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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세계문학 이야기 - 10대가 묻고 18명의 문학가가 답하는 ㅣ 10대를 위한 문답수업 4
쑨허 지음, 나진희 옮김, 조규형 감수 / 글담출판 / 2015년 5월
평점 :

발상의 전환이라 할 수도 있게
이 책은 '유나'라는 아이가 제목 그대로 세계문학사에서 저명한 문호들을 만나, 그들에게서 강의를 듣는 내용입니다.
물론 유나는 오늘날 21세기를 사는 아이이기에 문학가들을 만나는 과정에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같은 환상적인 과정을 거치게 되죠.
꿈인 듯 꿈보다 더 생생한 강의 들을 차곡차곡 들으면서
유나는 현실속에서 이 신비한 강의를 더 기다리며 일주일에 하나씩 명 저자들을 만나게 됩니다.
개중에는 읽어본 책도 있고, 제목만 들어본 책, 신문기사에서 언뜻 보았던 유명인도 등장하여
세계문학에 대한 제 자신의 지식이 어느정도인지 가늠을 먼저 하게 되더군요.
작가와 독자가 만날 수 있다는 기발함에 끌려 책장을 열었지만
읽으면서 내내 머릿속에는 몇가지 궁금증이 떠올랐습니다.
첫째. 작가가 작가아닌 작가에 의한 작가라는.
셰익스피어를 만나 셰익스피어가 강의를 하지만. 그당시 작가들이 자기가 쓴 작품에 대해 '전 이러쿵 저러쿵 한 바탕으로 요렇게 저렇게 이야기를 써 보았습니다'라고 각주를 단 적이 있었을까?
만약 있다면 그 근거가 나타났으면 하는 아쉬움과
그러지 않고 후세의 평론가들에 의한 평을 작가의 입을 통해 이야기하는 건 아닐까 하는 아리송함과 아쉬움을 떨쳐버릴 수 없었습니다.
물론 이건 시대 격차에 의한 한계일 수도 있지만요..
그러나 책의 저자를 만남은 평론가의 비평 그 너머의 것을 알기 위한 자리라고 생각할 때 저의 의문이 마냥 헛된 것은 아니니라 생각해 봅니다.
그만큼 저자들의 책에 대한 설명과 문학에 대한 생각이 '굉장히'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답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로 돌아가 물어보면 제일 확실하겠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현실이 조금 안타깝네요 ㅎ
둘째. '10대가 묻고' 라는 이름처럼 '10대의 수준'이라 할 수 있을까.
지극히 개인적일 수 밖에 없는 물음입니다.
세계문학에 대한 개개인의 수준은 분명 다를 테니까요
책 속에서는 10대 청중이 위대한 문호들과 대화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몇몇 10대는 작가를 향해 작가의 일대기와 작품의 줄거리, 그에 녹아든 철학까지 줄줄 읊는 저력을 보여줍니다.
이 책이 10대를 위한 세계문학 입문서라는 점을 생각했을때
읽게 되는 10대들이 세계문학에서 청산유수로 대답하는 10대의 수준과 사뭇 다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구나 그들의 장황한 설명과 작가의 대화를 능숙하게 이해하기에는 조금 난이도가 높지 않나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저는 10대가 아님은 분명히 밝혀둡니다. 저도 세계문학에 있어 결코 저명하다 할 순 없지만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책의 총 분량은 255쪽입니다.
그리고 유나는 작가 18명을 만나게 되지요.
대략 계산기로 나눠보면 작가당 14쪽. 7장 정도의 분량을 차지하는데
길게는 수백년에서 적어서 100여년을 이어져 내려온 유서깊은(?) 고전을 다루기에 조금 짧지 않았나 싶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이 '세계문학 개론'도 아니고 '입문서'이기에 문학에 대해 막 발을 들이려는 사람들에게는 '아 , 요런 작품은 이러이러한 내용으로, 작가가 이러이러하게 쓴 거구나'라고 맛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저도
막연히 알고 있던 몇몇 작품에 대해 '아 작가가 이런 뜻으로 이렇게 썼구나'하는 대략적인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거든요.
잘 알지 못했던 작품이 어떤 평을 받으며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오는지 알 수 있어 새롭기도 했구요
무엇보다 책의 서문에 나온 구절이 가장 기억에 남고, 이것이야 말로 세계문학의 가치를 나타내주는 거라 생각이 들어 끝에 남겨보니다.
"저는 확신합니다.
세계문학은 까만 밤하늘에 총총 뜬 저 아름다운 별처럼, 세상이 아무리 변한다 해도 그 매력은 더욱 배가될 뿐 절대 퇴색하지 않는다는 것을요.
그리고 길을 찾는 사람에게, 길을 잃은 사람에게 빛을 비춰준다는 것을요."(들어가는 글에서 발췌)
주인공 유나도
문학가를 만나면서 단순히 책을 읽고 작가를 아는 게 아니라 마음가짐이 바뀌고, 삶에 대한 자세가 조금씩 변해갑니다.
유나를 보면서
문학이 책장에 꽂힌 책으로서만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이끌어가는 또다른 원동력이 된다는 생각과
그러한 양서에 젖어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8명의 저자와 그들의 주옥같은 작품을 음미한 뒤에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어 지는 책입니다.
-본 포스팅은 글담출판사에서 책을 지원받아 읽고 작성한 것임을 밝혀둡니다-