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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 우주 속의 소녀 - 평등한 과학을 꿈꾸다
아일린 폴락 지음,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옮김 / 이새 / 2015년 12월
평점 :
1. 편집 후기성 글이 되어버릴 것 같아서 코너를 새로 만들까 고민했는데, 곧 생겨날 독자에게도 도움이 되지 싶어서 미리 써두는 게 좋을 것 같다. <평행 우주 속의 소녀>는 평행우주Multi-verse를 다루지 않는다. 이건 저자의 에세이이자, 과학계 내의 여성문제를 지적하는 책이다. 원제는 <The only woman in the room>이다. 책 제목과 내용을 이야기해주면 제목을 어쩌다 그렇게 지었냐고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다. 일단, 이유는 책의 마지막 15장이 “평행 우주 속의 나” 에서 비롯된 것 그리고 제목은 읽고 난 후 아 그랬구나 하는 인상을 주기 위한 완독자를 위한 제목이다. 마케팅이나 홍보의 입장에서는 첫단추가 잘못 꿰어진 시큼함을 지울 수야 없겠지만 <평행 우주 속의 소녀>라는 제목도 책이 이제 발간되기 전에 생각해보니 색다른 의미로 독자에게 친절한 제목이므로 이것으로도 괜찮은 판매 전략을 꾸릴 수 있을 것 같다.
2. 사실, 내가 이 출판이라는 곳에는 독자가 아닌 제작자, 관계자가 된 것은 오래된 일은 아닌데, 이번 책같은 경우는 1)바래왔던 경험을 2)느닷없이 3)많이 했다. 이 느닷없는 새로운 경험은 당장 책이 나오는 다음주 화요일(2015/12/15)에도 많이 나올 것 같다. 아참, 이건 편집후기가 아닌데 게다가 난 이번책 편집에 관여한 것도 거의 없는데 독후감을 써야하는데? 그런데 아무래도 책에 대한 독후감은 간단하게 요약해서 쓸 수 있다. 심지어 어느어느 회사 본/부/차/과장님들 이 좋아하는 1,2,3… 해서 한문장으로 요약 가능하다. 하지만, 앞으로도 독후감을 쓸 때 책에 대한 내용보다는 주변에 대한 내용을 쓰려고 한다. 책내용에 대한 감상을 쓰는 것이 독후감의 본령이라고 우기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내용 요약하는 것은 독자들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니 담당자의 독후감은 좀 특별해야 하지 않겠나? 그러니 앞으로 계속 이렇게 가는 걸로.
3. 올해 책 트렌드는 개인적으로 예상한 것 처럼 과학이었다. 이러면 아니되지만, 소위 일하는 사람들끼리 경험이 쌓이면 대충 이건 되지 싶겠지 하는 그 통빡이란 것이 생겼는지 <온도계의 철학>을 쓴 런던대 장하석 교수가 EBS에서 소개 되면서 <과학 철학을 만나다>라는 진부한 제목의 강의가 열렸다. 나는 개인적으로 과학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으므로 정주행을 했는데, 보다보니 정말 고수가 한 분 나타나 불가능의 영역이라고 여겨지던 “유익하고 알찬 강의”가 나왔다. 화려한 언변도 없었고 빵터지는 개그도 없었고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봤던 과학 이야기와 실험들을 했다. 그리고 거기에 그의 해석을 달아줬다. 그 만의 해석. 덕분에 과학철학에서 장하석이라는 학자가 주장하는 과학적 다원주의라는 말은 대체로 잘 이해한 것 같다. 자 여기까지 겪었으니 이제 내년에 장하석이라는 저자의 책이 뜬다면 다른 책들도 좀 몇가지 이어서 나오겠지? 하는 통빡이 굴러간다고. 그렇게 나는 2015년 출판은 과학이라 점쳤고 꽤 잘 들어맞았다. 이 이야기를 왜하냐면 <평행우주 속의 소녀>는 과학(계)의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바래왔던 경험이펼쳐졌고 출시전, 아니 출시되는 내일(15일)까지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자꾸 이런저런 것을 해봐야겠다는 욕심이 난다.
개인사를 이야기하자면, 정말 과학을 좋아한다.특히 천문학, 컴퓨터 과학을 좋아하는데, 프로그래밍, 수학, 과학은 신동 소리는 안들어도 굉장히 쉽게 쉽게 공부했고, 고3때 인천 시내에서 지구과학으로 은상을 받았을 만큼 (금상 대상은 인천과학고가 다 쓸어갔다) 잘했다. 이쯤되면 학부모님들께서 궁금해 할 것 같은 비결을 소개해 드리자면 딱 하나다. 그냥 좋아하는데 즐기게 냅뒀기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지금은 아일린 폴락과는 다른 이유로 과학은 그냥 추억으로 놓았는데, 아무튼 그런 나에게 장하석 교수님은 개인적으로 정말 고마운 분이다.
그럼, 이새에서 하면 되겠네요!
4. 아 앞에서(2.) 기대했던 경험을 느닷없이 많이 했다고 이야기 했었지. 본론으로 돌아가자. 여튼 <평행 우주 속의 소녀>는 미국 내에서도 괜찮은 평을 받은 책이다. 그런데 약간의 불안감 하나. 미국 에세이는 우리에게 먹힐까? 하는 개인적 의심이었다. 미국이 아니라 국외 에세이는 <모리와 함께한 수요일>을 제외하면 대중적으로 크게 히트친 것은 기억에 남은 것이 별로 없다. 그나마 자기계발서? 여전히 잘 팔리나 하지만 책으로서 힘을 많이 잃었다. 어린 시절의 경험, 현재의 사회문제 제기, 그리고 대안과 희망으로 이뤄진 구성은 뻔하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담당자 입장에서 ‘이거 어때’하는 과정이 길어져야만 했는데, 그 생각할 새도 없이 “좋아 가는거야!” 가 되어버렸다. 그러니까 느닷없이 시작되었다. 걱정과 의문은 담고 사는게 아니라 해결하는 것이니 그것들도 안고 해결해보는 것이 목표가 되었다.
5. 이 책의 저자 아일린 폴락Eileen Pollack은 올해 7월 과학계 여성문제로 미국에서 하는 한미한인과학기술 학술대회(UKC 2015)에서 양성평등에 관해 기조강연을 했다. 그리고 관계자로 부터 미국 현지에서 제작 중이었던 <The only woman in the room>의 소식을 받게되었다. 또 그리고 이 소식은 한국여성과총(역자)을 통해서, 대표님께서 다른 일로 외근 나갔다 소식을 들으셨고, 대표님께서 출판사를 새로 세웠다는 이야기에(참고로 우리 출판사는 올해 8월에 사업자등록이 된 걸로 알고 있는데 여튼 촉망받는 신생 출판사다) “그럼 이새에서 하면 되겠네요!”라고 했었었었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국외에서 나오고 나니 평이 확실히 좋았고, 그러니 일단 믿고 보는 거 아니겠나? 믿고 자시고 간에 이건 우리에게 기회다.
6. 이 느닷없는 책에 가지고 있던 그 의문들은 읽다보니 많이 사그라 들었고, 남은 그 의문은 어디까지내 내 편견으로 결론내렸다.
7. 독후감은 에세이의 친구니까 내 이야기를 또 써보기로 한다. 과거, 인천, 부천에서 학원강사를 했던 경력이 있다. 그때 한 선생님의 어린 딸아이가 공룡을 좋아한다 그랬다. 그때 아이들도 취미가 다양하니까, 재밌겠다. 자연사 박물관 같은데 가면 디게 좋아하겠네요~ 라는 생각과 말을 했었는데, 교무실 다른 여선생님들 몇분이 눈이 약간 놀란 눈이었다. 그러니까 여학생이 바비 인형이 아니라 로보트나 자동차를 좋아하는 그런 보이쉬한 아이가 아니냐고. 하긴 그러고보니…하다가 아니 그럴수도 있지 않나? 라고 생각했다. 요즘 차, 카메라 이런거 좋아하는 여자들도 많고 <트랜스포머>에 그러면 남자만 보러가야되나? 뭐 이건 역시 생각차이니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8. 가만 생각해보니 공대아름이. 오래전 모 통신사 CF에 나온 캐릭터다. 난 앞서 이야기했듯 과학, 수학에 재능이 많았지만, 대학은 사회과학을 전공했다. 그러니 친구들은 거의 공대, 이과대를 갔다. 사범대에다 사회교육과다 보니 여자가 많은 집단에 난생 처음 들어가게 되었고 현실로나 이론으로나 여성문제에 대해서도 많이 접하게 되었다. 친구놈들은 미팅 좀 주선하라고… 그리고 공대 여자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들렸다. 공대에는 남자랑 치마두른 남자 두가지 성이 있다거나? 공대여자는 못생겨도 공주라거나? 이런 이야기들은 뭐 대학오며 자유를 만끽하는 철없는 소년 청춘들이 연애 못해서 생기는 일이라고는 해도, 웃을 일 만은 아니었다. 이렇게 시작된 과학,공학계의 여성문제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건설사, 엔지니어링, 전자회사 등으로도 이어지는 것을 여러 경로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9. 책을 읽어보면 정말 심각한 이야기들이 많이 소개된다. 아래 책 내용을 약간 소개하면 분명 전통적 남성의 시선으로는 그냥 웃고 넘어가는 남자들의 지저분한 농담쯤으로 생각들 수도 있는데, 조금 더 생각하면 미치지 않고서야 저런 말을 공공연히 할 수 있겠냐 싶을 정도다.
한 여학생은 ‘기계공학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전자 색부호화(BBROYGBVGW)를 기억하기 좋은 방법을 알려준다며 한 교수가 “Bad Boys Rape Our Young Girls But Violet Gives Willingly.(나쁜 남자들이 어린 소녀들을 강간했는데 바이올렛만은 스스로 강간을 자처했다.)”라는 문장을 가르쳤다’는 황당한 사례를 전하기도 했다.
이것 말고도 저자의 경험담 중에 어릴 때 진료를 받으러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혹시, 과학이나 수학을 좋아하니?”라고 묻는 말에 남성호르몬 과다라고 진단을 내렸덴다. 아일린 폴락이 어린 60,70년대가 어느정도 정신나간 시대라고 알고는 있었어도 그 정도일 줄은 책이 아니었으면 몰랐다.
10. 이쯤되면 <평행 우주 속의 소녀>가 왜 제목이 이렇게 지어졌는지 나는 공감이 했다. 오죽했으면 여성들이같은 세상에 살면서도 다른 대우를 받으니 평행 우주라는 말까지 꺼내왔겠는가. 혹시해서 미리 짚고 넘어가는데 난, 지금 페미니즘을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그냥 그런 차별은 있어서는 안되고 아일린 폴락이 이 책으로 그 문제를 제대로 알렸다는 말을 하고 싶다. 마케팅 대상을 우선 여성으로 두었는데, 꼭 읽어야 한다고 하면 난 우선 남자들이 읽어줬으면 좋겠다. 공대, 이과대가 남탕이라고 슬퍼하기 전에 이 책을 읽고 좀 더 인간다운 그리고 적어도 “여성들께 매너있는” 사람이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