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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벽 - 벽으로 말하는 열네 개의 작업 이야기
이원희.정은지 지음 / 지콜론북 / 2016년 2월
평점 :
하얀 벽을 보고 있으면 뭐라도 채우고 싶다. 그렇다고 채우자니 나의 인테리어 실력이 미천하다. 그렇기에 건드리고 싶지만 쉽사리 못건드리는 벽.. 그런 벽을 잘 다루는(?) 잘 사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은 책이 있다고 하여 읽게 되었다. 인테리어적인, 예술적인, 그리고 철학적인 이야기를 기대하며 읽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벽이야기는 물론이요 그 사람, 그 직업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짧게 다룬다. 벽에 관해, 그것과 얽힌 그들의 삶에 관해 조금 더 깊이 이야기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으나 이내 텅빈 벽에 자신의 것을 채우는 것이 무슨 이야기가 할게 많을까 싶기도 하다. 적당한 길이의 적당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고, 다양한 직업안에 있는 사람들의 '벽'을 주제로 하니 '벽' 사진이 많이 있어 그들의 벽을 보는 재미도 있다.
책에서 보여주는 것은 결국 하얀 벽 안에 각자 그 사람들의 철학이 담겨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좋던 싫던 우린 3면 이상, 넓게 보면 4면이 모두 벽으로 둘러 쌓여 있는 상태에 놓이게 되는데 책 속의 사람들은 그 벽을 외부와 실내를 차단하는 벽으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자신의 철학을 드러내고 자신의 삶을 나눠갖는 곳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읽으면서 나의 벽은 나와 얼마나 공유하고 있나 살펴봤다. 아마 대부분이 그렇듯 별 감흥 없는 벽일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나의 철학과 삶을 조금씩 나눠 주어도 좋지 않을까 싶다. 책 안에 있는 것이 꼭 정답은 아니니 나도 나만의 방식으로 나만의 벽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