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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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삶은 그렇게 위대하지 않으므로 단한권의 책으로 내 삶을 다 기술해보라면 아마 <스토너>가 되지 싶다. 

2. 쓸 말이 많아 진다. 지난 수년 쓴소리 한 것은 <스토너>의 악역들로 대신 할 수 있고 좋았던 기억과 감정들은 스토너의 친구와 가족(...?)으로 대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때는 이 대목이고 저 때는 저 대목으로...
3. 책을 웬만하면 빌려주고 정 되덜려달라기 민망하면 그냥 사버리는 편인데 이건 ... 이건 세상에 여러권 있는 책이나 내 손에 쥐어진 <스토너> 는 절대 양보 불가다. 그냥 사서 보시라.

4. 더 글을 쓸 시간이 있다면 이 책을 한 번 더 보는 게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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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 우주 속의 소녀 - 평등한 과학을 꿈꾸다
아일린 폴락 지음,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옮김 / 이새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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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편집 후기성 글이 되어버릴 것 같아서 코너를 새로 만들까 고민했는데, 곧 생겨날 독자에게도 도움이 되지 싶어서 미리 써두는 게 좋을 것 같다. <평행 우주 속의 소녀>는 평행우주Multi-verse를 다루지 않는다. 이건 저자의 에세이이자, 과학계 내의 여성문제를 지적하는 책이다. 원제는 <The only woman in the room>이다. 책 제목과 내용을 이야기해주면 제목을 어쩌다 그렇게 지었냐고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다. 일단, 이유는 책의 마지막 15장이 “평행 우주 속의 나” 에서 비롯된 것 그리고 제목은 읽고 난 후 아 그랬구나 하는 인상을 주기 위한 완독자를 위한 제목이다. 마케팅이나 홍보의 입장에서는 첫단추가 잘못 꿰어진 시큼함을 지울 수야 없겠지만 <평행 우주 속의 소녀>라는 제목도 책이 이제 발간되기 전에 생각해보니 색다른 의미로 독자에게 친절한 제목이므로 이것으로도 괜찮은 판매 전략을 꾸릴 수 있을 것 같다.

 

2. 사실, 내가 이 출판이라는 곳에는 독자가 아닌 제작자, 관계자가 된 것은 오래된 일은 아닌데, 이번 책같은 경우는 1)바래왔던 경험을 2)느닷없이 3)많이 했다. 이 느닷없는 새로운 경험은 당장 책이 나오는 다음주 화요일(2015/12/15)에도 많이 나올 것 같다. 아참, 이건 편집후기가 아닌데 게다가 난 이번책 편집에 관여한 것도 거의 없는데 독후감을 써야하는데? 그런데 아무래도 책에 대한 독후감은 간단하게 요약해서 쓸 수 있다. 심지어 어느어느 회사 본/부/차/과장님들 이 좋아하는 1,2,3… 해서 한문장으로 요약 가능하다. 하지만, 앞으로도 독후감을 쓸 때 책에 대한 내용보다는 주변에 대한 내용을 쓰려고 한다. 책내용에 대한 감상을 쓰는 것이 독후감의 본령이라고 우기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내용 요약하는 것은 독자들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니 담당자의 독후감은 좀 특별해야 하지 않겠나? 그러니 앞으로 계속 이렇게 가는 걸로.

 

3. 올해 책 트렌드는 개인적으로 예상한 것 처럼 과학이었다. 이러면 아니되지만, 소위 일하는 사람들끼리 경험이 쌓이면 대충 이건 되지 싶겠지 하는 그 통빡이란 것이 생겼는지 <온도계의 철학>을 쓴 런던대 장하석 교수가 EBS에서 소개 되면서 <과학 철학을 만나다>라는 진부한 제목의 강의가 열렸다. 나는 개인적으로 과학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으므로 정주행을 했는데, 보다보니 정말 고수가 한 분 나타나 불가능의 영역이라고 여겨지던 “유익하고 알찬 강의”가 나왔다. 화려한 언변도 없었고 빵터지는 개그도 없었고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봤던 과학 이야기와 실험들을 했다. 그리고 거기에 그의 해석을 달아줬다. 그 만의 해석. 덕분에 과학철학에서 장하석이라는 학자가 주장하는 과학적 다원주의라는 말은 대체로 잘 이해한 것 같다. 자 여기까지 겪었으니 이제 내년에 장하석이라는 저자의 책이 뜬다면 다른 책들도 좀 몇가지 이어서 나오겠지? 하는 통빡이 굴러간다고. 그렇게 나는 2015년 출판은 과학이라 점쳤고 꽤 잘 들어맞았다. 이 이야기를 왜하냐면 <평행우주 속의 소녀>는 과학(계)의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바래왔던 경험이펼쳐졌고 출시전, 아니 출시되는 내일(15일)까지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자꾸 이런저런 것을 해봐야겠다는 욕심이 난다.

 

개인사를 이야기하자면, 정말 과학을 좋아한다.특히 천문학, 컴퓨터 과학을 좋아하는데, 프로그래밍, 수학, 과학은 신동 소리는 안들어도 굉장히 쉽게 쉽게 공부했고, 고3때 인천 시내에서 지구과학으로 은상을 받았을 만큼 (금상 대상은 인천과학고가 다 쓸어갔다) 잘했다. 이쯤되면 학부모님들께서 궁금해 할 것 같은 비결을 소개해 드리자면 딱 하나다. 그냥 좋아하는데 즐기게 냅뒀기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지금은 아일린 폴락과는 다른 이유로 과학은 그냥 추억으로 놓았는데, 아무튼 그런 나에게 장하석 교수님은 개인적으로 정말 고마운 분이다.

 

그럼, 이새에서 하면 되겠네요!

 

4. 아 앞에서(2.) 기대했던 경험을 느닷없이 많이 했다고 이야기 했었지. 본론으로 돌아가자. 여튼 <평행 우주 속의 소녀>는 미국 내에서도 괜찮은 평을 받은 책이다. 그런데 약간의 불안감 하나. 미국 에세이는 우리에게 먹힐까? 하는 개인적 의심이었다. 미국이 아니라 국외 에세이는 <모리와 함께한 수요일>을 제외하면 대중적으로 크게 히트친 것은 기억에 남은 것이 별로 없다. 그나마 자기계발서? 여전히 잘 팔리나 하지만 책으로서 힘을 많이 잃었다. 어린 시절의 경험, 현재의 사회문제 제기, 그리고 대안과 희망으로 이뤄진 구성은 뻔하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담당자 입장에서 ‘이거 어때’하는 과정이 길어져야만 했는데, 그 생각할 새도 없이 “좋아 가는거야!” 가 되어버렸다. 그러니까 느닷없이 시작되었다. 걱정과 의문은 담고 사는게 아니라 해결하는 것이니 그것들도 안고 해결해보는 것이 목표가 되었다.

5. 이 책의 저자 아일린 폴락Eileen Pollack은 올해 7월 과학계 여성문제로 미국에서 하는 한미한인과학기술 학술대회(UKC 2015)에서 양성평등에 관해 기조강연을 했다. 그리고 관계자로 부터 미국 현지에서 제작 중이었던 <The only woman in the room>의 소식을 받게되었다. 또 그리고 이 소식은 한국여성과총(역자)을 통해서, 대표님께서 다른 일로 외근 나갔다 소식을 들으셨고, 대표님께서 출판사를 새로 세웠다는 이야기에(참고로 우리 출판사는 올해 8월에 사업자등록이 된 걸로 알고 있는데 여튼 촉망받는 신생 출판사다) “그럼 이새에서 하면 되겠네요!”라고 했었었었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국외에서 나오고 나니 평이 확실히 좋았고, 그러니 일단 믿고 보는 거 아니겠나? 믿고 자시고 간에 이건 우리에게 기회다.

6. 이 느닷없는 책에 가지고 있던 그 의문들은 읽다보니 많이 사그라 들었고, 남은 그 의문은 어디까지내 내 편견으로 결론내렸다.

7. 독후감은 에세이의 친구니까 내 이야기를 또 써보기로 한다. 과거, 인천, 부천에서 학원강사를 했던 경력이 있다. 그때 한 선생님의 어린 딸아이가 공룡을 좋아한다 그랬다. 그때 아이들도 취미가 다양하니까, 재밌겠다. 자연사 박물관 같은데 가면 디게 좋아하겠네요~ 라는 생각과 말을 했었는데, 교무실 다른 여선생님들 몇분이 눈이 약간 놀란 눈이었다. 그러니까 여학생이 바비 인형이 아니라 로보트나 자동차를 좋아하는 그런 보이쉬한 아이가 아니냐고. 하긴 그러고보니…하다가 아니 그럴수도 있지 않나? 라고 생각했다. 요즘 차, 카메라 이런거 좋아하는 여자들도 많고 <트랜스포머>에 그러면 남자만 보러가야되나? 뭐 이건 역시 생각차이니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8. 가만 생각해보니 공대아름이. 오래전 모 통신사 CF에 나온 캐릭터다. 난 앞서 이야기했듯 과학, 수학에 재능이 많았지만, 대학은 사회과학을 전공했다. 그러니 친구들은 거의 공대, 이과대를 갔다. 사범대에다 사회교육과다 보니 여자가 많은 집단에 난생 처음 들어가게 되었고 현실로나 이론으로나 여성문제에 대해서도 많이 접하게 되었다. 친구놈들은 미팅 좀 주선하라고… 그리고 공대 여자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들렸다. 공대에는 남자랑 치마두른 남자 두가지 성이 있다거나? 공대여자는 못생겨도 공주라거나? 이런 이야기들은 뭐 대학오며 자유를 만끽하는 철없는 소년 청춘들이 연애 못해서 생기는 일이라고는 해도, 웃을 일 만은 아니었다. 이렇게 시작된 과학,공학계의 여성문제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건설사, 엔지니어링, 전자회사 등으로도 이어지는 것을 여러 경로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9. 책을 읽어보면 정말 심각한 이야기들이 많이 소개된다. 아래 책 내용을 약간 소개하면 분명 전통적 남성의 시선으로는 그냥 웃고 넘어가는 남자들의 지저분한 농담쯤으로 생각들 수도 있는데, 조금 더 생각하면 미치지 않고서야 저런 말을 공공연히 할 수 있겠냐 싶을 정도다.

한 여학생은 ‘기계공학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전자 색부호화(BBROYGBVGW)를 기억하기 좋은 방법을 알려준다며 한 교수가 “Bad Boys Rape Our Young Girls But Violet Gives Willingly.(나쁜 남자들이 어린 소녀들을 강간했는데 바이올렛만은 스스로 강간을 자처했다.)”라는 문장을 가르쳤다’는 황당한 사례를 전하기도 했다.

이것 말고도 저자의 경험담 중에 어릴 때 진료를 받으러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혹시, 과학이나 수학을 좋아하니?”라고 묻는 말에 남성호르몬 과다라고 진단을 내렸덴다. 아일린 폴락이 어린 60,70년대가 어느정도 정신나간 시대라고 알고는 있었어도 그 정도일 줄은 책이 아니었으면 몰랐다.

10. 이쯤되면 <평행 우주 속의 소녀>가 왜 제목이 이렇게 지어졌는지 나는 공감이 했다. 오죽했으면 여성들이같은 세상에 살면서도 다른 대우를 받으니 평행 우주라는 말까지 꺼내왔겠는가. 혹시해서 미리 짚고 넘어가는데 난, 지금 페미니즘을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그냥 그런 차별은 있어서는 안되고 아일린 폴락이 이 책으로 그 문제를 제대로 알렸다는 말을 하고 싶다. 마케팅 대상을 우선 여성으로 두었는데, 꼭 읽어야 한다고 하면 난 우선 남자들이 읽어줬으면 좋겠다. 공대, 이과대가 남탕이라고 슬퍼하기 전에 이 책을 읽고 좀 더 인간다운 그리고 적어도 “여성들께 매너있는” 사람이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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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수학 - 21세기 수학과 생물학의 혁명 이언 스튜어트 3부작 1
이언 스튜어트 지음, 안지민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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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수학을 모르면 재밌게 볼만한 부분도 모르는 부분이 많으므로 1점 감점. 이를 테면 방정식의 수치적 접근은 대학수학정도를 배워야 아는 부분인데 이런 수리-액션스펙타클을 감상 할 수  없잖아.

# 평을 하자면 영감을 많이 주는 책입니다. 수학 군론 어쩌고 하는게 어려우면 그냥 패스하고 고론게 있구나~ 하면 됩니다. 그래서 끄적인 <남극 공룡 이야기>(단편, 본문 미교정),


1. 남극의 공룡은 뇌가 커서 현명했다. 원래 더운 곳에서 살던 그는 그 현명한 머리로 긴 세월을 살아가다, 노년이 들어 죽음의 공포를 깨닳았다. 그리고 여태 잡아먹힌 먹이들과 거다란 몸집을 옮기며 밟었던 작은 이들의 죽음에 슬퍼했다. 그는 천천히 커다란 몸집을 이끌고 흙이 많고 밟혀 죽을 풀이 적은 남쪽으로 내려갔다. 남쪽에서는 밟혀도 잘 죽지 않는 작은 이끼들을 먹이로 삼으며 살아갔다.


2. 세월이 어느 정도 지나 남쪽으로 갈 수록 추워진 날씨 덕분에 털이 돋아났고, 비록 자신의 먹이였지만 작은 이끼들과 이야기 할 수 있었다. 어느날 이끼들에게서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다. 당신이 우리를 먹어치우지 않으면 우리는 멸망할 것이라며 제발 이곳에 있어달라고 하였다. 늘 울으며 먹었던 그는 의아했다. 까닭을 물으니 하나는 작은이끼는 우리의 자손을 조절할 지혜가 없은 것 그리고 두번째는 작은이끼에는 이끼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기생충들도 더불어 산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죽음의 슬픔과 공포가 무서운 그는 그것이 이끼들에게 좋다 하여도 두렵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이끼들은 대답이 없었다.


3. 그는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 치열한 고민 수염이 다 하얗게 될 때까지 계속되었다. 고민이 치열하던 어느 날 작은 이끼가 알려준 자신의 몸 속에 있는 기생충과 대화가 시작되었다. 기생충은 당신의 몸에는 당신만이 사는 것이 아니라고 말해줬다. 기생충은 이곳 당신의 몸에는 작은이끼의 씨앗들이 있으며 당신의 따뜻한 몸 속에 지내다 충분한 시간이 지나면 뒤로 나와 작은 이끼가 된다고 하였다. 덩달아 작은 이끼의 씨앗 말고도 바람이끼의 씨앗들도 있다고 전해주었다. 그때 눈을 잠시 뜬 바람이끼의 씨앗은 바람으로부터 몇몇 작은 날아다니는 생물들이 그의 지혜를 배우러 오는 중이라 전해주었다.


4. 그는 눈을 크게 뜨고 바람이 이야기한 작은 날아다니는 생물들이 오는 것을 보았다. 앞으로 그 작은 날아다니는 생물들에게 이끼들과 기생충과 개미를 비롯한 여러 생물들의 생을 맡기기로 했다. 그들이 계속 오게 되면 이끼들과 기생충과 개미를 비롯한 여러 생물들이 더 줄어 들 것이므로. 


5. 그리고 자신은 몸이 크니 움직일 때 무언가 밟아 죽이지 않게 바다로 향했고, 오래전 작은 이끼의 지혜를 따라 바다에 사는 작은 벌레들을 씹지 않고 삼키기로 했다. 그의 위장은 박테리아가 뿜어내는 것들로 충분히 살 정도로 변신했으며 박테리아는 그의 몸 속에서 함께 살았다.


7. 그의 후손들은 바다와 대화하며 지느러미의 지혜를 빌려 깊은 바다를 헤엄치고 땅을 떠나기로 했으며, 하늘과 대화하며 숨구멍의 지혜를 빌렸다. 깊은 바다의 바위로 부터 침묵의 지혜를 빌리게 되었고 그의 혀는 침묵을 하되 지구의 생물 중 인간이라는 종만 알 수 없는 바다의 노래를 불렀다. 남쪽의 현명한 큰 동물들은 그렇게 바다로 그를 쫓아 긴 수행길을 향하기도 했다. 바람은 이 소식을 북쪽으로도 전했고 몇몇 현명한 이들이 이 긴 수행길을 나섰다.


8. 이 긴 시간의 흔적인 그의 수염은 후손들이 턱에 새기기로 하여 그들은 지금 털같이 생긴 하얀 줄무니가 턱에 생겼고, 바다의 노래를 듣지 못하는 인간들은 그를 흰긴수염고래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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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마크 - 열림, 떨림, 설렘으로 머물게 하라
홍성용 지음 / 이새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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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건축책을 읽은 것은 몇이나 될까 생각했다. 지난 8월 뉴욕여행을 계획 할 때부터 그래도 건축정도는 좀 배워야지 생각했었는데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그 외의 건축책은 건축에 대한 책보다는 아파트에 관한 책이나 도시에 관한 책이라고 봐야한다. 사실 발터 벤야민 <아케이드 프로젝트>의 영향이 많아서 이제는 건축에 대해서 읽으라 그러면 도시의 입장에서 내지는 시민의 입장에서 바라보게 될 뿐이다. 그러니까 건축미를 보는 눈썰미 따위는 없다고.
    2. 어릴 때는 다른 남자애들 처럼 나도 장래희망 중 하나는 건축가였다. 부평동의 15층 아파트에 이사가기전에는 집에 돌아다니는 이사 갈 집의 아파트 팜플렛을 보고 스케치북에 온통 아파트만 그려놓았다. 장위동에 사는 이모댁에 놀러갈 때에는 중계동으로 이사할 적에도 그랬었다. 15층 보다 높은 아파트, 꼭대기 층은 2층집이라는 놀라운 사실들은 정말 날 가슴뛰게 만드는 어릴 적 추억이었다.
    3. 아파트에 대해 그런 꿈은 이제 그냥 추억이 되었으니 현재 나에게는 사실 무의미하다. 오히려 아파트가 주는 여러 감정들만이 유효하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과거 어려운 시절 2000년대 이후 들어서는 공원형 아파트라고 해야하나? 그런 첨단 주택들은 상가건물 3층 월세 집을 더 초라하게 만들었고 광고회사 있던 시절 하필 광고주는 대형 건설사였을까.
    4. 자 이제 좀 더 솔직한 이야기로. 사실, 저자님께 미안해진다. 제목도 좋구요! 내용도 좋구요! 이제 괴롭혀 드린다고 한지가 3주 지난 일 같은데 책이 불티나게 팔리지는 않았다. 맞다. 나는 이 <하트마크>의 독자이기 전부터 담당 마케터가 되었다. 담당이 되고나서 책을 다 읽었으니 마케터 이전에 독자다 라고는 말 못하겠다.
    5. 내용의 감상을 쓰라면 독자로서는 별 네개. 마케터로서는 별 네개 반. 좀 그럴 싸한 이유를 이제 써넣어야겠지 독자로서 별 네개는 내 취향에서 좀 벗어났기 때문에 그렇다. 사실 <하트마크>를 쓴 저자는 <스페이스 마케팅>이라는 경영서를 써냈고 내가 몸담은 출판사는 이 책을 경영책으로 포지셔닝 해놓았기 때문에(실제 내용도 그렇지만) 경영서를 일단 홍어냄새처럼 싫어하고 보는 나로서는 다섯개는 못주겠다.
    6, 책은 잘 쓰였다. 일단 보통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잘 읽힌다.' 술술 넘어가는 책이다. 문장이 유려하고 구성이 치밀한 것을 떠나서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은 애시당초 1장부터 분명하다.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은 뭐가 있긴 있다고. 그래서 회사에서 상의하다 보니 여러 카피를 만들어냈다. "점포주 부터 CEO까지", "우리는 인테리어도 잘 해놨는데 왜 저 집이 장사가 잘 될까?" 등등 못난 제품이었다면 고역스럽게 카피를 내놓고 마케팅 계획을 쥐어 짜냈을텐데 그렇지는 않았다. 욕심 나는 제품이었다.
    7. 이제 텍스트로 넘어가면, 이 공간이 어떻고 저떻고 저자가 평가하는 것을 떠나서 텍스트는 공간에서 느끼는 감정을 가지고 이야기한다. 내가 2007년 아파트에 위화감을 가졌던 것들 처럼 그 감정들을 건축가 입장에서 풀어써준다. 수년전 썸녀 K를 만난다고 돌아봤던 분당 정자동 카페거리에서 느꼈던 감정들을 예로 들어보면 정자동이 가진 그 위화감은 내 과거 때문에 그랬다 치지만 걷기에는 참 좋았다. 그 사례가 왜 그런지 잘 나온다. 그렇게 한군데 한군데 내가 아는 곳이나 들어봤던 곳, 관심있게 인터넷으로 찾아봤던 곳들을 하나하나 설명해준다.
    8. 솔직히, 주변에 '나 건축하는(했던) 사람'이라는 분들과 대화하면 대체로 하는 소리는 군대이야기같다. 그래서 그 건축하는 사람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내가 수년 전에 느꼈던 가로수길, 청담동, 대형 아파트 같은 곳이 가져다 준 그 위화감에 대한 것인데 음... 아무래도 이 위화감을 건축가에게서 위로 받기는 틀린 것 같다. 그러니 <아케이드 프로젝트>를 두꺼워도 우겨우겨 읽을 뿐이다.
    9. 자격지심이 내 감정의 대부분이라, 솔직히, 또 저자님께 죄송하지만, 처음에는 그랬다. 옛날에 그림에 디자인 처발라 놓고 내용 별로 없는 책 <러브마크>가 있으니까 <하트마크>인가 하고... 이건 확실히 오해인게 마지막에 "랜드마크에서 하트마크로 가야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래서 제목이 하트마크다. (잠깐 이거 스포일러인가...) 그리고 건물과 공간 디자인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공간에서 사람이 느낄 감정으로 채워넣었다. 과거 제 3 의 공간이라며 스타벅스는 커피 안팔고 문화를 판다는데 그 말이 아직도 공허하다면 아무래도 하트마크를 읽어야 할 것이다. 다른 마케터들, 공간에 대해서 고민해야할 일이 있는 분들이라면 내 담당이라서가 아니라 각자 가진 당신들의 감정이 있을 것이라 믿으므로 권한다.
    10. 쓰고 나니 이쯤 되면 그냥 별 다섯개 주는게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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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 수상한 시절의 독후감


1. 역사책 중에서는 정말 좋아하고 선생이 된다면 강제로 2회 이상 정독을 시킬 책이 두권있다. 하나는 하비 케이 <과거의 힘>이고 또 하나는 크리스토퍼 브라우닝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다.


2. 하비 케이는 일단 넘어가자. 오늘은 아주 평범한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 할 것이니까.


3. 학술적으로 읽으나 교양으로 읽으나 아마 아주 평범한 사람들은 어쩌다 사람들이 그렇게 악마같은 일을 저질렀는지 “사람이 무섭긴 무섭다”라는 심정으로 읽을 것 같다. 대체로 평가들이 그렇게 올라오기 때문에 그렇다라고 판단하고 있다.


4. 나는 좀 다르게 읽었다. <아주 평범한 사람들>은 알랭 바디우 <윤리학>과 같이 읽었는데[^1]  결론 부터 이야기하자면 생각없이 그냥 행동하고 이게 맞구나, 지금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구나 하며 따라가다가는 진짜 나쁜 놈이 된다.


5. 나는 회사에서 뼈저리게 느꼈다. 회사에서 중간관리자를 맨날 욕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인데 위에서 시켰으니까. 상부에서 떨어진 오더니까 하는 핑계로 내가 무슨 일을 해도 용서 받을 구실을 찾아낸다. <아주 평범한 사람들>에서는 어짜피 누군가는 해야 하니 나라도 대신해서 악마가 되겠다고 하는 장면들도 나온다. 희생정신이라고 봐야할까? 조직 앞에서는 사람은 나약해질 수 밖에 없지만 개인으로서는 그래도 저항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니


6. 그런 일을 벌인 평범한 악마는 처벌을 받지 못해도 철저하게 용서를 구해야한다. 아주 오랜시간이 걸리는 힘든 일일 것이다. 아이히만을 보면 뻔뻔스럽다. 용서를 구하는 것도 없었고 그저 평범하게 일을 했을 뿐이라고 한다. 개인의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형을 줄여야하니 그리 말했을 것이라고 판단들기도 하는데 비슷하게 생각했던 아렌트는 분명히 속았다.


7. 아이히만은 유대인을 죽이라는 명령에 아주 충실하고 창의적으로 임했다.[^2] 회사에서도 떨어진 오더라고 밤을 지새우게 하고 위로랍시고 술이나 사주며 인간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바로 그 사람들이 진짜 나쁜 사람이다. 지금 아닌 것을 알면서 교과서 역사전쟁에서 미화시키는 사람들 부터 그것이 나쁜 것인지 알면서도 부정적인 것은 안된다. 이것을 옳다 주장하는 사람이 있으니 나도 옳다고 따라가는 아주 평범한 사람들. 당신들이 더 심한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


[^1]: 회사 덕을 보긴했다. 회사에서 저 두 책을 가지고 방영한 적이 있다보니 알게 되었으니…

[^2]: 한겨레 21 제 1046 호, <이동기의 현대사 스틸컷: 아렌트는 아이히만에게 속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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