 했지만 조금 씁쓸한 마음도 듭니다.
하지만 혹시 또 당신을 몰래 보고 싶어졌을 때,
당신에게 말을 걸고 싶을 때는
또, 어딘가에서…….



<하마사키 마쓰오>


괴로워요. 진짜 괴로워 죽겠다니까요.
결혼이란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낸 가장 고통스러운 병이 아닐까요.

그날 지진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계속 남이었겠죠.
좋아하는 마음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모르고,
그저 뭐라고 부르면 좋을지 몰라서 어깨를 툭 두드리고,
무슨 이야기를 하면 좋을지 몰라서 손을 잡고,
그런 느낌으로 그대로 결혼했어요.
그래서 연애를 한 것 같은 근사한 추억이 없어요.

솔직히 이혼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제가 일방적으로 차면 아내가 너무 가엾잖아요.
네, 결혼했다는 책임감이죠.
자기희생 같은 거라 할까.
누가 괴롭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엄청 괴롭다고 하겠죠.
결혼은 3D예요.
3D. 타산, 타협, 타성. 그런 겁니다.

단체 줄넘기 같아요.
줄이 휙휙 돌고 있죠.
다들 그 안에서 뛰면서 안으로 들어오라고 해요.
그런데 제가 들어가면 줄이 제 다리에 걸려서 멈춰버리는 거죠.
뭘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뭘 어떤 식으로 말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뭐 하나 제대로 하는 일이 없어요.
온갖 일들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요.

이혼했다고 자유로워진다고 생각하면 대단한 착각이에요.
결혼 생활의 수렁은 대개 보이는 범위지만 이혼 생활의 수렁은 바닥이 보이지 않죠.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없습니다.
절망적입니다.

결혼은 인생의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이혼에는 인생의 전부가 있습니다.
앞으로 영영 봄 따위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빙하기예요.
레미라제블입니다.



<호시노 유카>


이혼 신고서 제출했어.
나는 당신이 필요하지 않아.
더는 필요 없어. 완전 후련해

이혼 신고서 제출하고 후련했어.
쉽게 정한 일 아니야.
당신은 변하지 않을 거야.
변하기를 바라지도 않고, 잘 선택했어. 그렇지?
그래도 딱 한가지 마음에 걸려……. 딱 하나, 가족 일.
이혼은 부부뿐 아니라 두 가족의 이혼이니까.

내 사정이지, 네, 제 사정입니다.
하지만 아, 이렇게 즐겁기는 오랜만이구나, 이런 거 따스하구나,
이런 거 그 사람도 느끼면 좋겠다.
그 사람한테도 나눠주고 싶다고 생각했어.
내 마음대로 생각해버렸다구.
나는 좀 더, 좀 더가 아니지.
당신은 바보 취급하지만 나는 그저, 평범한 가족이 되고 싶었을 뿐이야.
평범한 가족이 뭔데…….
제일 처음 떠오르는 사람이지.
제일 처음 떠오르는 사람들이 모인 게 가족이야.

말하지 않으면 당연하다는 얼굴을 하니까.
내가 아무리 열심히 요리를 만들어도 고작 이거냐는 얼굴로 먹으면서 하나도 칭찬하지 않잖아.
바깥에서 먹으면 계산대에서 돈을 내지.
집에서 먹으면 맛있다고 말하는 게 돈이야.
말하지 않으면 무전취식이야.
나는 가정부가 아니야, 이게 일이 아니라고.
남편이 기뻐할 거라 믿고 했어, 그랬다고.

처음에는 착각인가 싶었어.
불안하니까 함께 있는 걸까.
그런데 어라, 이상하네. 어째 요새 하마사씨 미쓰오 씨가 자꾸 생각이 나네.
기분 나쁠 정도로 종일 생각났어.
와, 틀림없어, 떠올리는 양이 장난 아니야,
나 사랑에 빠졌잖아.
누구를 좋아하는 느낌이 딱 이렇잖아.

하지만 좋아한다는 거랑 사랑은 다르니까 착각하면 안 된다고 자신을 타일렀어.
연애는 인생의 샛길이고 너무 벗어나면 안 된다고 타일렀어.
애초에 성격도 전혀 안 맞는 거 알고 있었고,
자질구레하게 열받는 구석도 있었고, 절대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하지만 이 사람 재미있는 사람이구나, 성실하구나, 거짓말은 안 하는 사람이구나.
점점 어느새 인생과 세트로 생각하게 되더라.
언젠가 머지않아 부부다워질 수 있을 거라고 믿었어.

이제 그만 인정하지그래?
나는 훨씬 전부터 알았어!
당신은 날 좋아하지 않아!
당신은 당신 자신밖에 사랑하지 않아!

바보 같고 부끄럽고 당연한 소리를 하는 자신이 우스워지는 거야.
남자는, 당신들은 어린애니까.
남자가 어린애니까 여자는 이렇게 되는 거야.
아내는 결국 악처가 되든 울기만 하는 아내가 되는 둘 중 하나밖에 없어.
바보 같아. 부부 같은 건 애들 소꿉놀이만도 못해.


< 곤노 아카리>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전까지 그런 마음이 든 적이 없었으니까.
누구를 사랑하고 싶다는 마음, 연애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 적이야 있었죠.
그런데 그제야 알았어요.
사랑은 하는 게 아니라 빠지는 거예요.
빠져버린 거예요.


아무리 불안해도 지루한 남자랑 함께 사는 것보단 훨씬 나아.
어차피 우리 집으로 돌아오잖아.
부부는 지금이 다가 아니잖아.
장래를 약속하고 결혼한 거야.
극단적으로 말하면, 결국 아내란 남편 장례식 상주로 설 수 있으면 되는 거 아닐까.

좋아하고 싫어하고는 결혼이랑 별개잖아요.
그래서 이혼도 좋고 싫고 와는 별개인가 해서요.

남자가 바깥에서 다른 여자를 안는 동안 여자는 깨어 있다고.
쓰레기통의 연수증을 확인하고 핸드폰의 메시지를 훔쳐보고 빨랫감 냄새를 맡지.
여자는 아무것도 묻지 않아.
향수 냄새가 나는 남자에게 이웃에 사는 부인 이야기를 하지.
양말 뒤에 머리카락이 붙은 남자에게 아이의 학교 이야기를 하지.
남자가 싫어하는 건 알아. 하지만 여자는 그만둘 수 없어.
그런 여자가 되기 싫었어.
그래서 나는 줄곧 참았어. 보지 않으려 했어.
하지만 아니야. 사실은 나도 똑같아. 

그만 바람피우라든가 그만 거짓말하라든가, 지는 쪽은 옳은 소리만 하며 나무라게 돼.
옳은 소리밖에 하지 못해.
옳은 소리밖에 하지 못하면 자신이 바보 같아져.



<우에하라 료>


테트리스란 게임 알지?
연속해서 내려오는 블록을 요령껏 맞추면 사라지지.
지금 이 느낌이랑 비슷해.
뭘 하는지 모르겠어.
목적도 없어. 끝도 없어.
그저 내몰리듯이, 누군가 재촉하듯이 이어질 뿐이야.

함께 있으면 마음이 진정되는 사람이에요.
저에게 무척 소중한 사람이죠.
할 수 있는 일은 뭐든 해주고 싶고, 줄곧 함께 있고 싶습니다.
헤어지고 싶지 않아요.
이대로 거짓말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죠.


<아이코 (미쓰오 할머니)>


아무리 짜증 나는 점이 산처럼 있어도 여자는 좋아하면 전부 용서해버려.
그런데 남자는 반대야.
좋아하게 되면 그 여자의 잘못된 점만 계속 캐기 시작해.
여자는 좋아하면 용서하고, 남자는 좋아하면 용서하지 못하는 게야.

할미가 늘 곁에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야.
……무슨 소리야, 계시잖아요.
색연필이랑 똑같다.
좋아하는 색부터 먼저 닳지.

통조림은 1810년에 발명됐대.
그리고 캔 따개가 발명된 게 1858년.
이상하지.
하지만 그런 일이 있단다.
중요한 게 한참 지나 뒤늦게야 찾아오는 일이 있어.
애정이든 생활이든.

부부는 헤어지면 끝이라 생각하면 큰 착각이야.
혼인 신고서 결혼의 시작인 것처럼 이혼 신고서는 이혼의 시작이지.
이겨내는 데 시간이 걸린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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