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에게는 새의 말이 들린다
스즈키 도시타카 지음, 김소연 옮김 / 오팬하우스 / 2026년 5월
평점 :
-


<나에게는 새의 말이 들린다> 스즈키 도시타카, 오팬하우스
🐦
언젠가 우리집 에어컨 실외기 쪽에 까치가 방문했던 적이 있다. 나뭇가지를 물고 온 걸 보니 실외기 주변 공간에 둥지를 짓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꽤 오래도록 깍깍 대다가 뭔가 여의치 않았는 지 결국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렸다. 자연에서 찾아 온 손님의 방문이라 뭔가 신기해서 그런지 멍하니 그 까치의 모습을 관찰하는 건 꽤 힐링이 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깍깍 대던 까치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궁금하기도 했다. 그런데 실제로 새의 언어를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연구한 분이 있고, 그 분이 이런 책까지 쓰셨다니... 이 책을 읽으며 새덕후이자 동물행동학자, 그리고 진짜 멋진 과학자가 이 책의 저자라는 사실에 경외심마저 들었다.
🦆
이 책은 일본의 생물학자 스즈키 도시타카가 박새를 오랜 시간 관찰하며 새들의 언어를 밝혀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박새는 천적이 나타났을 때, 동료를 부를 때, 먹이를 발견했을 때 서로 다른 소리를 낸다. 더 놀라운 건 그 소리들이 단순한 감정 표현에 그치지 않고, 조합되고 순서를 가질 때 새로운 의미를 만든다는 점이었다. 우리는 보통 새들의 소리를 ‘짹짹’이라고 뭉뚱그려 부르곤 하는데, 새가 내는 다양한 소리 안에 단어와 문장과 같은 인간과 유사한 언어 체계가 숨어 있었다는 사실이 정말 놀라웠다.
🦅
이 책에서 제시하는 연구 결과도 놀라웠지만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그 결과에 도달하기까지 저자가 과학자로서 노력하고 실험했던 과정이었다. 저자는 박새의 울음 하나를 그냥 넘기지 않았다. 좀 더 자세히 관찰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가설을 세우고, 과학적인 방법론으로 무수히 많은 실험을 반복한다. 예상이 빗나가면 다시 조건을 바꿔가며 결코 쉽게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같은 과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그러한 태도가 무척 인상 깊었다. 과학적 사고의 정밀성이라는 게 결국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세상을 향한 호기심을 그저 호기심대로만 남겨두지 않고 검증 가능한 질문으로 바꾸는 힘. 그리고 그 질문을 몇 년이고 붙들고 탐구하는 끈기. 솔직히 감탄스러웠고, 존경스러웠고, 나 역시 연구를 대하는 태도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
저자의 글이 딱딱한 과학적인 내용으로만 채워지지 않았다는 점도 좋았다. 산속에서 박새를 관찰하며 겪는 에피소드들이 유쾌하게 책 속에서 펼쳐진다. 한 사람의 열성적인 새 덕후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서 무척 재밌었다!(역시 세상은 덕후들이 바꾼다!) 저자의 좋은 의미로의 과한 열정이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던 소리를 좇아 연구해내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무엇을 하든 그 일에 애정이 없으면 오래 지속할 수 없고, 또 오래 보지 않으면 알고 싶어도 알 수 없는 것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 책은 과학적인 탐구를 위해서는 끈기와 인내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
좋은 과학 서적은 그저 지식을 한 스푼 더해주는 데서 끝나지 않고, 독자가 이 세계를 보는 감각을 바꿔놓는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이 그런 좋은 과학 서적의 훌륭한 표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 책을 통해 세상과 자연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은 달라진 것 같다. 작고 흔한 새 한 마리의 울음에서 시작해, 우리가 모르는 자연의 언어와 과학자의 태도까지 생각하게 만든 책. 이제는 아침에 들려오는 새소리가 조금 다르게 들릴 것 같다.
* 이 책은 오팬하우스(@ofanhouse.official)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이 글은 보내주신 책을 탐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나에게는새의말이들린다 #스즈키도시타카 #오팬하우스 #동물행동학 #서평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