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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2월
평점 :
순간순간 절대적인 고독과 맞이할 때, 또는 절망을 맞이할 때 왜 그 대상이 나인지 도무지 이유를 알 수가 없을 때가 잇다. 모모도 그러했을 것이다. 왜 내가 이런 창녀촌 골목에 맡겨졌는지, 왜 엄마는 날 버렸는지 궁금했을 것이다. 그리고 왜 하필 내 삶에 이런 무게가 주어졌는지 버거웠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어렸을 때부터 그 짐과 함께 하여서인지 무덤덤해 보인다. 나처럼 쉽게 무너지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절망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치지도 않았다. 그저 가끔 무섭게 달렸고, 달리는 차들을 골려주었으며 피에로를 보고 경탄하였다. 그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게 자기 앞의 삶이라는 것을. 그리고 로제 아주머니를 사랑한다는 것을. 그래서 그는 마리화나를 좀 더 나중에 하기로 미룰 수도 있었고, 로제 아주머니의 소대변을 닦아주고 그녀에게 기모노도 입혀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아이다. 열네살의 소년이다. 열살에 머물러 있다가 네 살을 갑자기 먹어버린 모모는 열 살의 감성이 남아있던 것일까. 하밀 아저씨의 말을 믿어버린다.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도 살 수 있나요? 할아버지가 그러셨잖아요. 사람은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다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 사람의 자는 옆모습만 봐도 좋았고, 이 사람이 없으면 나는 살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나는 지금 살아가고 있다. 때로는 잘 산다고 느끼고 있다. 그것이 자기 앞의 삶이다. 언제나 인생은 내가 생각한 모습으로 다가오지 않으며 어떤 모습으로 오더라도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정작 작가는 이런 인생을 받아들이는 것이 무서웠나보다. 모모의 몸을 빌려서는 그 어려운 삶도 잘 받아들이고 행복은 언젠가 올 수 있으니 맞이할 준비를 때로는 하였으면서도 본인은 모모보다 더 어리고 연약한 아이였다. 더 쓸 것도 더 할 것도 없어서 권총을 스스로에게 겨누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