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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싶은 것만 믿는 사람들 - 극단주의와 확증편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데이비드 팩먼 지음, 김내훈 옮김 / 창비 / 2026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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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싶은 것만 믿는 사람들 - 극단주의와 확증편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데이비드 팩먼,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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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 사이, 심지어 최근 까지도 한국 사회는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엄청난 사건을 겪었다. 내란과 탄핵, 선거 불신, 유튜브와 커뮤니티를 타고 번지는 혐오와 음모론,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둘러싼 끝없는 진영 싸움. 요즘 뉴스를 보면 엄청나 피로감이 몰려오는 것도 사실이다. 같은 사실을 두고도 사람들은 전혀 다른 세계에 사는 것처럼 말하고, 어느 순간부터는 대화보다 조롱이, 설득보다 분노가 훨씬 익숙해진 것 같다. 이 책, 데이비드 팩먼의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사람들>은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더 광범위하게 벌어졌던 미국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사실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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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단순히 '가짜뉴스를 조심하자'라거나 '확증편향에 빠지지 말자' 정도의 이야기가 아니다. 저자가 말하는 ‘에코 머신(Echo machine)’은 사람들이 듣고 싶은 말만 듣는 개인적 습관을 넘어, 정치인, 미디어, 소셜미디어 알고리즘, 조회수 경제, 분노를 먹고 자라는 포퓰리즘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하나의 거대한 장치이다. 누군가의 불안과 분노를 자극하고, 그것을 다시 확신으로 바꾸고, 그 확신을 지지와 돈과 권력으로 회수하는 시스템이 사회 깊숙한 곳까지 뿌리 내리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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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가장 무서웠던 점은 이 책이 미국 정치에 대한 비판서임에도 불구하고 자꾸 한국 사회가 겹쳐 보인다는 점이었다. 특히 우파 포퓰리즘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분석은 결코 낯설지 않았다. 복잡한 현실 문제를 '자유', '애국', '상식', '국민의 뜻' 같은 크고 단순한 말로 덮어버리는 방식. 구체적인 정책 논쟁 대신 적을 만들고, 그 적을 향한 분노로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방식. 사실관계가 틀렸다는 지적을 받으면 오히려 '기득권의 음모'나 '언론의 조작'으로 받아치는 방식. 한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이런 극우적인 정치가 위험한 이유는 단순히 거칠기 때문이 아닌 것 같다. 현실을 해결하는 능력보다 분노를 유지하는 능력으로 세상을 갈등과 혐오의 바다로 만들어버린 뒤 실제로 이득을 보는 사람들은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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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이 책은 무조건 “저쪽 사람들이 문제다”라는 식으로만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나 자신도 조차도 잠시 되돌아보고 점검하게 만든다. 나는 정말 사실을 보고 객관적인 판단하고 있을까? 아니면 이미 마음속에 결론을 정해놓고, 거기에 맞는 기사와 영상만 골라 보고 있는 건 아닐까? 에코 체임버와 필터 버블의 무서움은 바로 여기에 있다. 내가 갇혀 있다는 느낌조차 들지 않게 만들기 때문이다. 내가 보는 정보가 세상의 전부처럼 느껴지고, 내 생각과 비슷한 목소리만 반복해서 들리다 보면 어느새 확신은 단단해진다. 그런데 그 확신이 사실에 근거한 것인지, 그저 반복해서 들었기 때문에 익숙해진 것인지는 쉽게 구분되지 않을 때도 있으니... 정말 무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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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결국 비판적 사고와 미디어 리터러시다.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일, 출처를 확인하는 일, 자극적인 제목 앞에서 잠깐 멈추는 일, 내 편에게 불리한 정보도 외면하지 않는 일. 너무 기본적인 태도임에도 불구하고 요즘 같은 정보 환경에서는 이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AI와 알고리즘이 개인의 취향을 점점 더 정확하게 읽어내는 시대에는, '내가 보고 싶은 것'과 '내가 봐야 하는 것' 사이의 간격을 의식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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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피곤하고 혐오스럽다고 외면하기에는, 이미 정치는 우리의 일상 너무 깊숙이 들어와 있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더 큰 목소리가 아니라 더 정밀하게 판단하고 사고하는 힘일지도 모르겠다.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일은 편하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그 편안함을 의심하는 시민들 위에서 겨우 버티며 발전하는 게 아닐까?
* 이 책은 창비(@changbi_insta)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이 글은 보내주신 책을 탐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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