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수하면 따끈하면서도(혹은 차가울지도) 독특한 맛에 후루룩 올라오는 면이 언제나(어제 먹어도, 오늘 먹어도, 아까먹고 또 먹어도) 그 맛에 매료된다.
하지만 그만큼 일찍 끝나버려 아쉬움이 남는다. 국수는 맛에 비해 먹는 시간이 너무 짧아 문제다.
'나는 그곳에 국수를 두고 왔네'는 베트남의 국수에 대해 이야기한다.
주인공이 베트남에 살면서 베트남에서 먹어왔던 국수와 그것에 얽혀있는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베트남 국수의 종류가 워낙 방대해서일까? 한 권의 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욕심이였을까?
'나는 그 곳에 국수를 두고 왔네' 책 속의 이야기는 국수처럼 후루룩 넘어가 버린다.
조금 빠져들만 하면 그릇 속의 마지막 면발을 찾기 위해 휘휘 젓고 있는 젓가락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이 책의 내용은 그만큼 짧다.
베트남 국수를 모두 소개하고 싶은 욕심이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국수 하나에 얽힌 이야기가 매우 짧다. 그래서 아쉽다.
대신, 베트남 국수의 종류를 많이 접하고, 그들의 사진도 많이 볼 수 있다는 것은 하나의 위안거리가 아닐까 싶다.
내가 베트남 여행때 먹었던 분짜가 생각나는 이유는 아마 그런 이유일지도 모른다.
아마 베트남 혹은 주변 국가를 다녀온 적이 있는 독자라면 조금은 이 책과 함께 호흡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은 9가지 베트남 국수 레시피를 소개한다.
물론 해보지는 않을테지만 자칫 밋밋하고 재미없어질 약간의 조미료 같은 느낌이랄까?
언젠가 베트남이 생각나게 된다면 그때는 이 책이 조금 더 유용하게 다가올지도...

책의 맨 처음에 이런 말이 나온다. '떠나고 싶은 곳, 닿아야 하는 곳이 있다는 건 틀림없이 멋진 일이다.'
나도 어딘가 여행을 간다면 베트남 국수처럼 어떤 테마를 정해보는 것도 좋을 것만 같았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하루하루 먹고 있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하나하나에 의미를 두고 먹어본 적이 있을까?
나에게 이야기가 담겨 있는 음식은 무엇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