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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3월
평점 :
판매중지
처음에는 번역이 좀 어색한 것 같기도 하고 남자 고등학생들의 대화가 허세 가득하여 읽기도 좀 불편했다. 그리고, 소설을 이끌어 가는 주인공은 매력이 없었다. 딱히 잘 하는 것도 없고, 여자 친구 베로니카에겐 지적 열등감이 있고, 반면 자살한 그의 친구 에이드리언은 너무나도 멋있게 그려지고. 재미가 있는 듯 없었다. 그러나 이 책의 진정한 매력은 다 읽기 전 몇장 안 남았을 때 폭발한다. 내가 알던 그가 맞던가. 그의 기억은 어디까지가 정확한 걸까. 머리가 멍 해지고, 사전을 뒤지듯 다시 앞부분을 뒤지게 된다.
지금도 결론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아니, 결론은 알더라도, 베로니카의 어머니가 '허리 아래로 손을 흔들던 의미'가 무엇인지에 따라 화자의 기억의 정확도를 다시 가늠할 수 있으리라. 베로니카가 그에게 계속 화가 나 있고, 성에 안 차하던 이유도 알 수 있으리라. 어쩌면 베로니카가 그를 얼마나 사랑했던 것인지도 알 수 있으리라.
또 하나, 이 책의 매력은 인과응보를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유인 즉 내가 시간이 대대손손 이어지며 복수를 가한다는 걸 굳건히 믿는 인간이라 그래', '인생에 대해 내가 알았던 것은 무엇인가, 신중하기 그지없는 삶을 살았던 내가. 이긴 적도 패배한 적도 없이, 다만 인생이 흘러 가는대로 살지 않았던가.'. 의도하건 하지 않았건 토미가 뱉은 말은 수십년이 지나 토미의 뒷통수를 때렸다.
신중하게 평범하게 살았다 생각했던 우리 모두도 사실은 우리가 뱉은 말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