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쓸모 있는 어원잡학사전 알아두면 쓸모 있는 시리즈
패트릭 푸트 지음, 최수미 옮김 / CRETA(크레타)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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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러 분야의 여러 단어들의 어원 풀이를 해놓은 책이라 책 두께는 그리 두껍지 않지만, 목차만 10페이지 되는 책이다. 되도록 많은 단어를 싣고 싶은 작가의 욕심이 보이는 목차고 포함된 단어도 100단어가 훌쩍 넘지만, 한 단어 당 2페이지가 넘지않은 짧은 분량들의 모음이라 중간중간 틈틈이 읽기도 좋고 지루하지 않아서 좋았다.

잘 하는 분야는 아니지만 이런저런 언어에 항상 관심은 있던터라 그냥 일상에서 낯설지 않은 단어들의 어원들이 참 재밌었다. 개인적으로 재밌기도 하고 아쉽기도 했던게 '펭귄' 어원이었다. penguin이라는 단어가 '하얀 머리'라는 걸 의미하는 건 너무 귀여운데, 펭귄을 지칭하려고 처음 만들어진 단어가 아니라 펭귄이랑 비슷하게 생긴 바다오리한테 처음 지어준 단어고 나중에 우리가 아는 펭귄한테 옮겨왔다는게... 귀여운데 어딘가 김 빠지는 스토리였다ㅠ

책에 실려있는 단어들은 어차피 책을 보면 알게 되는 내용들이라, 나한테 나름 인상깊은 단어 몇개의 어원이 알고 싶어서 위키피디아를 통해 몇가지 찾아봤다. (아 작가님도 위키피디아 봤다는데 뭐요) 많이는 아니고 한 두가지 정도.

일단 책 읽으면서 가장 먼저 찾아봐야겠다 싶었던게 바로 '아일랜드(Ireland)'다. 사실 아일랜드는 영국식 표기와 발음이고 아일랜드 게일어로는 에이레(Éire)라고 부른다. 영국 식민지배 기간이 워낙 길었어서 이제는 거의 사어가 돼가고 있다 하지만 역시 나라 이름은 그 나라의 고유 언어로 불릴 때 가장 아름다운것 같다.

'에이레(Éire)'라는 이름은 빛의 여신인 에일린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하는데, 전에 아일랜드 여행 갔을 때 봤던 이미 새벽부터 해가 밝고 밤 9시는 넘어서야 땅거미가 지던 모습을 생각하면, 이름 자체도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아일랜드(Ireland) 자체가 Éire와 land를 합친 이름인걸 생각해서, 빛의 여신인 에일린의 지역, 에일린이 수호하는 지역이라고 생각해도 멋있는 것 같고.

그리고 하나 더 찾아봤던건, 평소 정말 좋아하는 이름인데 어디 가서 좋아한다고 말 못하는 '루시퍼(Lucifer)'다. 아 남이 들으면 중2병 같다고 할지는 몰라도, 루시퍼 어원 들으면 너무 멋진 뜻이 있는 이름이다. 라틴어인 'lux', 'lucis' '빛'과 '-ferre' '가져 오는'이라는 단어가 합쳐진 '빛을 가져오는 자'라는 이름이라니. 진짜 누가 사탄한테 이런 간지에 돌아버린 이름 준거냐고 진짜.. '빛을 가져오는 자'라고 하면 막 거창해보이고 고결해보이고 그러는데, 루시퍼가 '샛별(morning star)' 지칭하는거 알고 나면 또 너무 귀여운 이름이다ㅠ

이 귀여움을 이미 알고있어서 그런가, 같은 별인 '금성' 하면 비너스가 먼저 생각나긴 하는데, '샛별'이라고 하면 이제 루시퍼가 더 먼저 생각난다.

사실 어원이라는게 사실 그냥 일상을 살아가는데 썩 필수적인 것도 아니고, 모른다고 무식쟁이 취급을 받고 하는 것도 아니지만, 일상에서 만나는 수많은 단어 중 특정 무언가를 특별하게 간직하는 방법으로 그 단어의 어원 쯤은 하나 기억해두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 교보문고와 함꺼하는 도서 큐레이션 채널, 책 읽는 마을 북촌(@the_book_chon )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도서협찬 #패트릭푸트 #알아두면_쓸모_있는_어원잡학사전 #크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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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베드 셰익스피어 전집 11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신정옥 옮김 / 전예원 / 199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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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작품 읽기 시작하면 맥베스도 읽어야 된다고 해서 한 번 읽어봤는데.. 이게 분명 비극이긴 비극이 맞는데 맥베스가 안쓰럽다거나 인간적인 공감?이 생기질 않아서, 작품의 유명세에 비해 좀 밋밋하게 읽은 것 같다.

아니 근데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에서도 맥베스 특징이 그 비극의 요인이 맥베스의 내제된 욕망에서 기인했다는 점인건 알겠는데, 아무리 그래도 맥베스 그 욕망에 너무 솔직한거 아니냐. 그 욕망에 확신을 심어준게 마녀들이긴 하지만, 지금 왕이 병으로 목숨이 간당간당한 것도 아니고 건재한 시점에 "너가 왕이 될 것이다" 같은 예언을 들으면 이게 뭔 말도 안되고 불충하기 짝이 없고 재수없는 소리냐 따위의 리액션이 좀 있어줘야지. 맥베스는 이 예언 듣고서 정말 거의 일평생 나는 이 예언을 듣기 위해 살아온 사람이다 싶을 만큼 가슴 떨려하는거 보고, 쟤 저렇게까지 욕망 감출 줄 모르는 놈인데 어떻게 저 때까지 살아있는 거지 싶었다.. 저기요 당컨 왕이시여, 저 새끼 반역자의 눈을 가지고 있는데요..

근데 또 맥베스 그렇게 설레서 부인한테 먼저 편지까지 써놓고서, 정작 왕 시해에 가장 먼저 발벗고 나설 정도의 그릇은 못 되는 것도 웃김. 맥베스 부인이 맥베스를 '실행의 욕망이 없는 건 아니나, 실행할 용기가 없다'고 묘사하는데 딱 그런 사람이더라. 그만큼 노골적인 욕망이 있을거면, 수단과 방법 가리지도 않고 실행한 후 그에 대한 죄책감도 가지지나 말던가. 왕 시해 계획도 맥베스 부인이 세우고 실행하라고 부추기기까지 해줘야 기껏 왕 죽이고 그마저도 마무리가 어설퍼서 부인이 마무리까지 하고 "우쭈쭈 수고했으니 어여 씻고 시치미 떼고 있자" 까지 해줘야 되는 손 많이 가는 나쁜 놈이라니... 어딘가 애매하게 매력 떨어지는 나쁜 놈..

그 와중에 또 타고난 욕망은 흘러넘쳐서 뱅코우 장군도 알아서 찹찹 죽이고 그 아들한테 누명도 씌우고 하는데 죄책감도 착실히 느끼는지 뱅코우 죽었다는 얘기 전해듣기 무섭게 그의 유령도 보고 미쳐가기 시작함. 근데 맥베드 부인이 자기한테는 보이지도 않는 유령보고 질겁하는 맥베드 보고도 태연한거 보면, 뱅코우 유령 보기 전부터 이미 맥베드가 당컨의 유령도 봐왔던 걸지 아니면 맥베드 부인의 대처 능력과 담이 좋은 걸지 궁금하긴 하다. 개인적으로는 맥베드 부인이 악인으로서의 그릇이 크기가 있던 것도 있었겠지만, 맥베드가 진작부터 제 죄책감에서 기인한 유령들을 봐왔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후반부에 결국 맥베드 부인도 몽유병에 시달려 자살하고 맥베드도 세 마녀의 예언에 집착하고 맹신하는, 마치 사이비 종교에 매달리는 교인 같은 모습 보이는거 보면, 맥베드의 죄책감에서 기인한 광기가 주변에 전염됐던게 아닐까 싶었다. 솔직히 맥베드 부인이 악행에 더 거리낌 없고 담이 더 크고 했더라도, 매일 같은 침대에서 잠들고 함께 생활하는 인간이 유령보고 불안하게 하는데 그 광기가 전염되지 않을 수가 없을 거 같더라.

작품 내에서 맥베드 부인이 몽유병에 시달리게 되기까지의 내적 변화에 대한 묘사와, 맥베드가 후반부에 보여주는 나사풀린 피폐함에 다다르기 까지의 묘사가 충분하지는 않아서 많은 상상을 해보게 하는데, 어쩌면 자신의 욕망을 온전히 혹은 유일하게 이해할 법한 최측근이자 동반자였던 부인의 죽음에 대해 "왕비도 언젠가 죽어야겠지. 그러한 소식을 한 번은 들어야 할 것이 아닌가." 따위의 말이나 하는 거 보면 부인의 죽음에 대한 감정적 무언가를 느낄 것도 없을 정도로 미쳐버린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읽은 사람마다 많은 해석이 있을 수야 있겠지만, 만약 내가 맥베드를 가지고 재해석?을 한다면 맥베드 왕가와 왕국에 퍼지는 그 불안과 광기의 전염에 대한 부분을 많이 추가하지 않을까 싶다. 맥베드 안 그래도 이야기도 짧은데, 그런 내용들 좀 추가한다고 큰 영향이나 있을까 싶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뭔가 많이 아쉽고 감질나게 느껴지는 부분이라..

또 이렇게 보니까 그리 밋밋하게 읽은 것도 아닌 것 같네.. 완전 과몰입해서 읽은 것 같잖아. 근데 진짜 셰익스피어 비극에서 주인공들 유령 보고 하는거에 대한 정신의학적으로 해석해놓은 책이나 글 있으면 재밌을 것 같다.

#윌리엄셰익스피어 #맥베드 #전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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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잔에 담긴 인문학 - 한 잔에 담긴 깊은 이야기를 마시다
황헌 지음 / 시공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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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가 달달한 것만 좋아해서 일반적인 레드 와인은 별로 선호하지 않고 굳이 마시게 되면 스파클링 와인만 골라 마시던 애들 입맛인 편이다. 위스키도 잘 못 마시는 터라 그냥 맥주를 제외한 외국술(맥주는 이미 제외했으니 소주를 제외한 그냥 모든 술이라 해도 될듯)이랑은 인연이 없겠거나 하고 살다가 갑자기 치즈에 맛이 들여서 와인도 슬슬 찔러 보려던 차에 이 책을 읽게 됐다.

와인에 대해 거의 문외한이라고 얘기해야할 입장에서(와인은 레드, 화이트, 샴페인만 있는 줄 아는 사람) 그냥 휘릭휘릭 가볍게 읽어도 후반부까지 남는 내용이 꽤 있는 구성이라 좋았다.

첫 챕터에서는 와인의 종류, 두번째, 세번째 챕터에서는 적포도와 청포도의 포도종, 네번째는 와인에 관련된 돌고도는 말들에 대한 견해 및 설명.

한 챕터 내에서도 필요하다면 이미 진행했던 설명이 다시 나오고, 다른 챕터로 넘어가도 전 챕터의 어느 부분에서 언급했던 내용이 다시 나오는지에 대해서도 기재가 돼있는 책이라, 특히 포도종 이름 같은 생소한 단어들도 계속 리마인딩이 돼서 결국 마지막 챕터에서는 그 생소했던 단어들만 봐도 얼추 머리속에서 상상이 가능하다는 걸 알고 나서는 신이 나기도 하더라. 진짜 뭐 와인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게 늘어난 것 같아서.

와인에 대해 이미 잘 아는 사람들은 아닐 수 있겠지만, 나처럼 아는게 거의 없는 사람이나 입문용 책을 찾는 사람에게는 시작하기 좋은 책인거 같더라.

개인적으로는 술에서 '드라이'라는 개념이 뭔지도 몰랐어서 마시고 난 다음 입 안에 남는 느낌인가 하고 생각했었는데, '드라이'가 '스위트'에 반대되는 개념이고 내가 생각하던 입 안에 남는 느낌은 '보디감'이었다 라는 것들 같은 기본적인 상식. 세상에 스파클링 와인은 정말 많지만 '샴페인'은 샹파누 지방에서 만든 스파클링 와인에만 붙는다는 소소하게 아는 척하기 좋은 지식. 영화에서도 자주 나오는 '샤토 뇌브 뒤 파프'가 프랑스 남부 아비뇽으로 교황의 거치가 옮겨지면서 근처에 생겨난 명품 와인 생산 마을에 붙여진 '교황의 새로운 성'이라는 뜻을 품은 이름이라는 소소한 교양.

원래 사람의 관심이라는 게 아예 아무것도 모르는 것보다는 기본적인 지식 정도는 있는 곳에 생기는 거고 관심이 있는 돈이든 시간이든 투자를 하게 되는 거라, 책을 거의 다 읽을 때 쯤, 나중에 의미있는 날 특별한 사람과 시간을 보내거나 멋진 장소에서 식사를 하게 되면 그냥 구색 맞추기 식으로 고른 아무 와인이 아닌, 썩 괜찮은 와인을 골라서 같이 하고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보통 어디 여행을 갔다가 기념품이나 다른 사람 선물로 가격대가 괜찮은 위스키를 주로 샀었는데, 다음에는 직접 와인을 한 병 골라봐도 괜찮겠다 싶었다. 이제 조금이라도 아는게 있으니 그냥 무턱대고 달달한걸 골라달라는 말보다는 멋진 말로 와인 추천해달라는 말도 할 수 있겠지.

※ 출판사 시공사(@sigongsa_books )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도서협찬 #황헌 #와인잔에_담긴_인문학 #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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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숲
김준호 지음 / 한평서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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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뒤 자신의 삶을 다시 살게 된다'는 소재는 이제 거의 클리셰로 여겨질만큼 더 이상 별로 특별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런 수많은 이야기들 속에서 '바다숲'이 좀 더 특별하다 생각되는 이유는, 죽기 전 머무는 낮의 세계와 죽은 후 다시 경험하는 밤의 세계라는 대칭구조와 생전 자신의 인생을 역으로 되짚어 살아가게 된다는 흐름 때문인 것 같다.

밤의 바다숲에서 데스틴이 자신의 삶을 거꾸로 살아간다는 건, 이야기의 전개에 중요한 장치 역할을 한다. 책의 주인공인 데스틴을 짧게 소개하자면, 그는 자신이 기억하는 순간 이전부터 지니고 있던 얼굴의 상처와 그 상처에서 비롯한 자기연민에 잠겨 그 상처와 관계된 사람 모두(데스틴에게는 사실상 그 상처가 자기 인생과 다를 바가 없어, 어떻게 보면 자기 인생의 모든 사람들)를 원망하거나 못마땅해하는 사람이다.

죽기 직전까지 자신의 불행한 삶이 얼굴의 상처에서 기인했다고 믿는 데스틴이 사후 밤의 바다숲에 넘어가 인생을 되짚는 기회를 얻은 순간 세운 목표도 결국은 상처에 대한 내용이다. 자기 얼굴의 상처는 누구 때매 생겨났고, 어떤 이유로 생겨났는지 알아내는 것. '바다숲'은 이 불행한 남자의 조금 기이한 회귀물이다.

밤의 바다숲에서 제 인생을 되짚어 가는 동안 다뤄지는 데스틴의 기억들은 대부분 얼굴의 상처로 인한 갈등과 그 과정에서 그가 마음의 상처를 입은 내용들이다. 오로지 상처의 원인을 알아내겠다는 일념으로 되짚어가는 삶이라 그런가, 제 삶에 대한 자기연민이 진하게 묻어나는 감상들을 읽고있으면 공감에서 따라나오는 동정심이 아닌 죽어서도 생전의 불행을 붙들고 있는 어리석음에 대한 동정심이 생기곤 했다. 아마 데스틴의 역행의 여정을 어떤 시선으로 따라가나에 따라 결말의 감상이 상당히 다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감동보다는 회의감이 더 강하게 드는 결말이었다.

하지만 결말의 호불호와 관계없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생각해보게 된 내용은, 지금까지 난 내 불행에게 얼마나 많은 시간과 순간들을 뺏기고 살았나 하는 것이다. 데스틴처럼 인생을 관통하는 불행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사람이 살면서 불행이 아예 없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 크고 작은 불행들에 눈이 가려져 알아채지 못하고 지나쳐버린 순간들이 얼마나 많았을지, 자기연민에 잠겨 날려버린 행복할 수 있었을 기회가 얼마나 많았을지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을 갖게 되는 책이었다.

※ 출판사 한평서재(@one_room_books )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도서협찬 #김준호 #바다숲 #한평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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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크래프트 컨트리
맷 러프 지음, 소슬기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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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러브크래프트라는 이름도 못 들어봤고, 동명의 HBO 드라마가 있는 것도 몰랐어서, 솔직히 러브크래프트 컨트리라는 제목만 봤을 때는 이런 판타지오컬트?호러 장르의 책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다. 그도 그럴게 제목이 러프크래프트 컨트리잖아.. 러브프래프트가 사람 이름인걸 모르면 사랑공작소 그런거 연상되는 이름이라고.. 호러소설 보다는 시라노 연애조작단 그런게 연상되는.. 결국 러브크래프트라는 이름을 알고 나면 또 이만큼 잘 어울리는 책 제목도 찾기 힘들겠다 싶지만.

일단 러브크래프트가 누군지가 제목을 이해하기에 상당히 중요하다고 보는데, H.P. 러브크래프트는 20세기 공포소설의 대가로도 유명하지만, 그만큼 인종차별주의자로도 유명한 사람이다. 러브크래프트가 쓴 공포소설들과 크툴루 신화는 지금도 많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주기도 하고 그들에 의해 재해석 되고 있지만, 인종차별주의자로서 러브크래프트는, 현대에서는 그의 고양이 이름도 함부로 말하기 어려울 만큼 악명 높기도 하다. (그 유명하다는 "Why did Lovecraft name his cat that?".. 진짜 자기가 키우는 고양이 이름에 인종혐오적 단어를 쓴 것도 어이가 없는데, 그 이유는 더 어이가 없음..)

그런 이름이 들어간 '러브크래프트 컨트리'는 러브크래프트가 썼던 것과 같은 호러세계관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195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인종차별이 필터없이 표출되던 세계관을 의미하기도 하는 제목이다.

그리고 러브크래프트 컨트리는 이런 러브크래프트 세계관을 마주하는 한 흑인 가족의 이야기다. 이야기의 주축을 이루는 주인공 에티커스와 아버지 몬트로즈, 삼촌 조지, 숙모 히폴리타, 러티샤, 루비 등 일가족의 구성원 각각의 이야기로 전개되는데, 그 시대의 러브크래프트 세계관을 마주하는 다양한 인물상들이 비춰진다.

그 세계를 똑바로 마주함으로서 겪게 될 충돌도 피하지 않는 사람도 있고, 어지간하면 그 세계에서 그 어떤 충돌도 없이 조용히 살아가려는 사람도 있고, 그 사회의 기득권 계층(백인 사회)에 편입되기를 욕망하는 사람도 있고, 그 세계를 살아가면서 혼자 간직하고 있는 과거가 있는 사람도 있고, 이미 자신의 귀속 지위의 한계에 막혀 꿈은 그저 꿈으로 남겨두게 된 사람도 있다.

전체 스토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을 굳이 고르라면 에티커스가 맞지만, 러브크래프트 컨트리는 각 인물들에게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각자의 서사를 부여하고 각자의 이야기를 전개하게 하는 이야기 구성이라 좋았다. 같은 세계를 살아가고 있다 하더라도 그 세계를 대하는 각기 다른 모습과 태도들이 8개의 개별 에피소드는 물론이고 전체 스토리를 정말 매력적으로 만들기도 하고. 이야기가 차근차근 전개되면서 쌓였다가 풀렸다가 하는 떡밥 따라가는 재미도 있지만, 에피소드를 하나씩 넘기면서 러브크래프트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한 명씩 더 알아간다는 느낌이 정말 좋았다.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멋있다고 생각한 건 러티샤다.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아직 흑인 거주민이 많지 않은 곳에 집을 사는 모습이나, 집에 귀신이 나타난다는 걸 알고 나서도 되려 형체 없는 그것에 맞서는 당찬 캐릭터라 멋있었는데, 의외로 인간적인 공감이 가는 캐릭터는 러티샤의 언니인 루비였다. 루비는 러티샤처럼 자기가 처한 상황에 맞선다기 보다는, 자기가 그 상황의 불리한 입장이 뒤바뀌길 막연하게 바라는 사람이다. 그래서 루비 개별 에피소드의 마지막이 좀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결국 바꿀 수 없는 걸 받아들이고 에티커스 연대에 참여하게 되는 모습이 평범하지만 결국 용기를 내는 개인에 가깝게 느껴졌다.

1950년대 미국사회의 인종차별이라는 가볍지 않은 주제와 호러 세계관이라는 킬링타임 소재를 않지만 호러 세계관 속 모험 소설로 풀어내서 너무 심각하게 다루지는 않았지만, 민감한 주제를 소설의 시대적 배경으로 잘 녹여내서 노예제도가 합법이던 시절부터 1950년대까지에 이르는, 심지어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인종차별에 대해 생각해볼 거리도 있었던 것 같다.

※ 출판사 은행나무(@ehbook_ )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도서제공 #맷러프 #러브크래프트_컨트리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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