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공포
이종산.정보라.허진희 지음 / 스프링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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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공포> 이종산 · 정보라 · 허진희, 스프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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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공포>라는 제목처럼, 정말 강렬한 책이었다. 보통의 호러, 스릴러 장르의 문법을 깨고 환한 도시 한복판에서 시작되는 장르 소설이라니... 사람이 너무 많아서 누구 하나쯤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은 곳, 모두가 바쁘게 움직이지만 정작 누군가의 고통은 아주 쉽게 지나쳐지는 곳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다루는 도시괴담 성격의 세 편의 단편이 묶여있었다. 표제작인 이종산 작가의 '태양 공포', 정보라 작가의 '탈출기', 허진희 작가의 '피터와 모' 이렇게. 각 작품들에서 보여주는 공포는 점프 스케어 방식의 놀래키기 방식이 아니라 읽고 나서 뒤늦게 몸에 진하게 남는 소름 같았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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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산 작가의 「태양 공포」는 인간과 흡혈귀 사이에서 태어난 주현의 이야기다. 태양을 숭배하는 이들에게 부모를 잃고 홀로 도망쳐야 하는 주현을 따라가다 보면, 이 이야기가 단순한 흡혈귀 소설이 아니라는 걸 금방 알게 된다. 주현은 어디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하는 존재이고, 자기 안의 피를 부정하면서도 결국 살아남기 위해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밝음과 정상성의 이름으로 누군가를 몰아내는 세계에 관한 유니크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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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 작가의 「탈출기」는 세 편 중 가장 현실에 가까운 공포였다. 피해자가 보호받기는커녕 의심받고, 설명하고, 증명해야 하는 상황. 읽는 동안 다소 답답하기도 했고 조금 화가 나기도 했다. 이 작품의 무서움은 괴물이나 초자연적인 사건이 아니라, 이미 우리가 뉴스에서 너무 자주 보아온 은근한 현실의 얼굴을 하고 있어서 공포+짜증을 복합적으로 느낀 작품이었다. 작가 노트에 적힌 작가의 말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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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충격적이었던 작품은 허진희 작가의 「피터와 모」였다. 처음에는 가족 안에서 소외된 입양아의 상처를 다룬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마지막에 이르러 익숙한 클리셰를 어마무시하게 깨버려서 정말 충격과 공포 그 잡채였다!!! 가족이라는 말이 언제나 따뜻한 울타리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외로움과 고립이 사람 안에서 얼마나 기괴한 형태로 자라날 수 있는지를 정말 섬뜩하게 보여준다. 내 예상을 판판이 부숴버려 뒷통수를 후려맞는 것 같은 충격이 오래 남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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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이야기의 결이나 분위기는 꽤나 다르지만, 결국 모두 현대 사회의 문제를 잘 연결하고 있다. 밝은 태양 아래서도 보호받지 못하는 청년, 피해자를 의심하는 사회, 가족 안에서 방치된 외로움에 대한 문제가 잘 드러나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 책은 무섭기만 한 책이라고 평가하기보다, 우리가 사는 도시의 그림자를 들여다보게 만드는 책이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밝은 곳이라고 해서 안전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너무 환해서 숨을 곳이 없을 때의 공포가 더 선명한 건 아닐까...?


* 이 책은 스프링(@springbook_pub)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이 글은 보내주신 책을 탐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태양공포 #탈출기 #피터와모 #이종산 #정보라 #허진희 #스프링 #서평단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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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싶은 것만 믿는 사람들 - 극단주의와 확증편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데이비드 팩먼 지음, 김내훈 옮김 / 창비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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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싶은 것만 믿는 사람들 - 극단주의와 확증편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데이비드 팩먼,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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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 사이, 심지어 최근 까지도 한국 사회는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엄청난 사건을 겪었다. 내란과 탄핵, 선거 불신, 유튜브와 커뮤니티를 타고 번지는 혐오와 음모론,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둘러싼 끝없는 진영 싸움. 요즘 뉴스를 보면 엄청나 피로감이 몰려오는 것도 사실이다. 같은 사실을 두고도 사람들은 전혀 다른 세계에 사는 것처럼 말하고, 어느 순간부터는 대화보다 조롱이, 설득보다 분노가 훨씬 익숙해진 것 같다. 이 책, 데이비드 팩먼의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사람들>은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더 광범위하게 벌어졌던 미국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사실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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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단순히 '가짜뉴스를 조심하자'라거나 '확증편향에 빠지지 말자' 정도의 이야기가 아니다. 저자가 말하는 ‘에코 머신(Echo machine)’은 사람들이 듣고 싶은 말만 듣는 개인적 습관을 넘어, 정치인, 미디어, 소셜미디어 알고리즘, 조회수 경제, 분노를 먹고 자라는 포퓰리즘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하나의 거대한 장치이다. 누군가의 불안과 분노를 자극하고, 그것을 다시 확신으로 바꾸고, 그 확신을 지지와 돈과 권력으로 회수하는 시스템이 사회 깊숙한 곳까지 뿌리 내리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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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가장 무서웠던 점은 이 책이 미국 정치에 대한 비판서임에도 불구하고 자꾸 한국 사회가 겹쳐 보인다는 점이었다. 특히 우파 포퓰리즘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분석은 결코 낯설지 않았다. 복잡한 현실 문제를 '자유', '애국', '상식', '국민의 뜻' 같은 크고 단순한 말로 덮어버리는 방식. 구체적인 정책 논쟁 대신 적을 만들고, 그 적을 향한 분노로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방식. 사실관계가 틀렸다는 지적을 받으면 오히려 '기득권의 음모'나 '언론의 조작'으로 받아치는 방식. 한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이런 극우적인 정치가 위험한 이유는 단순히 거칠기 때문이 아닌 것 같다. 현실을 해결하는 능력보다 분노를 유지하는 능력으로 세상을 갈등과 혐오의 바다로 만들어버린 뒤 실제로 이득을 보는 사람들은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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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이 책은 무조건 “저쪽 사람들이 문제다”라는 식으로만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나 자신도 조차도 잠시 되돌아보고 점검하게 만든다. 나는 정말 사실을 보고 객관적인 판단하고 있을까? 아니면 이미 마음속에 결론을 정해놓고, 거기에 맞는 기사와 영상만 골라 보고 있는 건 아닐까? 에코 체임버와 필터 버블의 무서움은 바로 여기에 있다. 내가 갇혀 있다는 느낌조차 들지 않게 만들기 때문이다. 내가 보는 정보가 세상의 전부처럼 느껴지고, 내 생각과 비슷한 목소리만 반복해서 들리다 보면 어느새 확신은 단단해진다. 그런데 그 확신이 사실에 근거한 것인지, 그저 반복해서 들었기 때문에 익숙해진 것인지는 쉽게 구분되지 않을 때도 있으니... 정말 무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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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결국 비판적 사고와 미디어 리터러시다.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일, 출처를 확인하는 일, 자극적인 제목 앞에서 잠깐 멈추는 일, 내 편에게 불리한 정보도 외면하지 않는 일. 너무 기본적인 태도임에도 불구하고 요즘 같은 정보 환경에서는 이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AI와 알고리즘이 개인의 취향을 점점 더 정확하게 읽어내는 시대에는, '내가 보고 싶은 것'과 '내가 봐야 하는 것' 사이의 간격을 의식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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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피곤하고 혐오스럽다고 외면하기에는, 이미 정치는 우리의 일상 너무 깊숙이 들어와 있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더 큰 목소리가 아니라 더 정밀하게 판단하고 사고하는 힘일지도 모르겠다.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일은 편하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그 편안함을 의심하는 시민들 위에서 겨우 버티며 발전하는 게 아닐까?


* 이 책은 창비(@changbi_insta)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이 글은 보내주신 책을 탐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믿고싶은것만믿는사람들 #데이비드팩먼 #창비 #서평단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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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새의 말이 들린다
스즈키 도시타카 지음, 김소연 옮김 / 오팬하우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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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새의 말이 들린다> 스즈키 도시타카, 오팬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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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우리집 에어컨 실외기 쪽에 까치가 방문했던 적이 있다. 나뭇가지를 물고 온 걸 보니 실외기 주변 공간에 둥지를 짓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꽤 오래도록 깍깍 대다가 뭔가 여의치 않았는 지 결국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렸다. 자연에서 찾아 온 손님의 방문이라 뭔가 신기해서 그런지 멍하니 그 까치의 모습을 관찰하는 건 꽤 힐링이 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깍깍 대던 까치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궁금하기도 했다. 그런데 실제로 새의 언어를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연구한 분이 있고, 그 분이 이런 책까지 쓰셨다니... 이 책을 읽으며 새덕후이자 동물행동학자, 그리고 진짜 멋진 과학자가 이 책의 저자라는 사실에 경외심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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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본의 생물학자 스즈키 도시타카가 박새를 오랜 시간 관찰하며 새들의 언어를 밝혀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박새는 천적이 나타났을 때, 동료를 부를 때, 먹이를 발견했을 때 서로 다른 소리를 낸다. 더 놀라운 건 그 소리들이 단순한 감정 표현에 그치지 않고, 조합되고 순서를 가질 때 새로운 의미를 만든다는 점이었다. 우리는 보통 새들의 소리를 ‘짹짹’이라고 뭉뚱그려 부르곤 하는데, 새가 내는 다양한 소리 안에 단어와 문장과 같은 인간과 유사한 언어 체계가 숨어 있었다는 사실이 정말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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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제시하는 연구 결과도 놀라웠지만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그 결과에 도달하기까지 저자가 과학자로서 노력하고 실험했던 과정이었다. 저자는 박새의 울음 하나를 그냥 넘기지 않았다. 좀 더 자세히 관찰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가설을 세우고, 과학적인 방법론으로 무수히 많은 실험을 반복한다. 예상이 빗나가면 다시 조건을 바꿔가며 결코 쉽게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같은 과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그러한 태도가 무척 인상 깊었다. 과학적 사고의 정밀성이라는 게 결국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세상을 향한 호기심을 그저 호기심대로만 남겨두지 않고 검증 가능한 질문으로 바꾸는 힘. 그리고 그 질문을 몇 년이고 붙들고 탐구하는 끈기. 솔직히 감탄스러웠고, 존경스러웠고, 나 역시 연구를 대하는 태도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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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글이 딱딱한 과학적인 내용으로만 채워지지 않았다는 점도 좋았다. 산속에서 박새를 관찰하며 겪는 에피소드들이 유쾌하게 책 속에서 펼쳐진다. 한 사람의 열성적인 새 덕후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서 무척 재밌었다!(역시 세상은 덕후들이 바꾼다!) 저자의 좋은 의미로의 과한 열정이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던 소리를 좇아 연구해내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무엇을 하든 그 일에 애정이 없으면 오래 지속할 수 없고, 또 오래 보지 않으면 알고 싶어도 알 수 없는 것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 책은 과학적인 탐구를 위해서는 끈기와 인내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

좋은 과학 서적은 그저 지식을 한 스푼 더해주는 데서 끝나지 않고, 독자가 이 세계를 보는 감각을 바꿔놓는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이 그런 좋은 과학 서적의 훌륭한 표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 책을 통해 세상과 자연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은 달라진 것 같다. 작고 흔한 새 한 마리의 울음에서 시작해, 우리가 모르는 자연의 언어와 과학자의 태도까지 생각하게 만든 책. 이제는 아침에 들려오는 새소리가 조금 다르게 들릴 것 같다.



* 이 책은 오팬하우스(@ofanhouse.official)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이 글은 보내주신 책을 탐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나에게는새의말이들린다 #스즈키도시타카 #오팬하우스 #동물행동학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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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바다처럼 운다
임세병 지음 / 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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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바다처럼 운다> 임세병,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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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가 프랑스에서 지내며 써 내려간 글들을 모아 놓은 에세이집이다. 어떤 글은 시처럼 짧고, 어떤 글은 일기같기도 하고, 또 어떤 글은 한 편의 짧은 소설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대부분의 글들이 그리 길지 않아서 책을 속도감있게 읽을 수 있었지만 한 편, 한 편의 글에 담긴 저자의 정서는 꽤나 무게감이 느껴졌다. 보통의 에세이처럼 하나의 주제를 따라 차분히 따라가지 않고 파리와 코르시카, 과거와 현재, 사람과 기억이 물결처럼 오가며 책 안에 흩어지다가도 모인다는 게 이 책의 독특한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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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흩어짐과 모임이 이 책과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삶이라는 것이 원래 그렇게 반듯하게 정리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떤 시절은 짧은 하나의 문장으로 정의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의 한 시절은 긴 이야기로도 다 설명되지 않기에... 작가는 그런 마음들을 억지로 정돈하지 않고 떠오르는 장면과 감각을 그대로 글로 옮긴 것 같았다. 그림을 그리는 작가가 쓴 글이라서 그런지 감정을 직접 설명하기보다, 빛의 색이나 방의 공기, 낯선 도시의 거리, 누군가의 표정 같은 것들로 마음을 보여주는 순간이 많아서 글이 매우 감각적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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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곳곳에는 상실의 감각이 깃들어 있다. 세상을 먼저 떠난 친구 현수의 존재는 책 곳곳에 조용히 도처에 배어 있었다. 작가는 그를 잊으려고 하지도 않고, 슬픔을 다른 감정으로 포장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다만 떠난 사람을 마음에 둔 채, 현수를 대신해 치열하게 살아가며 삶의 의미를 찾아가려고 노력한다. 그래서인지 “너는 살아야지”라는 문장이 유난히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누군가를 잃은 뒤에도 계속 하루를 살아내야 하는 사람의 마음이 그 짧은 문장 안에 녹아들어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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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속의 바다는 단순히 낭만적인 여행지가 아니었다. 계속해서 흔들리고, 때때로 가라앉고, 또 다시 밀려오는 마음을 상징하는 소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불안해지고, 다 지나간 줄 알았던 기억이 어느 날 갑자기 돌아온다는 건 참 힘들고 괴로운 일이다. 그런 마음의 동요가 이 책의 문장들 속 곳곳에 담겨있다. 이 마음을 나는 쉬이 가늠조차 하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작가가 유려하게 쓴 문장에 천천히 젖어드는 느낌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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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제목을 다시 읽어보니 조금 다른 느낌이 들었다. 소년이 바다처럼 운다는 건 크게 울부짖는다는 뜻이 아니었다. 그저 멈추지 않고 밀려오는 마음을 품고 살아가기에 바다처럼 운다는 표현을 쓴 게 아닌가 싶었다. 단정한 위로와 쓸쓸한 감성이 깊게 묻어나는 책이었다. 그래서 아마 한 동안 책의 문장들이 마음 속에서 오래도록 남아있을 것 같다. 프랑스의 낯선 풍경 속에서 쓰인 한 사람의 글을 통해 다채로운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그런 책이었다.



* 이 책은 달 출판사(@dalpublishers)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이 글은 보내주신 책을 탐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소년은바다처럼운다 #임세병 #달출판사 #에세이 #서평단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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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파 in 도쿄 - 일본 미술관에서 만나는 모네와 고흐, 피카소
전원경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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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파 in 도쿄 - 일본 미술관에서 만나는 모네와 고흐, 피카소> 전원경, 세종(세종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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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파 작가들의 작품을 보러 도쿄에 가야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없는 게 당연한 건가?). 모네, 르누아르, 고흐, 마네 같은 이름을 떠올리면 파리나 유럽의 미술관이 먼저 생각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일테니 말이다. 도쿄는 내게 맛집과 서점, 산책과 쇼핑의 도시였지 인상파 작가들의 작품들이 존재하는 도시라는 인상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다음 도쿄를 여행할 기회가 있다면 미술관 동선을 먼저 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고흐를 위시한 인상파 작가들의 작품들을 좋아한다. 유럽에서 몇 번 인상파 작가들의 작품을 접한 경험이 있는데 가까운 일본에서도 볼 수 있다니! 정말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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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 그대로 도쿄에서 만날 수 있는 인상파와 후기 인상파 작품들을 소개해주는 책이다. 하지만 “이 미술관에 이런 그림이 있습니다”라고 하며 작품을 단순히 안내하는 여행서에 그치는 심플한 책은 또 아니다. 인상파가 어떻게 등장했는지, 당시에는 왜 낯설고 불온한 그림으로 여겨졌는지, 사진의 발명 이후 화가들이 무엇을 새롭게 화폭에 담아내려 했는지를 차분하게 설명해준다. 덕분에 모네의 빛, 르누아르의 색, 드가의 구도 등등 인상파 작가들의 특징을 다채롭게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책을 읽으며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단연 인상파 작가들과 일본의 (조금은 특별한) 관계였다. 보통 우키요에가 고흐나 모네에게 영향을 주었다는 정도는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 영향이 얼마나 깊었는지는 막연하게만 생각하기 쉬운 것 같다. 이 책은 자포니즘이 인상파 화가들의 시선과 구도에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 보여주고, 다시 그 인상파 작품들이 일본 컬렉터들의 손을 거쳐 도쿄의 미술관에 모이게 된 과정을 들려준다. 서양의 그림이 일본의 이미지에서 자극을 받고 다시 일본의 미술관으로 돌아오는 흐름이 상당히 신기했다. 고흐가 그린 그림에 종종 일본 회화의 이미지가 있어서 영향을 받았나보다 싶긴 했는데 이토록 깊은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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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보면 마쓰카타 고지로 같은 일본 컬렉터들의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따라오는데, 이 부분이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부자들이 좋은 그림을 사 모았다는 단순한 이야기를 넘어, 근대화 시기의 일본이 서양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예술을 통해 무엇을 배우고 싶어 했는지가 함께 보여서 더 재밌었던 것 같다. 그래서 도쿄의 인상파 컬렉션은 취향의 결과이자 동시에 한 시대의 욕망과 방향감각이 쌓인 흔적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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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쉽게 서술되어 있다는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 아닌가 한다. 인상파를 잘 모르는 사람도 쉽게 이해하며 잘 따라갈 수 있고,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에게도 새로운 사실을 알게 해 준다. 그림에 대한 해설이 과하게 현학적이지 않고, 실제 미술관을 도슨트와 함께 걸으며 설명을 듣는 듯한 느낌을 준다. 책 속에서 국립서양미술관, 아티존 미술관, 솜포미술관 같은 이름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일본 여행 계획을 세우고 싶어진다. 유럽까지 가지 않아도, 마음만 먹으면 비교적 가까운 도쿄에서 이런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새삼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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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덮고 나니 인상파 작가들과 작품들이 더욱 친숙하게 느껴졌다. 미술관은 늘 마음먹고 가야 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그 마음먹는 일을 조금은 더 가볍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다음 도쿄 여행에서는 동선을 짤 때 굳이 미술관 하나쯤 자연스럽게 끼워 넣어보고 싶어졌다. 특히 인상파 작가들의 작품이 있는 곳은 반드시 들러서 작품들을 오래도록 감상해보고 싶다. 그저 작품들의 빛과 색을 조금 더 천천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여행이 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 이 책은 세종서적(@sejongbooks)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이 글은 보내주신 책을 탐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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